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KT]


한국시장은 세계속에서도 독특한 시장이다. 이용자 5천만으로 그렇게 많지는 않지만 비교적 높은 소득을 가진 선진국형  소비자다. 첨단 정보기술에 비교적 밝으며 각종 콘텐츠를 시청하는 안목이 높은 편이다. 한류열풍을 몰고 올 정도로 자체 콘텐츠 제작도 잘하는데 한번 유행이 된 콘텐츠에는 돈을 쓰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그동안 이런 한국의 안방 콘텐츠 시장을 차지한 건 지상파와 IPTV였다. 하지만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대형 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업체의 잇다른 진출이 이제 한국시장을 치열한 경쟁상황으로 만들고 있다. '오징어게임'으로 대표되는 넷플릭스는 이제 주류 서비스가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애플이 직접 서비스하는 애플TV 플러스에 이어 디즈니 +(플러스)까지 국내에 진출했다.

KT는 5G 데이터 완전무제한 요금제와 결합된 ‘디즈니+ 초이스’ 요금제를 11월 12일부터 출시한다고 밝혔다. 5G 요금제 인 슈퍼플랜 프리미엄 초이스(13만원), 슈퍼플랜 스페셜 초이스(11만원), 슈퍼플랜 베이직 초이스(9만원) 가운데 하나에만 가입하면 월 정액 9,900원의 디즈니+를 추가 비용 없이 이용할 수 있는 새 요금제다. 사용할 수 있는 단말기도 다양하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태블릿과 노트북까지 이어보기 시청이 가능하다.

디즈니+ 서비스가 이미 국내에 안착한 넷플릭스를 제칠 수 있을까? 혹은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애플TV+ 와의 경쟁에서 이길 수 있을까? 일반적으로 시장에서 1, 2위 업체가 대부분의 이익을 차지하고 3위 이하 부터는 생존이 힘들어진다. 따라서 디즈니+ 서비스의 경쟁력은 반드시 갖춰야 할 핵심항목이다.

가장 중요한 요소는 역시 가격이다. 월정액제의 특성상 한번 정해진 금액은 달마다 변함없이 나간다. 때문에 가격이 너무 비싸면 가입을 주저하게 된다. 콘텐츠 숫자가 많지 않거나 볼만한 콘텐츠가 부족하면 한두달 정도만 이용하고 해지하기 쉽다. OTT 서비스에서 가격은 초반의 진입장벽이 되고, 콘텐츠는 중후반의 지속력이 된다. 

디즈니+의 가격은 넷플릭스보다는 훨씬 저렴하지만 애플TV플러스 보다 약간 비싸다. 똑같은 동시접속 4명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넷플릭스는 월 1만 4,500원이고 디즈니+는 월 9,900원이다. 디즈니+가 최대 7개까지 프로필 생성이 가능하고 4명의 동시접속을 허용한다. 때문에 7명이서 나눠서 이용한다면 1인당 월 1400원정도다. 

애플TV플러스 국내 월 구독료는 6500원이다. 가족 공유를 통해 최대 6명의 구성원이 이용할 수 있기에 약 1,000원 정도다. 결국 넷플릭스가 제일 비싸고 디즈니와 애플은 비슷하게 매우 저렴한 수준이라 볼 수 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가 이제 한국시장의 경쟁에서 불리해진 걸까? 그건 아니다. 넷플릭스는 우선 콘텐츠 숫자가 풍부하다. 서비스 시작이 오래되었기에 이제까지 쌓아놓은 양적인 면에서 볼 때 충분한 볼거리가 있다. 특히 국내 제작을 통해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린 오징어게임, 킹덤, 스위트홈 등 수많은 자체제작 콘텐츠가 있다. 

또한 모바일 기기 뿐만이 아니라 PC와 TV, 심지어 PS4등 게임기에서도 감상이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특정한 하드웨어와 결합되지 않은 순수한 OTT업체란 점에서 활용성이 높다. 이에 비해 애플TV플러스는 지원 단말기가 부족한 편이다. 아이폰, 아이패드, 맥 등 애플 기기를 중심으로 하고 삼성과 LG의 일부 스마트 TV와 플레이스테이션 콘솔, SK브로드밴드 일부 셋톱박스에서 시청이 가능하다. 일반 TV 보유 시청자는 애플TV를 따로 구입해서 설치해야 한다.

KT와 함께 서비스되는 디즈니+ 서비스는 더욱 기기폭이 좁아진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 같은 모바일 기기로 한정되었다. 따라서 같은 요금을 내고 쓰는 사용자 입장에서는 시청에 제약이 많은 편이다. 거실에 넓은 화면의 TV를 통해 바로 시청하기 어렵고 미러링이나 다른 기기의 도움을 빌려야 한다.

콘텐츠면에서의 경쟁력은 어떨까. 캡틴아메리카, 아이언맨, 어벤저스 시리즈 같은 마블 스튜디오 영화부터 시작해 스타워즈 시리즈는 매우 유명하다. 픽사와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은 아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의 다큐멘터리도 수준높기로 인정받는다. 그렇지만 마니아적 측면이 한계로 작용하며 숫자면으로 보면 풍부한 정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콘텐츠 소비량이 많은 소비자가 대작 위주로 몰아본다면 과연 몇달 후에 볼 거리가 제대로 남아있을지 의문이다.

디즈니+ 서비스는 과연 국내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확고하게 '그렇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자칫하면 콘텐츠의 풍부함과 보급된 저변으로는 넷플릭스에 밀리고, 모바일 위주의 이용자는 애플TV+ 에게 빼앗길 수 있다. 분명한 것은 이 3가지 서비스를 모두 다 가입해서 볼 소비자는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소비자에게 경쟁은 즐거운 것이지만 업체 입장에서 누군가 하나는 선택을 받지 못해 낙오되기 쉽다. 앞으로 디즈니+가 얼마나 대중적인 콘텐츠를 많이 확보하고 이용 가능한 기기폭을 늘려나가면서 가격을 저렴하게 가져갈 수 있을지 지켜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