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흔히 복잡한 상황을 비유해서 말하길 좋아한다. 그렇게하면 사람들이 선입관이나 편견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난 시선으로 상황을 인식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동안 애플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주로 말해왔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애플의 경쟁업체를 옹호한다는 인식을 주었다. 하지만 분명히 말해서 나는 그 어느 쪽도 편들지 않는다. 나는 어느 업체도 시장을 지배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구글과 애플이 지금 여러 분야에서 첨예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애플과 잡스가 좋아서 응원하는 사람과 구글의 개방전략이 좋아서 응원하는 사람들의 대립도 점점 격화된다. 하지만 나는 이 시점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구글VS애플, 누가 이기든 미래는 없다.




애플의 마케팅 전략을 항공사로 비유해 보자.
애플에서 제공하는 1등석은 너무 편하고 너무 좋다. 섹시하고 친절한 스튜어디스가 항시 편의를 돌봐준다. 대신 같은 목적지의 다른 좌석보다 비싼 값을 내야한다. 물론 너무 편하고 즐거워서 기꺼이 내게 되고 서로 타려고 한다. 탔다는 걸 자랑한다.

심지어는 그 항공사의 매니아가 된다. 다른 소비자가 1등석 요금이 너무 비싸다거나, 어째서 애플에는 1등석만 있냐거나, 스튜어디스가 예쁘긴 한데 머리는 그다지 좋은 것 같지 않다고 하면 반발하며 맹렬히 공격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이런 애플의 1등석은 여태까지 항상 유행이 되고 일시적 주류가 되긴 했어도 시장의 최종 승자가 되지는 못했다.

왜 잡스와 애플이 창조한 혁신은 시장의 승자가 되지 못하는가?

간단히 말해서 비싸니까 그렇다. 저가형이나 보급형 따위는 없는 것이 애플의 특성이다. 1등석만 있는 비행기는 수익도 많고 회사 이미지도 정말 좋다. 그런데 막상 아무리 타고 싶어도 돈이 없어서 여기 못타는 여행객이 대다수다. 때문에 다른 항공사들이 이코노미 클래스를 만들어서 나머지를 구제한다.



그러면 잡스는 더 기발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또 1등석이다. 가끔 인심써봐야 비지니스 클래스 수준이지, 이코노미 클래스는 영원히 없다. 그래놓고 잡스는 그런 이코노미 클래스 따위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쓰레기라고 비난하기까지 한다.


실례로 스티브 잡스가 애플2의 뒤를 이어서 야심작으로 내놓은 리사는 처참하게 실패했다. 제록스 연구소에서 가져온 최초의 GUI를 탑재한 고성능의 컴퓨터였지만 그 연구비와 개발비를 단숨에 뽑아내기라도 하겠다는 듯 책정한 1만달러의 가격이 문제였다.

결국 GUI탑재를 했지만 성능을 적당히 낮추고 가격을 대폭 내린 매킨토시가 2천달러 남짓한 가격으로 선보여 성공할 수 있었다. 극단적인 퍼스트 클래스 전략에서 그나마 비지니스 클래스로 낮춰서야 시장점유율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잡스는 애플에서 쫓겨나고는 다시 만든 NEXT 컴퓨터에서 또다시 엄청난 성능과 극단적인 가격을 제시하며 실패한다. 

구글의 마케팅 전략을 보자.




이건 우리가 주위에서 보는 공짜 효도관광 패키지다.
구글이 제공하는 여행 좌석은 무료이거나 말도 안되는 싼 가격이다. 이걸로 땅파서 장사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실은 기업체의 물건 팔아서 이익을 보고 있다. 목적지까지 어떻게든 데려다준다. 관광도 시켜주긴 한다. 하지만 떼거지로 대충 <운반해>줄 뿐이다. 도중에 잠시 들를 데가 있다며 실컷 광고를 들어야 한다. 안사도 된다고는 하지만 부담된다.

어차피 구글은 광고주에게 돈을 받고 있으므로 소비자에게는 한 푼도 안받아도 된다. 그러므로 기본적으로 이코노미 클래스 수준의 친절함은 제공한다. 하지만 그 이상은 해줄 능력이 없다. 승객이 도중에 피곤해서 광고 좀 안보고 싶어도 할 수 없다. 공짜여행을 하면서 광고까지 안들어주면 구글도 난처하고 손님도 돈을 내야 한다.
<악마가 되지 말자.> 라는 구글의 모토는 어느새 <광고악마>로 변해버린 구글이 <광고를 봐! 보기로 했잖아!>라고 윽박지르는 장면으로 바뀐다.



공짜니까 획기적인 기능향상과 업그레이드도 바랄 수 없다. 공짜는 좋은 것이지만 그것은 동시에 일정한도 이상의 책임도 지울 수 없다는 약점이 존재한다. 공짜로 받아쓴 소비자가 그걸 쓰다가 부족함을 느끼거나 손실을 입을 수도 있다. 그렇지만 법적으로는 기능향상을 요구할 수도 없고, 손실 배상을 청구하기도 조금 곤란하다.
할 수 없다. 모든 게 공짜라니까 영혼까지 팔아넘기기로 동의한 소비자의 잘못이다.


당신의 선택은 어느쪽인가?

애플과 구글의 전략 모두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위한 옵션이므로 필요하다. 세상 항공사에 1등석만 있으면 돈 없는 사람은 해외를 헤엄쳐서 가야할 것이다. 반대로 효도관광만 있으면 목적지로 바로 편하게 가고자 하는 사람은 짜증만 날 것이다. 약속시간도 놓칠 것이다. 그러니 양쪽을 서로 경쟁하도록 해주자.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가 하나 있다.




양쪽이 서로 닮아간다는 점이다. 애플이 구글의 수익을 탐내고, 구글은 애플의 1등석 시장이 탐난다. 상황이 조금씩 바뀐다.

어느새 애플 항공사의 1등석에서는 스튜어디스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성냥 하나 사세요.>라고 미소지으며 광고를 한다. 성냥팔이 소녀일까? 미소가 아름답긴 하지만 내용은 듣기싫은 광고일 뿐이다. 얼마내고 산 1등석인데 왜 광고까지 봐야하는걸까. 이럴거면 그냥 효도관광 갈까. 하는 생각도 든다. 비싼 돈 주고 구입한 아이폰에서 아이애드라며 광고까지 봐야하는 현실이 다가온다.

한편 효도관광으로 돈을 절약해준다던 구글은 서비스를 고급화하겠다면서 점점 옵션비용을 붙이기 시작했다. 기본적으로는 구글은 돈을 안받지만 이통사에게 얼마 주고, 협력사에 얼마주고 하는 식으로 커미션을 주려고 자꾸 잔돈을 챙겨간다. 이럴 거면 차라리 광고없고 정가만 받는 저가항공사 갈걸 그랬다.

그렇지만 고가시장은 애플이, 저가시장은 구글이 휩쓸어가니 어중간한 중간 회사들은 사업을 접거나 수익모델을 바꾼다.  두 회사가 서로 닮아가는 가운데 소비자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구글과 애플 가운데 누가 이기든 소비자에게는 미래가 없다.
두 회사가 어느 쪽도 승자가 되지 못하고 치열히 싸우는 순간만이 소비자는 가장 혜택을 볼 수 있다. 마치 선거가 끝나고 당선되면 그 다음부터는 유권자를 우습게 보는 정치인처럼 .

여기서 결정적 승자가 된 회사는 소비자를 신경쓸 필요가 없다. 남은 건 그저 승자의 횡포일뿐. 우리는 이미 MS의 독재를 경험하고 있지 않은가? 또다른 분야에서 다른 독재자를 원하는가?

IT업계를 히틀러와 스탈린 같은 회사들이 서로의 영역에서 나란히 통치하는 광경을 떠올려보자. 끔찍하다. 난 결코 그런 세상을 바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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