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SKT]



평창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던 2018년, 필자가 5G 관련 이통사 행사에서 인상깊게 본 것은 28Ghz 란 고주파 주파수 대역을 써서 서비스 한다는 부분이었다. 세계 최초의 5G 서비스, 한국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 전세계 IT기술을 선도하는 한국 등 자극적인 문구로 잘 포장되어 있긴 했지만 필자의 뇌리에 끝까지 남은 의문 하나가 지워지지 않았다.

- 과연 이 서비스를 정말로 이통사들이 4G만큼 대중적으로 서비스할 수 있을까?  

전파는 고주파 대역으로 갈 수록 직진성이 좋아지면서 높은 정보량을 혼신없이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댓가로 전파가 장애물을 돌아가는 회절성이 약해지고 멀리 도달하는 능력이 떨어진다. 우리가 가정에서 사용하는 일반 와이파이 주파수가 좋은 예다. 성능 좋은 고가 공유기를 사용해도 무선 인터넷 기기 한대로는 100미터를 도달하기도 힘들다.

이통사가 28GHz를 이용해 5G를 전면적으로 서비스 하겠다고 한다면 구체적 실행 방법이란 두 가지 밖에 없다. 많은 돈을 들여 엄청나게 많은 중계기를 촘촘하게 심어놓든가, 고주파 대역으로도 도달거리가 충분할 만큼 출력과 전파효율이 높은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다. 필자가 관계자에게 정말 할 거냐고 물었을 때 간단하게 들은 답은 Yes였다. 따라서 신기술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상당한 투자를 통해 중계기 숫자를 늘려서라도 그 목표를 달성할 의지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렇지만 실제 이통사의 생각은 필자의 예상과 전혀 달랐다.

정부가 KT와 LGU+에 5G 28Ghz 대역에 대한 주파수 할당 취소 처분을 내렸다. 또한 SKT에게 이용기간 단축 처분을 내렸다. 2018년 5G 주파수를 할당했을 때 조건으로 부과한 28Ghz 대역 기지국 설치 이행율을 달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취소를 면한 SKT도 이용기간인 5년에서 6개월을 단축하고 내년 5월까지 최초 할당 조건인 15,000 장치(중계기)를 구축하지 못할 경우 할당이 취소된다는 것을 통고했다.

과기정통부는 28Ghz 대역에서 이동통신3사의 망구축 실적이 의무 수량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정부의 주파수 할당을 두고 아예 취소를 통보한 처분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이통사의 추진실적 자체가 미미하고 앞으로의 개선여지도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통사는 이같은 저조한 추진실적에 대한 변명을 주파수 특성에 돌리고 있다. 고주파 대역 특성상 장애물을 우회하기 어렵고 도달 거리가 짧아 전국망 용도로 쓰이기엔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스마트팩토리와 같은 특정 건물이나 지역에 필요한 기업간거래 용도나 대형 쇼핑몰 경기장 등에만 쓰이기 적합하기에 투자유인이 없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평창올림픽과 5G 서비스 실시를 앞두고 28Ghz를 먼저 앞세운 건 이통사였다. 그때는 5G서비스를 통해서 점점 떨어져가는 4G 요금을 벗어나 더 비싼 요금을 받아내는 게 급했기에 되든 안되든 장밋빛 꿈을 광고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원하는 대로 요금이 높아지고 이익이 더 높아지자 막상 돈만 나가는 고기술, 고비용 장비설치는 '과감하게' 포기해버린 것이다.  결국 정부는 채찍과 당근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당근만 먹인 꼴이 되어 뒤늦게 채찍을 꺼내든 셈이다. 

과연 정말로 이통사가 주장하듯이 28Ghz는 별로 매력이 없기에 쓰지 못할 주파수일까? 조심스럽긴 해도 지난 지난 15일(현지시간)부터 17일까지 미국에서 퀄컴이 주최한 스냅드래곤 테크 서밋에서는 28GHz 서비스가 여전히 실연되었다. 5G 최초개통이라는 한국에서는 이제 돈이 안되서 내던진 서비스지만 미국에서 조용히 계속 실용화되고 있다.  버라이즌은 이 지역에 28GHz 대역뿐만 아니라 39GHz 대역까지도 서비스했고 여기에는 미국에 출시된 갤럭시 S22도 쓰였다.

이통사의 주장은 어떤 것도 근거가 부족한 변명일 뿐이다. 가장 실체에 가까운 것은 2018년에 이통사가 이익을 위해 28Ghz 서비스를 부풀려서 마구 광고하고 큰소리를 쳤다는 점, 이익을 달성한 뒤 투자를 하지 않기 위해 의무를 포기했다는 점이다. 

이렇게 28GHz 주파수를 취소당한 이통사는 과연 투자 없이 이익만 추구할 수 있을까? 문제는 이것이 이통사들이 앞으로도 계속 반복할 행보라는 점이고 마땅한 징계도 없을 거란 암울한 전망이다. 3G-4G, 4G-5G 사이에서 반복되는 이런 행보에 이미 소비자들은 지칠대로 지쳐있다. 5G는 여전히 잘 안터지고 속도는 안나오며 4G LTE 전환되는 경우가 많지만 이제 이통사는 6G를 해야한다고 외치고 있다. 

이런 이통사의 움직임에 대해 정부의 제대로 된 징계와 강제 이행 조치가 없다면, 결국 남은 것은 시장에서 소비자가 움직이게 될 것이다. 벌써부터 이동통신 시장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SKT의 40퍼센트 점유율이 위태롭게 됐고 알뜰폰 시장이 커져가고 있으며 경기불황이 예고되면서 신형 단말기 출시에 따른 유인요건도 줄어들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서비스 품질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저버린 이통사가 지속적으로 이익을 늘려갈 수는 없을 것이다. 신뢰를 찾고 이익을 늘려가는 길은 이제 기초 서비스 인프라에 대한  투자 뿐이다. 다른 답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