유명한 영화 가운데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이란 영화가 있다.
불교의 형식으로 깨달음에 대해 이야기한 이 영화는 이후 많은 작품에서 패러디되었다. 제목이 사람들에게 궁금증을 유발하면서도 상징하는 바가 크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제목이 다시금 떠오르는 일이 생겼다.
바로 아이폰 AS 문제가 국정감사에 가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 많은 논란과 불만을 불러일으켰던 아이폰 AS문제가 마침내 국회에서 다뤄질 모양이다. 우선 이데일리의 관련기사를 요약해 소개한다.
(출처)


국회가 `아이폰`의 애프터서비스(AS) 이슈와 관련, 애플 관계자를 국정감사 증인으로 채택해 주목받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국감에서는 애플의 이같은 AS 정책이 주요안건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러나 국회가 애플의 입장을 직접 들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애플코리아 관계자가 참석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애플코리아 박정훈 부장은 국감 참석 여부에 대해 "말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애플은 국내의 모든 결정을 본사 정책에 따르는데, 애플 본사가 국감 참석을 거부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에도 앤드류 써지웍 애플코리아 대표가 국감 참고인으로 채택됐지만 참석하지 않은 바 있다.
특히 애플은 그동안 AS와 약관 등에 대한 것은 서비스정책으로, 전세계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업계는 애플이 중국이나 국내에서 세계 정책인 리퍼(제품교환) 대신 부분수리를 적용한 것도 이례적인 일로 손꼽고 있다.

이에 따라 아이폰 AS 대한 문제는 KT가 대신 답하게 될 전망으로, 애플이 이번 국감에 참석하지 않는다면 지난해처럼 불참을 두고 또다시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국회가 아이폰AS를 어떤 방식으로 다룰지도 관심사다.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등을 토대로 했다면 소비자 불만을 중심으로 한 애플의 AS 정책에 대한 비판이 중심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한 기업의 AS 정책에 대한 국감인 만큼 질의 내용이 타당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애플의 AS 정책을 두고 국회가 나선 국가는 한국이 처음으로, 한국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뿐 아니라 AS 정책을 둔 객관적이고 체계적인 지적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이 뉴스를 보는 관점은 사람에 따라 엇갈릴 수 있다.

1. 애플의 정책과 제품을 옹호하는 사람은 <애플의 AS 정책을 두고 국회가 나선 국가는 한국이 처음으로> 란 부분에 주목할 것이다. 전세계에 적용되는 글로벌 기업의 AS정책을 가지고 유독 한국에서 문제삼는 게 말이 안 된다. 이것은 유독 까탈스러운 한국의 소비자 성향과 함께 모든 배후에는 국내 S그룹의 로비가 작용할 거라 주장할 것이다.

2. 다소 중립적인 옹호론으로는 애플의 정책 자체는 그다지 문제가 없지만 국내 AS대행을 해주는 KT와 애플 코리아가 워낙 무성의하고 형편없어서 이런 일이 초래된 것이다. 그러니 미국 애플 본사에 책임을 묻지 말고 두 회사에 모든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3. 애플에 대해 냉정한 소비자, 애플 제품의 AS에 크게 분노한 사용자라면 애플본사든 한국 지사든, 아니면 KT든 유난히 문제가 많이 터져나오고 어이없는 AS실태를 보여준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러니 국회가 나선 것은 지나칠망정 자업자득이며, 이번 기회를 통해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AS정책이 제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할 것이다.


많은 생각이 있겠지만 크게 이 세 가지 정도의 의견이 나올 수 있다.
세 가지 모두 나름의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있으니 어느 것도 완전히 틀렸다고 배제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구조적인 면을 깊이 생각해보면 세 가지 주장을 관통하는 한 가지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것은 국내 애플 제품, 그 가운데 특히 아이폰 관련 제품의 유통과 AS가 미국이나 다른 나라에 비해 모자라는 점이 분명 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애플의 AS만족도가 매우 높다. 전세계에서도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유독 한국만 만족도가 낮은 이유는 전통적인 애플 방식 가운데 빠져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애플 스토어와 지니어스 바다.

애플 스토어는 애플이 직접 운영하는 소매점으로 미국은 물론, 유럽과 일본 등에도 있다. 이곳에서는 고객들이 구입압박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애플 제품을 써보며 체험할 수 있다. 또한 애플 제품을 좋아하는 사용자끼리 만나 정보를 교환하고 서로 문제를 해결하는 장이 되기도 한다.

애플 스토어 안에 입주해 있는 지니어스 바는 한층 더 발전된 서비스를 제공해주는 곳이다. 잘 훈련된 애플제품 숙련자가 직접 고객의 제품을 보고 문제점을 수정해주거나 상담해준다. 마치 일대일 상담을 받듯이 자상하고도 전문적으로 해결해주는 것이다. 지니어스 바의 담당자인 지니어스들은 애플 내부의 엔지니어가 순환해서 근무한다. 이런 AS경험을 통해 직접 고객의 목소리를 듣고 제품에 대한 지식을 쌓기도 한다. 이런 상담 비용은 애플 제품 사용자이기만 하면 일체 무료다.

애플 제품에 대한 다른 나라 소비자의 만족도는 이런 애플의 독특한 시스템에서 나온다. 고객불만이 제기되면 일차로 애플 스토어에서 접수하고, 이차로 지니어스 바에서 전문적 해결에 들어간다. 같은 사례나 결함이 많이 나오면 그곳의 엔지니어들은 당연히 본사로 보고하며 기술적이고 근원적인 해결책을 찾아낸다. 그러면 다음에 같은 문제로 오는 고객들은 더욱 신속하고 빠른 해결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한국은 애플 코리아란 지사만 있을 뿐, 애플 스토어도 없고 지니어스 바도 없다. 애플의 숙련된 엔지니어도 없으며, 그저 KT의 직원이 이를 대행해왔을 뿐이다. 그것도 그저 물건만 바꿔주면 되는 리퍼 서비스만 가능한 채 말이다.

위의 기사 가운데 애플이 중국이나 국내에서 부분 수리를 적용했는데 그것이 이례적이란 언급이 있다. 그런데 이례적일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지니어스 바가 없었기 때문이다. 애플이 시장을 중히 여기지 않기 때문인지, 아니면 기술 유출이나 비용을 걱정해서인지는 모르겠다. 하여간 애플제품은 리퍼 제도외에 애플 스토어와 지니어스 바란 세 가지 축으로 이뤄지는 AS제도 가운데 두 가지를 한국에 도입하지 않았기에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건 국정감사나 부분수리가 아니다. 국정감사에서야 참고인 자격이니 출석 안하면 그만이다. 그렇다고 딱히 국회가 애플을 어떻게 제재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부분수리 역시 미봉책이다. 훈련된 애플 본사의 엔지니어를 보내지 않고 이뤄지는 부분수리란 건 그야 말로 사소한 수리만 가능할 테니까 말이다.


아이폰 AS 문제가 국정감사로 간 이유는?

따져보면 그 이유는 애플이 한국에 애플 스토어와 지니어스 바란 AS 삼각체제를 구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사용자는 결코 후진국 사용자가 아니다. 정밀함을 자랑하는 캐논이나 니콘 카메라조차도 한국의 예리한 사용자들에 걸리면 신제품의 결점을 지적당하고 바쁘게 고쳐야 했다. 소니 PS3의 날짜결함을 발견한 것도 한국 사용자였다.


이런 한국 사용자들에게 선진국 사용자에 동등한 대접을 해줘야 한다. 무조건 제품만 쥐어주면 기뻐할 것이고 제품 이상이나 결함을 모르고 넘어갈 거라 생각해서는 안된다. 애플의 엔지니어가 직접 한국 사용자의 의견을 듣고 피드백 해줘야 한다.


한국 애플 사용자를 위해서는 애플 스토어와 지니어스 바가 필요하다. 나는 조만간 애플 제품을 들고 애플 관계자를 국정감사장이 아니라, 한국 애플 스토어에서 보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