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예전에 즐겨보던 프로그램 가운데 <비교체험 극과극>이란 코너가 있었다.

아주 상이한 두 가지 경험- 주로 그 수준차이가 심하게 나는 경험을 보여줌으로서 독자들의 웃음을 유발하는 코너였다. 예를 들어 한쪽에서는 하룻밤을 국내 최고급 호텔의 특급 객실에서 룸서비스를 받으며 묵는다면, 다른 한쪽에서는 가장 싼, 혹은 노숙자를 위한 무료 숙소에서 하룻밤을 지내며 그 체험의 차이를 보여준다. 그러면 단순히 하나만 보여줄 때보다 그 대비효과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낸다.

웃음만이 아니다. 싫든 좋든 우리 사회에 이런 극단적인 격차를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서 그 원인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주기도 했다. 때문에 나에게 이 프로그램은 마치 전성기 찰리 채플린의 무성영화 코미디를 보는 것처럼 웃음 속에 메시지가 있는 좋은 코너였다.


국내에는 아직 개통되지 않았지만 곧 예정된 아이폰4의 주요 기능의 하나로 페이스타임(Facetime)이 있다. 나는 전에 쓴 포스팅 <아이폰4의 최대 장점은 무료 영상통화다?> 를 통해서 이 기능을 소개했었다. 얼핏 보기에 그다지 신기할 것이 없는 이 기능이 오히려 아이폰4의 어떤 하드웨어적 기능보다 더 혁신적인 매력이 될 수 있음을 강조했다.

실제로 애플의 아이폰4 광고전략도 주로 이 페이스타임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영화 <아메리칸 뷰티>의 감독이 연출한 이 광고들은 딱딱한 기능이나 단순한 헤프닝, 유머만을 강조하던 기존 다른 업체들의 영상통화 광고와 그 차원을 달리 한다.

우울해있는 딸의 얼굴에 미소를 짓게 해주는 아버지, 부자간의 훈훈한 대화, 장애인과 수화로 의사를 나누는 광경 등은 단순한 기능자랑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쓰일 수 있느냐는 방법과 그에 따른 따스한 감동을 선사했다. 이것은 진정한 애플다움으로서 다른 업체에 진정한 교훈이 된다. 동시에 경쟁 업체에게 이론의 여지가 없는 모범을 보여주고 있다.


이 페이스타임에 관련되어 애플의 전략과 홍보, 아이디어에 대한 칭찬을 하자면 한참을 써도 모자란다. 때문에 오히려 가장 간단한 말로 그 칭찬을 대신하고자 한다.

페이스타임은 향후 모든 영상통화의 표준이자 모범이 될 것이다. 또한 이 방면 기술의 가장 성공적인 역사를 만들 수 있다.

지난 얼마동안 아이폰4를 둘러싼 모든 상황에서 애플은 많은 실수를 했고 상처를 입었다. 안테나게이트, 물량부족, 화이트 아이폰4의 생산지연, 너무도 약한 강화유리의 내구성 등등 무수한 지적점에도 불구하고 페이스타임 하나로 인해 아이폰4는 또 하나의 역사를  써나가게 될 것이다.

그런데 안드로이드는? 아이폰의 대항마인 그들은 이런 경쟁자의 독주를 바라보고만 있을까?

아니다. 안드로이드 역시 비록 방향은 달라도 아이폰과 애플이 가지고 있지 못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안드로이드의 모체가 된 커널 운영체제 리눅스가 추구했던 자유와 개방의 외침은 하나의 커다란 정치적 , 원초적 욕망을 몰고 애플과 스티브 잡스를 압박한다.


정치적, 원초적 욕망이라니 이해가 잘 안간다고? 내가 너무 어렵게 썼나? 그렇다면 더욱 솔직히 써보겠다. 그것은 바로 검열과 포르노에 관한 일이다.

최근 어떤 외국 블로거가 바로 이 검열과 포르노에 대해 스스로의 신념을 가지고 잡스를 들볶았다. 나름 신념에 가득찬 그와의 논쟁에서 때로는 다소 신경질적인 애플 CEO인 스티브 잡스는 인내심을 잃고 이렇게 말했다. ( 출처 )

그런데 당신은 뭐 그리 대단한 걸 이루었소? 뭔가 만들기를 했소, 아니면 남들이 만든 것을 비판만 하거나 흠잡기만 했소?

천하의 잡스와 논쟁을 시작한 이 블로거도 대단하지만,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도 여전히 고객과 이메일 소통을 계속하는 잡스 역시 대단한 사람이다. 너무도 가슴이 따뜻해지는 페이스타임을 만든 고객지향의 스티브 잡스다. 하지만 고객의 윤리와 감성을 보호하기 위해서 포르노와 정치성 앱을 차단하겠다는 방침은 고객의 편의보다 우선된다.

어쨌든 안드로이드 진영은 착상과 기능의 부재로 인해 페이스타임과 같이 가슴뭉클한 감동적 기능을 주지 못한다. 인문학에 의거한 애플과 잡스의 전략은 항상 무적의 위력으로 경쟁자를 쓸어버렸다. 이 강대한 공격 앞에 안드로이드는 속절없이 침몰할 것인가?

물론 아니다! 안드로이드는 페이스타임에 대항할 훌륭한 대항마를 가지고 있었다. 비록 방향은 매우 다르지만 또다른 고객의 감동을 유발할 영상통화 기능이 개발되어 대기 중이다.

아이폰4 페이스타임의 대항마는 섹시타임?

최근 나온 외국 컬럼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출처 : 지디넷 )

최근 시애틀에 기반을 둔 써드파티 안드로이드용 성인 앱스토어, MiKandi에서 Sex Chat Live를 선보였다. 이 앱은 무료 앱으로서 서비스 이용자와 영국에 있는 비디오 섹스 챗 사업체인 BabeChatLive에서 스트리밍해주는 성인 성노동자와 화상채팅을 유료로 연결시켜준다.

Sex Chat Live는 페이스타임과는 달리 Wi-Fi 전용만이 아니라 3G를 통한 화상채팅도 제공한다. 이 앱을 설치해서 샘플 콘텐츠를 둘러봤고, 화질도 꽤 괜찮았다. BabeChatLive의 한 여자와 1대 1 "채팅"을 하고 싶다면, 분당 $3씩 지불되는 결재 정보만 쓰면 된다. 그러면 화면 속의 여자가…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는 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정도로만 말하겠다.

현재 MiKandi의 앱스토어와 Sex Chat Live는 안드로이드 디바이스에서만 돌아간다. 현재 RIM 블랙베리와 윈도모바일/윈도폰용 작업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애플의 경우는 앱스토어에 성인용 콘텐트를 애플이 강하게 막고 있기 때문에 아이폰 4와 같은 iOS용 디바이스에서 MiKandi같은 것이나 Sex Chat Live를 볼 일은 없을 것이다.
현재 집 안에서 페이스타임으로 "섹시 타임"을 활용하는 방법을 막을 수는 없다. 하지만 성인전용 써드파티 프라이빗 비디오챗 앱이나 유료화가 안되기 때문에 실제로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 애플이 가족간의 훈훈한 대화, 연인간의 사랑에 찬 만남을 이야기하며 감동을 선사하는 것은 매우 훌륭한 일이다. 그러나 다른 한쪽에서 이런 따스한 가족도 없고, 얼굴보고 싶은 연인도 없고, 덤으로 인기도 없는 남자들이 있다.

우울한 그들의 일상을 뜨겁게 달궈줄 누군가와 첨단기술로 이어주며 욕망을 보여주고 약간의 돈을 챙기는 서비스 역시 중요할 수도 있다. 사람이 감동과 따스함만으로 살 수 없는 건 우리가 <밥만 먹고는 못 사는> 이치와 비슷하다. 아무래도 안드로이드 역시 스티브 잡스가 강조하는 인문학을 조금은 배운 것 같지 않은가? 기술보다 중요한 건 욕망이라는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본질을 간파했으니 말이다.
 
문득 나는 위에서 언급한 비교체험 극과극을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애플은 사람들에게 <자사 하드웨어를 사면 무료로 명품같은 감동을> 선사하고자 한다. 반면에 안드로이드는 <감동의 뒤편에서 또다른 욕망을 갈구하는 사람들에게 유료로 대중적인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그 어느쪽이든 부정할 수 없는 우리 사회의 다양성이자 필수요소들이다.


이런 비교를 놓고 또다시 <성인물을 잡아야 이기는 게 첨단기술이야! 역시 남자의 선택은 안드로이드로군!>하며 가벼운 농담을 던질 수는 있다. 초기 비디오플레이어의 베타와 VHS의 승패를 놓고 흔히 그렇게 말하곤 한다. 하지만 그건 마치 이번 남아공 월드컵 우승팀을 맞춘 문어와 같은 희망이자 상징일 뿐이다. 꼭 맞아떨어진다는 보장 같은 건 어디에도 없다.

어쨌든 경쟁과 다양성이란 좋은 것이고 존중받아야 한다. 덕분에 우리는 애플이 제공하는 <페이스 타임>과 안드로이드가 제공하는 <섹시 타임> 을 놓고 원하는 것을 고를 권리를 얻게 되었다. 당신이 어느쪽을 선택하든 그건 기분좋은 자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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