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카카오]



혁신적 기술이 등장해서 사람들을 열광하게 만드는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 요즘 뜨거운 화두가 되고 있는 '플랫폼' 을 보자. 카카오, 페이스북, 우버, 배달의 민족 같은 플랫폼이 등장했던 때는 어땠을까? 기존 산업계의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효율성을 높이면서 소비자에게 혜택을 주었을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곧 이들은 또다른 부당한 룰을 만들고 이윤만을 추구하며 힘 없는 자 위에 군림하려는 행태도 보였다. 

야후 파이낸스의 설문조사에서 페이스북은 올해 최악의 기업 1위에 선정됐다. 1천명의 고객 조사를 통해 뽑힌 이 결과에서 응답자들은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에 대한 우려, 어린이 정신 건강에 대한 인스타그램의 부정적인 영향, 가짜뉴스 차단 미흡 등 페이스북에 대한 많은 불만을 드러냈다. 응답자의 약 30% 가량이 향후 페이스북이 이런 실수를 만회할 수 있을 것이라 대답했지만 거꾸로 이야기하면 나머지 70퍼센트는 별 기대가 없다는 의미가 된다.

[출처: 카카오브레인]


이런 가운데 국내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의 계열사인 카카오브레인이 내년에 글과 이미지를 함께 이해할 수 있는 초거대 인공지능(AI) 모델을 공개할 것이라 선언했다. 텍스트뿐 아니라 이미지나 음성도 함께 이해할 수 있는 AI 모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카카오브레인 측은 이런 멀티모달 AI가 완성되면 포털 다음과 카카오톡의 이미지 검색이나 카톡 내 다양한 쇼핑 서비스에 우선 적용할 예정이라 설명했다. 또한 교육과 헬스케어 영역에도 적용될 것이라 밝혔다. 

예전, 그러니까 아직 플랫폼의 횡포가 부각되기 전이라면 이런 일련의 움직임은 매우 긍정적으로 해석되었을 것이다. 사람보다 인공지능이 보다 객관적이고 빠르고 정확하기에 보다 나은 미래를 열어갈 것이란 기대가 앞섰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런 발표를 접했을 때 기대는 잠시뿐이고 그 뒤에는 과연 이런 기술을 내세워 카카오도 어떤 영역에서 이른바 '갑질'을 하지는 않을 지 걱정이 앞선다.

인공지능을 탑재하고 무료로 공개되는 플랫폼의 속성은 대부분 비슷하다. 처음에는 무료로 유익한 서비스를 다수 이용자에게 중개한다. 그 효용성이 알려져 사용자가 일정수준 늘어나게 되면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에게 유료 노출을 권한다. 고가 유료 노출이 안되면 아예 노출 자체가 안되고 경쟁에서 낙오하게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수수료를 높인다. 

결국 시간이 흐르면 해당 사업자는 서비스 가격을 높여서 그 돈을 플랫폼에 지불하게 된다. 소비자 혜택이 아니라 플랫폼의 이익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정식으로 법률이 갖춰지지 않은 영역이라 법적 규제도 받지 않기에 플랫폼이 정하는 게 곧 법이 되는 상황이 된다. 그러면서 투자도 부족해서 개인정보 유출이나 서비스 먹통 같은 현상도 가끔 벌어진다. 피해는 마구 벌어지는데 정부가 개입하려고 하면 지나친 민간영역 규제라고 거부하기 일쑤다. 

최근 페이스북은 사명을 ‘메타’로 변경했다. 메타버스를 최우선 사업으로 내세우며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는 시도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페이스북이 최근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잘못된 알고리즘 관리로 인한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행동이라 평가한다. 야후 파이낸스의 설문조사 응답자 대부분도 문제 해결 없이 사용자의 주의를 분산시키는 시도이며, 신규 이용자 유치와 다른 연령대 이용자 이탈을 막고자 하는 장치라고 부정적인 인식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 때문일까. 카카오의 인공지능 기술을 지켜보면서 필자가 느끼는 의문이 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카카오 AI 연구 자회사인 카카오브레인의 목표는 '사람 같은 AI'라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이렇게 카카오가 내세운 초거대 AI는 과연 '사람 같은 따스함'도 가질까?

 

[출처: 카카오]



앞서 말했듯 이제는 인공지능이 마냥 보다 객관적이고 정확하다는 기대를 할 수 없다. 네이버나 카카오의 뉴스노출 인공지능은 정치적으로 한쪽에 치우쳤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 플랫폼의 인공지능 노출은 철저히 돈에 의해 움직일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의 초거대 인공지능이 과연 무엇을 지향할까? 자사에 유리한 이미지 우선노출, 유료 서비스 이용자의 쇼핑물품 우선 제시, 자사 서비스 승리를 위한 검색이 되지 않는다는 어떤 근거도 없다. 

사람은 최소한의 양심이나 인간미를 가지고 있다.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고 할머니의 짐을 들어주는 친절, 위험을 무릅쓰고 위기에 빠진 사람을 구해주는 희생, 보다 약한 사람을 응원하는 마음은 사람이 가진 중요한 미덕이다. 사람 같은 인공지능을 내세웠다면 부디 이런 미덕까지 갖춘 진짜 사람같은 인공지능을 구현해주길 바라는 건 필자의 지나친 욕심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