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KT]



점점 우리 사회에 그림자가 그리워지고 있다. 자본주의 아래서 증가하는 빈부격차, 플랫폼 경제 때문에 늘어나는 실업자가 바로 그것이다. 더구나 경쟁에서 탈락한 힘없는 서민들을 비웃듯 최소한의 공정함조차 지켜주지 않는 사회 시스템에 대한 강한 분노가 일어나는 중이다. 최근 넷플릭스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오징어게임'은 바로 이런 현실의 울림이다.

우리가 쓰고 있는 휴대폰 시장을 보자. 흔히 '고객은 왕'이라고 하지만 과연 사용자가 그런 대우를 받고 있을까? 예산을 집행하는 정부는 시장을 감시하고 과징금을 물리며 진흥정책을 펼치기 때문에 이통사에게 두려운 존재다. 그렇지만 이동통신사 역시 막대한 세원이자 정책협력자로서 정부에게 파트너로 존중받고 있다. 

반면 사용자는 어떨까? 선거철에나 겨우 선심성 공약의 대상이 되거나 요금을 낼 때만 고객님 대우를 받을 뿐이다. 정책 수립, 집행, 감시에서 철저히 소외되어 있다. 이런 불공정함은 5G 서비스를 둘러싼 정책 흐름에서 극명히 드러나는 중이다.

등장할 때는 화려하게 미래세계가 열릴 것처럼 광고했던 5G 서비스의 현실은 비관적이다. 5G 이동통신 품질 불만이 끊이지 않다. 현재 5G 가입자 비중이 전체 사용자 시장의 25%를 차지했는데도 5G 기지국 비중은 10%를 겨우 넘겼다. 5G 무선국 증가율이 가입자 증가율과 비교해 4.7%포인트 정도에도 미치지 못한 결과다. 이동통신사들이 제대로 투자하지 않았다는 명백한 증거다. 

업계에서는 무선국 1개에 들어가는 장비가 더 많은 5G 기술 특성상 단순 수치 비교는 어렵다고 설명한다. 농어촌 지역에 5G 공동망이 구축되면 무선국 수가 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소비자 집단 소송이 잇따를 정도로 품질 문제가 심각한데도 투자를 서두르지 않는 한 소비자 체감 품질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우려는 해소되지 않고 있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 실망한 일부 소비자는 알뜰폰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동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번호이동한 소비자가 최근 3년간 2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싼 요금제와 느린 서비스 속도에 실망한 고객들이 차라리 4G LTE를 저렴하게 제공하는 알뜰폰으로 넘어갔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알뜰폰 대부분을 이통 3사 자회사가 운영하는 현실상 본격적인 경쟁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통사가 이렇게 투자를 꺼리는 이유가 혹시 자금이 모자라서일까? 그것도 아니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이동통신 3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1조 357억원이다. 3개 분기 연속으로 1조원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업체별로는 SK텔레콤 3957억원, KT 3644억원, LG유플러스 2756억원 등이다. 

이것은 거의 점유율 만큼 이익을 착실히 나눠 가져간 격이다. 특별히 사용자를 위해 이익을 희생해가며 투자를 하거나 저렴한 요금을 책정한 곳은 전혀 없다는 반증이다. 앞으로도 5G와 관련해 특별히 설비 투자를 파격적으로 늘리거나 매우 저렴한 요금이 나올 거란 조짐은 없다. 계속 이통사는 답답한 속도를 방치하며 착실히 비싼 요금을 걷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늘 똑같다. 3G에서 4G로, 4G에서 5G로 갈 때마다 같은 문제점이 반복된다. 정부는 소비자 복리와는 상관도 없는 글로벌 시장 선도기술 상용화를 내세운다. 이통사는 상용화되었을 때 실제 사용자가 체험하지도 못하는 고속 전송속도를 테스트용으로 내세워 광고한다. 그리고는 새로 등장한 비싼 요금제를 합리화하고는 사용자 불만을 외면하고 장비투자를 소홀히 한다. 순이익만 챙기고 인프라 구축 의무는 적절히 뭉갠다.

이통사는 막대한 순이익을 얻고 정부는 세수를 걷는다. 과연 이게 공정한 구조인가? 이 게임에서 희생되는 장기판의 말은 오로지 통신 소비자 뿐이다. 안터지는 5G 속도에도 불구하고 요금은 조금도 변함없이 꼬박꼬박 내야하는 소비자만 최하층 약자가 된다. 이런 불공정한 게임을 더이상 유지해서는 안된다. 이통사의 5G 설비투자를 순이익을 비례해서 강제하는 규정 등 새로운 '게임의 룰'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