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업계의 기술은 놀랍도록 빠르게 발달한다. 때로는 상상을 뛰어넘는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한다. 우리는 흔히 그것을 혁신, 혹은 이노베이션이라 칭하며 박수를 치며 기대한다.

바로 그 때문일까? IT업계는 루머가 많다. 마치 연예인 누가 누구와 사귄다는 식으로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흘러다닌다. 대부분은 근거없는 낭설이지만 그 가운데는 나중에 진짜로 밝혀지는 것도 있어 관심을 자아낸다.

루머는 대부분 예측에서 생긴다. 그리고 IT업계에는 많은 예측이 있다. 그 가운데는 640킬로바이트가 넘는 메모리는 너무 많아서 쓸 데가 없을 거라는 틀린 예측도 있었고, 미래에는 사람이 뇌 안에 컴퓨터 칩을 심고 다니며 이마에 바코드를 새길 거란 넓고 불확실한 예측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이런 장기적 예측이 몇몇 사실과 합쳐지면 그것이 루머가 된다. 그런 면에서 별다른 새로울 것이 없지만 그래도 비교적 놀라운 루머 하나를 소개한다.



애플의 타블렛인 아이패드가 컴퓨터인 매킨토시와 하나로 합쳐질 것이다.
 
보다 정확히 말하면 아이패드에 쓰인 모바일 운영체제인 iOS가 매킨토시의 운영체제인 OSX와 합쳐질 거란 미래예측이다.

이 말을 듣고 놀랐다면 아마도 IT쪽에 관심이 적은 사람일 것이고, 그다지 놀라지 않거나 왜? 라고 바로 반문한다면 관심과 지식이 많은 사람일 것이다. 관련기사를 하나 소개하겠다.


뉴스윅의 댄 라이온스는 논설에서 애플이 더 이상 맥에 관심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애플은 이번 WWDC 이벤트에서 전적으로 iOS 기기에 대해 집중해 IT 트랙을 생략했고, 개발자들에게 수여된 '올해의 디자인 상'에서 맥 소프트웨어가 제외된 것을 라이온스는 지적했다.

이에 대해 스티브 잡스는 맥을 방관하고 있지 않다면서 이같은 소식은 절대로 잘못된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올해의 디자인 상'에서 맥 소프트웨어가 빠진 것에 대해 어떤 숨은 의도는 없다고 말하고, 올해 WWDC는 단순히 iOS에 집중했고, 내년에는 맥이 강조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애플의 맥과 iOS 개발에 대한 장기적 계획은 애플의 중역들 밖에 모른다. 그러나 몇몇 업저버들은 두 플랫폼들이 결국 병합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루머들은 애플이 터치스크린 iMac 제작에 관심을 갖고 있고, 이에 필요한 기술은 맥 OS의 대폭 개정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는 전부터 아이패드가 궁극적으로는 그 안의 운영체제를 통해 넷북, 노트북 나아가 데스크탑까지 노리는 승부수라고 예측했다. 이것은 나만의 예측이 아니다. 또한 이렇듯 일련의 움직임이 뒷받침해주고 있다.

우선 애플의 시장상황으로 생각해보자. 애플은 스스로 하드웨어를 파는 업체라고 말하며, 실제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묶어서 팔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애플의 본질은 소프트웨어에 있다. 그러니 어떤 결단을 내려야 할 순간이 오면 포기할 수 있는 것은 하드웨어지, 소프트웨어가 아니다.


컴퓨터 시장에 있어서 애플이 생산하는 매킨토시는 비록 매니아가 있고 일정한 점유율을 유지할 테지만 현상황으로는 결코 일정 한도를 벗어날 수 없다. 즉 아무리 많은 자원을 투자해도 성장 가능성이 낮다. 유지할 가치는 있어도 공세적으로 나갈 필요성이 없다.

반면에 아이폰, 아이패드로 상징되는 모바일 시장, 그리고 아이티비로 뻗어나가는 가전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애플에게 거의 무한에 가깝다. 이곳에 투입하기 위해 잡스는 아이폰에 탑재한 OS에 정식으로 iOS란 이름까지 붙여서 발전시켜나갈 뜻을 분명히 했다.

애플은 현재 시가총액에서 MS를 제칠정도로 현금보유량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기업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그럼에도 주력분야를 많이 늘리지 않는다. 스티브 잡스는 이번 D8에서 말하길 애플은 가용 자원이 넉넉하지 못한 회사이므로 분야를 좁히고 그 안에서 총력을 다해왔다고 강조했다. 엄청나게 많은 자금과 개발인력을 오로지 좁은 한 분야에 밀어넣고 온 힘을 다하는 것이 애플의 기본 개발전략인 셈이다.

이를 증명하는 추가 기사 하나를 보자.

애플 내부의 소스에 의하면, 애플은 WWDC를 iOS 이벤트와 맥 OS X 이벤트로 나눠 연 2회 개최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드맥은 전했다. 이같은 계획은 개발자들에게 더 집중된 키노트들, 웍샵들, 세션들을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애플은 iOS를 단지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위한 플랫폼만이 아닌 커넥티드 디바이스들과 스크린들을 위한 전체적인 이코시스템으로 발전시키려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니까 iOS는 앞으로 애플이 만드는 기기 가운데 매킨토시를 제외한 모든 기기에 이용될 예정이다. 따로 임베디드 운영체제를 만드는 게 아니라 통일성을 갖춘 iOS가 일괄적으로 쓰인다. 그러면 의문이 제기된다.

왜 그럼 매킨토시만 따로 운영체제를 갖춰야할까? 자원이 넉넉치 않는 애플이고 모든 곳에 iOS가 쓰이는데?

iOS는 그 뿌리인 커널을 매킨토시의 OSX에 두고 있다. 때문에 둘은 그다지 상이한 운영체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둘 사이에는 별다른 호환성이 없다. 매킨토시에서 개발자용 iOS 애뮬레이터 비슷한 것이 돌아가긴 해도 그저 흉내내는 수준이다. 둘 사이에는 상위호환성이나 하위호환성은 일체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래야 할까? 스티브 잡스의 애플은 일관되고 깔끔한 라인을 좋아한다. 매킨토시의 운영체제와 아이폰의 운영체제를 계속 다르게 유지하며 발전시킨다는 건 낭비다. 한정된 자원을 집중시킨다는 스스로의 말에도 어긋난다. 결국 내 예측을 포함한 실리콘밸리의 루머들은 일제히 하나의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


아이패드와 매킨토시가 하나로 합쳐진다고?


즉 매킨토시가 스크린에 타블렛을 달고는 그 위에서 iOS를 직접 실행하거나 호환성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통합된다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아이패드와 매킨토시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사실이나 마찬가지다. 그 방법이야 듀얼부팅이 될 수도 있고, 가상머신이 될 수도 있으며, 상위호환이 될 수도 있다.

기술적으로는 분명히 가능하다. 매킨토시의 OSX와 아이패드의 iOS는 같은 커널을 쓰며 구현방식도 비슷하다. 애플이 만일 하려고만 마음먹으면 못할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과연 스티브 잡스는 이 둘을 하나로 합치며 동시에 TV를 포함한 모든 애플의 영역에 심어놓을 것인가?


스티브 잡스는 D8에서 미래의 컴퓨터는 태블릿이 한 가정에 있어서 자동차라면, 맥을 포함한 PC는 트럭이라고 비유한 바 있다.

이 말을 음미해보자. 결국 맥조차도 사라지게될 하나의 하드웨어에 불과하다. 다만 애플이 꿈꾸는 미래는 그 맥을 아이패드에 넣어 다른 멋진 하드웨어로 재탄생시킬 미래일 것이 분명하다. 앞으로의 전개를 흥미있게 지켜보자.


이 글이 오늘자 다음뷰 메인에 올랐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