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 사회는 철저히 자본의 논리로 돌아간다.

일반 사람들이 잘 이해되지 않거나, 불합리하다고 여겨도 상관없다. 균형이 잡히지 않아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해도 관계없다. 빚을 모아 다시 빚을 얻고, 누가 누구에게 빚졌는지조차 모르게 만들어 버린 금융상품-파생상품을 고안한 미국 MBA대학생은 천재로 불리며 월가에서 엄청난 연봉과 보너스로 억만장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들이 만들어놓은 거품으로 인한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오늘날 미국 경제가 신음하고 있다.

어쨌든 이건 극단적으로 부정적인 경우일 뿐이다. 대부분의 경우 자본의 논리는 인류에게 상당한 발전을 안겨준다. 기술과 서비스의 진보는 삶을 풍성하고 창의적으로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얼마전 나는 이전 포스팅 <모바일기기, 듀얼코어시대 진입의 의미는?> 을 통해 스마트폰의 성능 경쟁이 상당한 경지에 올랐음을 지적했다. 그런데 이런 가운데 더 재미있는 뉴스가 나왔다. (출처: 슬래시기어)

ARM은 오늘 최대 쿼드 코어 2.5GHz까지 지원하는 차세대 스마트폰, 스마트북, 서버 용 프로세서 Cortex-A15 '이글'을 공개했다. ARM은 현재 Cortex-A15 프로세서의 라이센스가 가능하다고 말했고, 32nm와 28nm 공정 제작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칩은 이전 Cortex-A 시리즈 어플리케이션들과 호환되어, 기존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쉽게 업그레이드 할 수 있다. 이는 안드로이드,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 자바 플랫폼 SE, JavaFX, 리눅스, 윈도우 임베디드 컴팩트 7, 심비언, 우분투 등을 포함한다.

스마트폰들은 1-1.5GHz 프로세서들을, 홈 서버들은 1.5-2.5GHz 프로세서들을 채용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ARMv7-A '이글' 칩들은 TI와 ST-Ericsson, 삼성 등의 회사들이 라이센스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고, 2013년에 이 칩들을 채용한 제품들이 출시될 예정이다.



이젠 아예 쿼드코어에 엄청난 속도까지 가진 프로세서가 ARM에서 발표된 것이다. ARM은 지금 아이폰을 비롯해 안드로이드폰과 윈도폰7 까지 거의 모든 스마트폰에 쓰이는 표준 칩 규격을 가진 곳이다. 이 곳에서 4개의 코어를 가진 칩까지 내놓았으니 제품 출시는 시간문제라고 볼 수 있다.

솔직히 저가형 넷북에 채택된 프로세서 아톰은 싱글코어에다가 실행속도도 느리다. 그런데도 윈도우7까지 돌리며 어떻게든 그것으로 웹서핑과 워드프로세싱등 간단한 업무를 하고 있다. 더구나 울트라씬 노트북 계열도 많은 경우 코어2솔로를 쓰거나 기껏해야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쓴다. 그런데 본격 업무용 기기도 아닌 스마트폰이 쿼드코어라니. 뭔가 밸런스가 맞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든다.

물론 성능이 좋아진다는 데 굳이 무슨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된 이유는 한번 생각해볼 만 하다.

노트북보다 좋은 스마트폰, 바람직한가?

소비자의 욕구는 끝이 없다. 그러니까 내가 이전 포스팅에서 말했듯이 아무리 빠르고 용량많은 기기를 주어도 사양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불균형적인 현상은 스마트폰에 성능의 인플레이션 현상을 가져다 줄 것으로 보인다. 듀얼 코어가 저가제품이 되고 쿼드코어가 고가 제품이 되는 PC시장도 똑같이 스마트폰 하드웨어 시장이 형성되는 것이다. 원인이 무엇일까?

간단히 말해서 돈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 전세계 PC시장은 대부분 간단한 업무와 웹서핑만 할 수 있으면 저성능도 감수하겠으니 싸게만 만들어 달라는 수요가 대부분이다. 선풍을 일으킨 넷북이 가격파괴를 일으켜서 지금은 왠만한 노트북도 이윤이 잘 나지 않는 저가 제품이 많다. 그러니 기술발전이 느려지고, 정체되고 있다.


반면 스마트폰과 타블렛은 수요가 몰리면서, 성능만 좋다면 기꺼이 지갑을 열겠다는 소비자로 가득하다. 노트북을 사는 데는 50만원도 비싸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70만원이 넘는 아이패드와 90만원이 넘는 스마트폰을 기꺼이 사는 현상이 벌어진다. 이것은 돈의 흐름이 확실히 이쪽 시장에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니 어차피 같은 공정에서 만들 수 있는 모바일 CPU가 엄청난 발전을 거듭하는 것이다. 그동안 이쪽은 기술이 없어서가 아니라 그만한 수요가 없어서 발전이 느렸다. 그런데 이제 이윤과 수요가 더 많이 나는 블루오션이 되자 한꺼번에 몰린 돈이 기술을 폭발적으로 발전시키고 있다.

결국 곧 우리가 보게 될 노트북 보다 좋은 스마트폰, 넷북보다 빠른 타블렛은 이런 수요의 불균형이 낳은 산물이라고 볼 수도 있다.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뭔가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느낌도 든다.


싱글코어의 넷북이 큰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버벅거리며 느린 웹서핑을 간신히 하는 동안 , 작은 스마트폰이 코어 네 개를 가지고 작은 스크린 안에서 3D 렌더링 작업을 하며 동시에 동영상 감상을 여유있게 하는 광경을 상상해보자. 약간 어색하지 않은가?

 
이건 그저 내가 시대의 발전에 맞춰 낡은 생각을 버리지 못해서일지도 모른다. PC가 스마트폰보다 빨라야 한다는 건 그저 선입관일지도 모른다. 노트북보다 좋은 스마트폰은 바람직할 수도 있다. 본질이 무엇이든지 그저 우리는 돈이 되고 비싸면 그쪽이 당연히 우수하다는 일반적인 진리를 되새겨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