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화제와 관심 속에 발표된 아이폰4는 요즘 그 유명세를 톡톡이 치르고 있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단기간에 손에 넣고 싶어하는 통에 미국에서도 발매한 지금 매장에 가도 물건이 없다. 예약 주문한 사람들에게 간신히 도달된 물건은 (관련 직종의 네티즌에 의하면) 접착제조차 말릴 시간이 없어 누런 접착제 자국이 군데군데 드러났다.

더욱이 기존의 내장 인테나를 채택한 휴대폰 회사들을 비웃기 라도 하듯 당당하게 내놓은 프레임 겸용 외장 안테나는 가장 잡기 쉬운 자리에 접점을 배치해서 수신결함이 있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거기다 스티브 잡스는 결함을 개선해줄 예정이 있냐는 팬의 이메일에 <문제없다. 그렇게 잡지 마라.>라고 대답해서 구설수에 올랐다.


이쯤되면 이것조차도 어쩌면 광고비 한 푼 안들이고 아이폰4를 광고하려는 고도의 작전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 왜 팬들의 관심을 먹고 사는 연예계 스타들이 지극히 개인적인 연애나 실연, 가족사 까지도 마케팅 수단으로 이용하거나, 일부러 노이즈 마케팅을 하는 경우도 있듯이 말이다.

어쨌든 애플의 아이폰4는 여러가지 면에서 월등한 발전을 이뤘다. 빨라진 속도, 많아진 램 용량, 더 세밀해진 해상도, 멀티태스킹 기능, 자이로스코프 센서... 등등.
잠깐만! 이거 근데 말하다보니 내가 지금 스마트폰을 말하는 게 아니라, 컴퓨터를 말하는 거 같다.


해마다 컴퓨터 회사들은 사용자에게 업그레이드를 해야할 이유를 주기 위해 무엇을 하던가? 일부러 약간의(?) 기능향상을 한다며 운영체제를 아주(?) 무겁게 만들어서 버벅이게 한다. 그리고는 그걸 잘 돌아가기 위해서는 더 빠른 CPU와 더 많은 램, 더 넓은 하드디스크가 필요하다고 우리는 압박하지 않았던가?


아이폰이 아무리 작은 컴퓨터라는 스마트폰이라고 해도 이건 애플의 방식이 아니다.  만일 이것이 애플의 방식이라면 지금쯤 매킨토시는 윈도 PC와 함께 미칠듯한 스펙경쟁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매킨토시는 항상 운영체제와 소프트웨어 최적화를 통해 한 발 늦은 하드웨어로도 좋은 성능을 내주었다. 아이폰4가 그러길 바랬던 건 지나친 욕심이었다보다.

하여간 애플이 레티나 디스플레이와 하드웨어 사양을 들고 나오자 안드로이드 진영도 가만있지는 않았다. 맞불 작전으로 나가버린 것이다.

1. 안드로이드 3.0 진저브레드가 10월 15일에 공개될 것이라는 말이 돌고 있다. 더구나 이번 버전 부터는 각 회사 자율에 두었던 UI와 UX를 통일해서 구글의 통제력을 강화한다고 한다. 분열로 인한 무질서를 바로잡고 단일 대오로 iOS4에 정면승부하려는 의도다.

2. 안드로이드 3.0의 지원 최소사양은 아이폰4와 동등하거나 능가한다. CPU는 1Ghz이상에, 램 512Mb이상, 해상도는 1280*760 이다. 이 해상도는 아이폰4의 960*640을 훨씬 뛰어넘는다. (참고로 넷북 해상도인 1024*600 도 넘어버린다.)

3. 대만 HTC의 연구소에서 테스트용으로 개발되는 '비전'이란 폰은 심지어 <퀄컴 듀얼코어 1Ghz CPU>를 장착했다고 한다. 넷북에서도 아직 본격 시판 제품이 나오지 않은 듀얼코어를 곧 스마트폰에서 보게 될 것 같다.

이 계획들이 구체화되면 아이폰4의 하드웨어 우세는 단지 4개월 남짓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렇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늘 그랬듯이 애플 제품의 장점은 하드웨어 스펙에 있지 않기 때문이다.


아이폰4의 최대 장점은 무료 영상통화다?

이번에 발표한 아이폰4의 발표회에서 실망한 애플 팬들도 있었다. 그들은 늘 소프트웨어로 혁신을 보여주던 애플이 더이상 보여줄 게 없어서 하드웨어 스펙 우위를 강조하게 됐냐고 한탄했다. 하지만 그들은 애플이 가장 마지막에 보여준 유일한 소프트웨어인 <페이스타임>을 주목했다.

페이스타임은 겉보기에는 아무런 신기할 것도 없는 영상통화다.
우리나라에서도 3G시대가 열리면서 갖가지 방법으로 이통사와 단말기 회사들이 광고를 내보내며 사용자를 모으려 안감힘을 쓴 기술이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음성통화보다 비싼 요금과 열악한 화질, 준비안된 상황에서 굳이 얼굴을 보며 통화해야 하냐는 사생활 보호심리까지 겹쳐서 그다지 큰 성공을 하지 못했다.


이런 철지난(?) 기술을 다시 애플이 들고 나온 것 뿐이라고 비하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요즘의 애플은 그야말로 획기적인 기술보다는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잘 포장해서 획기적인 방향설정을 함으로서 혁신을 하는 데 능하다.
 

이미 각 이통사들의 유료 부가서비스 통화 이거나 스카이프 에서 지원하는 영상통화의 기술 자체는 그다지 신기할 게 없다. 그러나 애플의 페이스타임은 분명한 세 가지 장점이 존재한다.

1. 경험한 사람들에 따르면 다른 이통사나 스카이프의 영상통화와 다르게 화질이 좋고 끊김이 적다고 한다. WiFi(무선랜) 전용이기에 데이터양의 제한을 덜 받는 데다가 애플이 독자적인 코덱을 적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2. 이통사의 기본 영상통화는 음성통화보다 비싼 유료서비스다. 스카이프의 영상통화는 가입자간 무료지만 별도 가입이 필요하며, 이통사나 단말기 회사와의 제휴가 없기에 스카이프를 켜놓아야만 전화를 받을 수 있다. 물론 몇 가지 세팅을 통해 극복하는 방법도 있다고 하나 초보자가 하기 어렵다. 이에 비해 애플 아이폰4는 가입도 필요없고 무료다. 애플에서 지원하므로 무선랜에 연결되어 있으면 전화처럼 바로 걸고 받을 수 있다.

3. 애플은 이것을 아이폰 안의 폐쇄 프로그램으로 놓아두지 않고 관련 API를 공개했다. 이는 안드로이드와 PC등 다른 플랫폼과의 통화를 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로서 매우 영리한 결정이다. 이통사나 스카이프는 이런 면에서 아이폰4보다 뒤떨어진다.

아이폰4의 하드웨어 우위는 잠시만 지나면 전부 사라진다. 자이로스코프 센서조차도 곧 다른 스마트폰에 필수 탑재될 것이다. 그러나 페이스타임은 이통사의 이익과 정책에 별로 구애받지 않는 애플과 달리, 이통사의 수익을 갉아먹을 걱정이 있으므로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따라가기 힘들다.

제대로 대응하려면 구글이 운영체제 차원에서 지원하고는 모든 안드로이드에 표준으로 탑재하며 API를 공개하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통일해서 내놓아야 한다. 그런데 이것이 실현될 가능성이 낮다는 게 문제다.


결국 최후까지 남을 아이폰4의 확실한 장점은 다른 어떤 하드웨어도 아닌 소프트웨어 <페이스타임>이다. 최대장점으로 남게 되는 셈이다.

아이폰4의 최대 장점은 무료 영상통화다.

애플이란 회사의 위대함은 이런 데 있다. 아무 것도 아닌 기능이지만 그것으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고 다른 회사들이 따라하게 만든다는 데 있다. 만일 영상통화 페이스타임이 성공적으로 아이폰4 최대장점으로 부각되면 수익에 집착하던 이통사도 어쩔 수 없이 양보하게 되고, 다른 진영에서도 무료 영상통화 소프트웨어를 내놓게 된다.

마치 약속이나 한듯 단말기 회사들이 원가 몇푼 들지도 않는 WiFi 기능을 해외에선 탑재하면서 국내 출시모델에서 삭제해서 이통사의 무선 인터넷 수익을 지켜주다가, 아이폰이 와이파이를 가지고 들어와서 무료 풀 웹 브라우징을 지원하자 일제히 자기들도 와이파이를 탑재해서 내놓듯이 말이다.


페이스타임 역시 결국은 애플이 소비자를 위해서 또 하나의 발전을 시켜주는 셈이다. 하드웨어 우위가 아닌 소프트웨어로서 혁신을 가져다주는 애플의 중요성은 여기에 있다. 애플과 스티브 잡스가 열광적 팬보이를 가진 까닭이 여기에 있으며, 나도 바로 이런 점 때문에 애플을 좋아하고, 스티브 잡스를 존경한다.

또한 발표회에서 잡스는 <아직은> 이통사와의 협의 문제로 와이파이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 숨겨진 뉘앙스는 만일 이통사와의 협의만 되면 <3G망>에서도 데이터 용량 한도내에서 <별도 요금없이> 지원하겠다는 뜻도 된다. 이것도 매우 혁신적인 일로 어쩌면 그렇게 되는 순간 관련 서비스 업체 스카이프는 수익의 절반 정도를 잃어버릴 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과연 아이폰4가 국내에 들어오면 무료 영상통화인 페이스타임이 관련 업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지 기대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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