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애플 홈페이지]


얼마전까지만 해도 애플은 사회적 역할이나 공익을 거의 신경쓰지 않았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주식에 대한 배당금 대신 주가 상승이면 충분하다고 주장했었다. 또한 미국 환경단체가 애플이 제품을 생산하고 그것이 소비되는 환경에 대한 기부금을 내라고 요구하자, 포장재를 극도로 줄이면서 폐기 전자제품에서 자원을 회수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기부금 내기는 거부했다는 말도 있다.

원래 미국 기업은 스스로 혁신제품을 만들어내서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면 그것이 곧 사회적 기여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있다. 기업이 기업 본연의 역할에 집중하는 게 제일이라는 논리에 비춰 본다면 애플은 분명 제 역할을 다하고 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맥북 등이 세상을 열광시키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 애플이 얻는 이윤 규모가 엄청나게 커져 세계 시가총액 1위 기업이 됐다. 그러자 여태까지 비교적 작은 기업이라는 이유로 면제받던 애플의 사회적 책임이 다시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출처: 폭스콘]


지난 1일 중국이 허난성 정저우에 있는 폭스콘 아이폰 공장에 전면봉쇄를 실시했다. 공장에서 감염자가 나오자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라 취한 행동이다. 앞서 정저우 시정부는 정저우 일대에 완전봉쇄를 하고도 폭스콘 공장은 폐쇄만 시킨 채 그 안에서 노동자의 출퇴근만 금지시켜 외부와 차단한 채 생산을 하게 했다. 

그러나 공장에서 코로나19 감염자가 속출해서 노동자 이탈이 본격화되자 9일까지 봉쇄를 지속하기로 했다. 외부 의료진이 공장에 진입, 전체 노동자를 상대로 코로나19 전수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폭스콘 정저우시 공장은 최대 규모의 아이폰 생산 시설로 전 세계 아이폰 생산의 약 70%를 담당한다. 특히 최신 아이폰인 아이폰14 시리즈 생산의 80%, 아이폰14 프로 생산의 85%를 맡고 있다. 때문에 해당 제품의 출시는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이런 우려로 인해 당일 애플의 주가는 4% 가까이 급락했다.

여기서 꼭 지적하고 싶은 건 애플이 그동안 중국 폭스콘에서 아이폰을 비롯한 제품을 위탁 생산하면서 지적받은 열악한 노동조건, 부실한 지도감독의 문제가 어제오늘 일이 아니란 점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인한 폭스콘 노동자의 사망사건이나 사고사례는 이전부터 계속 언급됐다. 그때마다 애플은 철저히 관리하고 있으며 계속 개선해나갈 것이란 말만 반복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중국'에서 제조한다는 그 자체가 거대한 리스크가 되어 나타났다. 

당연한 말이지만 애플은 폭스콘은 관리할 수 있어도 중국 정부를 관리할 수는 없다. 다른 나라들이 위드코로나 정책으로  예측가능한 방역정책으로 산업현장을 지도할 때, 중국이 혼자서 대도시와 공장을 무더기로 폐쇄하면서 초토화시켜도 애플이 할 수 있는 건 거의 없다. 이건 중국 정치체제의 불확실성과 관련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일련의 흐름이 결국 돌고돌아 소비자에게 가격상승과 배송지연, 신제품 불량률 증가 같은 피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은 글로벌 공급망이 망가져 있는 데다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와 원자재 가격이 불안정하다. 반도체 부품수급과 환율문제까지 겹쳐진 상황에서 애플은 한국가격을 크게 인상했다. 

 

[출처: 애플 유튜브]


미국에서 발표되는 제품 발표에서 팀쿡이 달러표시 가격이 이전과 같다며 미소 지어도 정작 미국을 제외한 거의 모든 나라는 크게 올라간 현지가격으로 구입해야 한다. 만일 생산 타격을 입은 애플이 여기서 들어간 추가 비용을 판매가에 전가시켜 달러가격을 인상한다면 모든 비용이 전가되는 소비자만 손해보는 구조가 된다. 

애플이 사회적 비용이나 하청에 대한 책임감보다 이윤을 택하는 자체는 탓할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런 선택으로 인해 뒤늦게 나타난 리스크에 대한 비용조차 마진을 포함해 소비자가 지불해야 하는 점은 비판할 수 있다. 애플은 그럼에도 소비자가 애플 제품을 살 수 밖에 없다는 자신감 때문에 이런 구조를 그대로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계속 소비자만 피해보는 구조는 길게 지속될 수 없다. 

긴 호흡으로 볼 때 소비자는 결국 함께 살아가는 기업의 손을 들어주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에서 애플은 부실한 AS, 현지화에 대한 무관심, 다른 나라에 비해 부족한 사회적 역할로 유명하다. 지금부터라도 개선하려는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정저우 공장 사태처럼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애플의 변화된 모습을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