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텔레그램]



국가권력이 어떤 것을 얼마만큼 통제할까 하는 건 오늘날 모든 나라들이 심각하게 고민하는 문제다. 많은 문제가 터져나와도 총기소지의 자유를 허용하고, 인터넷 검열에 반대하는 미국은 미성년 음란물에 관해서는 일체의 자비도 없다. 특허나 저작권에 대해서 별로 신경을 쓰지 않기로 유명한 중국은 인터넷 등을 이용한 사이버 정치활동에 대해 매우 민감해서 '황금방패'를 통해 검열하고 페이스북, 유튜브 등 미국 플랫폼 접속을 완전히 차단하고 있다. 

요즘 한국에서는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 SNS 플랫폼인 '텔레그램'에 대한 통제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텔레그램은 나올 때부터 특정한 국적성을 가진 플랫폼이 아니고, 최초부터 검열이나 통제를 받지 않으면서 종단간 암호화를 통해 완전히 국가 영향력에서 자유로운 서비스를 지향했다. 때문에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그 순작용과 부작용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그 가운데 부정적인 작용이 근래에 특히 강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텔레그램은 저작권을 무시한 불법 콘텐츠 스트리밍 사이트 등의 전파에 널리 쓰이고 있다. K드라마등 인기 콘텐츠 무료로 볼 수 있는 ‘누누티비’는 정부 단속으로 공식 서비스를 4월 14일에 종료했지만, 텔레그램 채널방에선 여전히 웹주소(URL)를 바꾸거나 유사한 사이트로 안내하는 등 살아남아 있다. 

또한 텔레그램에서는 다양한 은어를 활용해 마약을 사고파는 불법 게시물이 넘치고 있다. 검찰은 지난해 5월부터 올해 2월까지 경남 김해시 소재 아파트 2곳에서 대마를 재배한 정 모 씨와 박 모 씨를 검거했다. 이들은 텔레그램 채널에 대마 판매 광고를 26번 게시하고 직접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텔레그램은 작년부터 미성년자 불법 성착취 영상물이 유포되는 n번방, 박사방 등 범죄 영상물의 유통 창구 역할도 했다. 그럼에도 당국은 텔레그램측에 어떤 제재도 가하지 못했다. 사실 이런 문제는 굳이 텔레그램 뿐만이 아니라 비슷한 미국 플랫폼 서비스인 '텀블러'에서도 제기된 바 있다. 이에 정부에서 아예 다운로드 자체를 차단하는 방법을 비롯해 법 적용 대상에서 비껴난 텔레그램에 대한 실질적 규제법이 다양하게 논의된 바 있다.

막상 글로벌 서비스인 텔레그램은 뚜렷하게 전반적인 법적 책임을 지는 주체 기업이 없다. 또한 인터넷을 통해 국경 없이 연결되는 만큼 어느 곳을 대상으로 요구하고 피드백을 받을 지도 모호하다. 그저 범죄를 저지른 개별 사용자를 처벌하거나 특정 주소를 차단하는 방식으로 규제할 수 있을 뿐이다. 

차단 방식에는 문제점이 많다. 메신저 서비스 자체가 안쪽 메시지는 개인통신 비밀에 속하는 데다가 어떤 국가에서 차단해도 실제로는 특정 IP 접속을 막는게 고작이라 사용자가 VPN을 사용하면 우회접속이 가능하다. 법적으로 분석해도 국민의 개인적 통신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침해할 수 없다는 점에서 과도하게 치밀한 기술적 통제는 불가능에 가깝다. 

실제로 해외에 서버를 둔 텔레그램은 지금까지 그 어떤 정부에도 수사 협조를 하지 않았다. 때문에 텔레그램 정보만으로 피의자 신원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 법에서도 메신저 서비스에서 이뤄지는 사적인 대화에 해당 법을 적용해 차단이나 신원파악을 시도하면 과도한 규제로 판단될 수 있다. 불법 촬영물과 마약 유통이 심각한 범죄이긴 해도 그걸 잡겠다고 죄없는 다수 사용자의 권리를 전부 무시할 수는 없다는 고민이 있다. 

텔레그램이든 카카오톡이든 전부 같은 메신저 서비스다. 검찰 입장에서는 국내 업체가 국내에 서버를 두고 운영하는 카카오톡이 훨씬 '만만해' 보이기에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드는 수사기법을 쓸 필요 없이 검열 근거를 두고 협조 공문만 보내면 된다고 생각할 뿐이다. 개인간 메신저의 내용이나 신원이 언제든 차단되고 공개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 그 서비스 사용자는 위축되고 감소될 수 밖에 없다. 범죄에 이용하려는 사람은 그 서비스를 쓰지 않으면 그만이다. 

어차피 '텔레그램'이란 고유의 서비스가 본질이 아니다. 인터넷으로 국경을 넘고 기술적으로 익명성이 보장되는 통신기술 전체가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정부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는 건 부당한 탄압을 가하는 권위주의 국가의 감시를 피해 다양한 논의와 교류를 할 수 있는 장이 된다는 의미인 동시에, 불법적인 행위를 차단하고 검거하려는 합리적인 공권력의 감시도 피해서 범죄를 모의할 수 있다는 의미도 된다. 어떤 것만 취하고 어떤 것을 버릴 수는 없다. 

즉 텔레그램에 대한 규제는 기술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에 가깝게 하면서 수사기법을 고도화시켜서 부작용을 막는 것이 올바른 방향이다. 텔레그램도 결국은 인간이 만들고 운영하는 서비스다. 반인륜적 행동을 권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필요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해가면 합의할 수 있다. 

미국정부는 한때 특정 테러리스트를 검거하기 위해 애플에 아이클라우드 해제법을 요청했다. 하지만 애플의 거부의향을 듣고는 이스라엘 전문업체의 솔루션을 구입해서 목적을 달성했다고 한다. 결과적으로는 둘다 지향하는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텔레그램 역시 단순히 수사 편의성만을 위한 검열이나 행정 편의성을 위한 차단이 아니라 보다 현명한 통제법이 나올 수 있으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