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게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지 마라.
아무리 옳은 말이라도 꼭 그 시점에서 할 필요 없는 말을 꺼내는 건 무례다. 특히 상대에게 축하할 만한 일이 있는 상황에서는 말이다.
아이폰4를 발표한 애플과 사용자에게는 지금이 일종의 축제상태다. 연일 아이폰4에 대한 기사와 분석이 올라오고 있다. 새로운 세대의 아이폰에 흥분한 기존 국내 사용자들은 할부를 승계해서라도 아이폰4를 사고 싶다고까지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당분간은 애플에 대해 지나치게 날이 선 포스팅은 하지 않으려 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 터져 나온 하나의 뉴스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더구나 그것은 새로 나온 아이폰4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것은 본업이 모바일 광고가 아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을 겨냥한 것이다. 이 조항이 그대로 적용되면 구글 등의 위치정보
수집이 금지될 것이라고 IT업계는 보고 있다.
이용자 위치정보는 모바일 광고에서 필수적인
핵심 정보다. 이 조항에 따르면 결국 구글 등 경쟁사의 모바일 광고는 아이폰 서비스가 거의 불가능해지게 된다
이 뉴스를 보는 순간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세상을 바꿀 최고의 제품을 보여주겠다는 스티브 잡스의 번뜩이는 눈빛과 환호하던 애플 관중 뒤에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게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지 복잡해서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사람을 위해 아주 간단하게 정리해주겠다.
이런 뜻이다. 여기에 더해서 이렇듯 이용약관을 제멋대로 뜯어고치며 아이폰 위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발휘하는 최근의 현상을 참고해서 더 간략하게 추상적으로 말해보자.
애플에게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지 마라.
나는 어쩐지 이 추상적인 문구쪽이 더 마음에 든다. 그건 마치 자기 비서와 섹스를 해놓고는 단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노라고 말장난하는 예전 미국 대통령의 표현이 어이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체 어째서일까?
애플이 너무 잘나서 세상이 시기하니까? 그러니까 스티브 잡스란 예수가 애플이란 사도를 이끌고 복음을 전파하려는데 못된 히브리인과 로마인 같은 업체들이 신의 뜻을 거스르고 덤비려하니까? 애플이 잘못한건 전혀 없는데 모두가 애플 하나를 시기하고 질투한 나머지 없는 죄를 만들어 십자가에 못박기 위해 혈안이 된 거라서?
이런. 이쯤되면 애플이 혁신을 위해서 백주대로에 사람을 죽인다고 해도 이해해 줄 분위기다. 아마도 쿠데타를 일으켜 애플이 미국 공화당과 민주당을 몰아내고, 스티브 잡스가 총통이 되면 더 좋아할 지도 모른다. 애플과 잡스만 잘났고 나머지는 다들 무능하고 남의 결실을 가로채려고만 하니까.
좀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 자기가 만든 기기(플랫폼)라고 뭐든지 자기 맘대로 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요즘 문제되고 있는 것 가운데 하나가 <망중립성>이다.
그러나 미국 연방통신위원회의 생각은 달랐다. 그들은 비록 사업자가 이익을 위해 만든 망이라도 최소한 그 안을 통과하는 데이터에 대해서는 차별해선 안된다고 해석했다. 즉 미리 약속된 금액을 내기만 하면 그게 음성이든 인터넷 데이터든 차별없이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망중립성이다.
애플이 이렇게 문제를 많이 일으키는 이유는 자기가 만든 플랫폼에서 전혀 이런 중립성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른 업체들은 이제까지는 최소한 <플랫폼 중립성>을 어느 정도 지켰다. IBM은 자기가 만든 컴퓨터에 윈도우 말고는 어떤 운영체제도 설치해서는 안된다고 하지 않았다. MS는 윈도우즈 위에서는 자기들이 허락한 프로그램만 실행할 수 있다거나, 함부로 광고 서비스를 제공해서는 안된다고 제한하지 않았다. 소니가 자기가 만든 캠코더로는 특정한 영상은 찍으면 안된다거나 라이벌 회사의 광고영상은 만들어 배포하지 못한다고 말하지 않았다. 즉 이들은 일단 제품을 팔면 그것이 소비자를 위한 도구가 된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기가 막힌 아이디어로 사용자에게 원하는 그림을 보여주고 돈을 받는 앱을 만들었다 치자. 그래서 그게 엄청나게 성공할 가능성이 보였다. 그래서 애플이 그 수익이 탐난다면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애플 이사회(라고 쓰고 스티브 잡스 1인이라고 읽는다)에서 논의를 거쳐 약관을 수정한다.
개발자는 함부로 사용자가 원하는 그림을 제공하지 못한다. 이것은 애플의 허락을 받아야만 가능하다.
이렇게만 수정하면 그걸로 끝이다. 핑계는 뭐든지 가능하다. 보안. 개인정보 유출, 결제시스템의 문제 등등... 커다란 이익이 걸린 문제에서 언제 사람이 핑계가 없어 행동 못하는 걸 보았는가?
순식간에 퇴출된 개발자는 억울해도 할 수 없다. 애플은 자기들이 만든 제품 위에서 무엇이 돌아갈 지 통제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니까. 고소하더라도 결론이 나려면 아마 미국 최고법정까지 10년쯤 걸릴 소송을 이겨내야 할 것이다.
이쯤되면 이미 애플에게서는 그 어떤 공정함도 기대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 것이다. 해결책은 천사와 악마 두 가지가 있다.
천사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전부 애플제품을 구입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예 애플을 점유율 90프로가 넘는 독과점 업체로 만든다음, 미국 반독점법에 걸려 해체되도록 만드는 방법이다.
악마는 반대로 모든 사람들이 일제히 애플제품을 외면하는 것이다. 그럼 당황한 애플이 거만한 약관을 포기하든가, 아니면 그대로 망할 것이다.
그러나 불행히도 당분간은 이 둘 중 어떤 것도 현실이 되기 힘들 것 같다. 아이폰은 일반인이 편하게 사기에는 아직 고가다. 그렇다고 일제히 외면하기에는 아이폰의 매력은 대단하다.
그래. 사실 생각해보면 단순한 일이다.
우리가 보기만 해도 눈이 번뜩 뜨이는 미인과 만날 때 공정함을 요구하던가? 매번 왜 내가 데이트비용을 전부 내는지 불만이었던가? 그녀에게 수시로 선물을 사주면서, 왜 그녀가 나에게는 선물 한번 안 하는지 불공평하다고 말했던가? 그녀가 병아리를 가리키며 이건 공룡이라고 말한들, 틀렸다고 대꾸했던가?
애플에게서 공정한 경쟁을 기대하지 마라. 단지 애플의 제품이 가져다주는 매력만 마음껏 즐겨라. 미인 앞에서는 논리가 필요없듯이 혁신을 만들어내는 애플 제품 앞에서 어줍잖은 자유와 평등을 외치지 마라.
이것이 내가 내린 결론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리라 믿는다. 애플을 좋아하는 사람과 좋아하지 않는 사람조차도 각각 다른 의미로 말이다.
이 글이 오늘자 다음뷰 메인에 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은 한국이 월드컵에서 그리스를 상대로 이겼습니다!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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