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모바일과 컴퓨터 업계는 애플의 아이패드가 가져온 엄청난 폭풍에 휩싸여 있다.

생각하지도 못하다가 닥친 갑작스러운 변화에 HP는 슬레이트, MS는 쿠리어란 컨셉을 발표했다가 준비부족으로 취소하기도 했다. 기술은 부족하지만 투지만 넘치는 중국에서는 Apad란 짝퉁이 나왔고, 독일에서는 이름은 우습지만 나름 진지하게 도전하려는 위패드를 만들었다.


자칭 IT 강국이라는 대한민국도 예외는 아니다. 전자책 업계가 바쁘게 연일 새로운 전자책 단말기를 발표했다. 한편 뒷짐만 지고 있던 삼성과 엘지까지도 자사의 이름을 걸고 <XX패드> 제품을 내놓겠다고 선언했다.

그런데 도대체 발표된 전자책 제품이나 컨셉을 공개한 국내 제품 가운데 정말로 아이패드와 정면으로 대항해보려는 의지가 있기는 한 걸까? 공개된 부분만 보면 정말 한심하기 이를 데 없다.

분명히 말하건대 이 글을 쓰는 나는 단지 IT에 관심이 많은 블로거일뿐, 경영전략이나 제품디자인, 마케팅 과는 전혀 인연이 없는 일반인이다. 그런 내가 안타깝게 생각할 만큼 아이패드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도전하려는 연구가 부족하다.

어쩌면 다들 생각하고 있지만 기업비밀이라 말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평범한 내가 책상에서 생각할 수 있는 이게 특별히 기업비밀 수준까지는 될까? 그러니까 자유스럽게 말해도 되지 않을까. 
  


나에게는 아이패드를 정면으로 맞서 싸워서 한 방에 이길 전략은 없다. 그건 정말로 잘 교육받은 인재들이 각 기업 전략기획실에서 최고 연봉을 받으며 머리를 짜내서 만들어야 할 몫이다.

하지만 나는 적어도 그런 전략이 나올 때까지 아이패드를 조금씩 괴롭히며 약점을 파고 들 수 있는 유격전술은 가지고 있다. 과감히 이제부터 그 방법을 말하겠다.

아이패드를 따라잡으려는 모든 기업에게 제안한다.


1. 잡스가 거부한 플래시를 적극 채택하라.

플래시가 정말로 성능에 문제를 일으키는 지, 혹은 웹표준과 맞지 않는지 같은 대의명분은 도전자에겐 사치다. 현실적으로 많은 유저와 개발자들이 플래시를 원한다. 또한 플래시 지원은 기술적으로 그리 어렵지 않다.
플래시가 절실히 필요한 사람은 그것이 지원되지 않는 제품을 사려는 걸 주저한다. 하지만 플래시를 욕하는 사람도 굳이 플래시가 지원된다는 이유만으로 그 제품구입을 꺼려하지 않는다. 애플 맥에서도 플래시는 지원된다.

2. 인터넷 뱅킹이나 각종 공인인증서가 필요한 인터넷 쇼핑 부분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라.

보통 모바일 기기를 사용자가 가장 요긴하게 느낄 때는 돈과 제품이 즉석에서 편리하게 오갈 때다. 애플의 지원이 미비한 국내 은행과 쇼핑몰 같은 부분을 오히려 대대적으로 지원하라.

3. 애플이 자랑하는 아이패드의 S-IPS 디스플레이도 약점은 있다.

전자책을 구입해서 읽으라고 해놓고는 밝은 햇빛이 내리쬐는 양지에서는 도저히 가독성이 확보되지 않는 것이 아이패드의 현실이다. 전자잉크가 반응성이 나쁘다면 예전에 소니 클리에에서 선보였던 반투명 액정 같은 형식도 생각해볼만 하다. 반투명 액정 디스플레이는 화질이 좀 떨어지지만 반응속도도 충분하고 태양 아래서도 일정한 가독성이 확보된다. 이 외에도 다른 상용기술이 있는지 살펴보자.
 

4. 컨텐츠를 넣고 빼고 재생하는 데 최대한의 편의와 자유를 부여하라.

아이패드와 아이폰 등을 묶어주는 통합된 아이튠즈는 통합과 관리가 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반면에 어떤 컨텐츠든지 자체포맷으로 변환해야 하며 넣고 빼기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USB같은 범용 단자를 기본으로 지원하라. 동시에 저작권을 보호할 최소의 장치 외에는 무인코딩 재생 같은 것을 적극 연구하고 지원하라.

5. 한글, 한국유저에게 편한 앱, 컨텐츠를 집중적으로 개발하고 탑재하라.

애플은 기본적으로 아주 우수한 개발사지만 혼자 잘났다고 뻐기는 안 좋은 면도 있다. 특히 이 도도한 회사는 극동의 작은 반도에서 쓰는 특수한 글자 한글을 비롯해, 고유한 특성을 이해하고 지원하는 노력에 게으르다.

아직도 절반 정도의 사람들이 쓰고 있는 아래한글 워드 프로세서를 위시해서 많은 한국적 필수 소프트웨어를 넣고 다양한 한글 폰트와 세 벌식 자판 입출력 등, 애플이 무시하기 쉬운 분야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라.

6. 국내 주요 포털과 긴밀히 협력하라.


해외에서는 구글이 왕이지만 대한민국이란 동네의 짱은 다음과 네이버 같은 국내포탈이다. 이들과 긴밀히 협력해서
특히 한국어로 하는 검색과 표시에 공을 들여라. 각종 블로그나 카페관리, 광고 등을 더욱 편하게 연결할 수 있도록 만들어라.



이 밖에도 기술적으로 어렵지 않지만 애플이 제한적으로만 지원하는 멀티태스킹, 다양한 표준형 IT기기(마우스,프린터 등)와의 연결성, 등을 확보하면서 느슨한 형태로 애플과 아이패드를 포위하는 전략을 수행하면 좋을 것이다.


이 정도면 정면승부급 전략은 되지 않더라도 애플의 발목을 잡는 정도의 지연전술은 충분히 될 것이다. 일단 시간을 벌고 그 틈에 장기전략을 짜고 혁신 아이디어를 내서 애플을 상대한다면 적어도 지금처럼 속수무책으로 당하진 않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삼성과 엘지를 비롯해 아이패드를 따라잡으려고 노력하는 모든 기업들의 건투를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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