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MS]



흔히 시장질서를 극단적으로 중시한다고 생각하는 미국에서도 기업이 조심하는 부분이 있다. 바로 독과점이다. 석유업계의 제왕이던 스탠더드 오일은 34개 기업으로 쪼개졌다. 방송산업을 독점했던 NBC도 강제 분할됐고 통신업계에서는 AT&T가 지역 사업별로 7개 회사로 나눠졌다.

이런 매서운 기업분할의 근거가 된 독과점 금지법은 IT회사에도 예외가 아니었다. IBM과 인텔에 대한 반경쟁행위 조사가 이뤄졌고 그때마다 해당기업은 진지하게 그 의혹을 해명해야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윈도 제품에 기본 탑재해 독점 문제를 일으켰다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면 법 적용을 면제해주는 반독점면제 제도를 활용해 빠져나간 적이 있다. 마이크로 소프트는 윈도우 설치 시 기본 웹브라우저를 선택하는 옵션을 넣는 등의 움직임도 보였다.

MS는 이후로 상당히 긴 기간을 독점 논란을 의식하며 횡포라 여겨질 수 있는 기능을 자제해 왔다. 리눅스 진영을 지나치게 공격하지 않는다거나 애플 주식을 일부 인수하고 맥용 인터넷익스플로러를 출시하는 등 맥 진영도 지원해주었다. 또한 최근에는 아예 클라우드 서비스인 애저를 중심으로 한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하면서 고객이 원하는 어떤 운영체제나 앱도 지원한다는 전향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과연 MS가 독과점에 대한 욕심을 완전히 버린 걸까? 최근 윈도11을 새로 내놓으면서 보여주는 MS의 행보에서 다시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문제의 핵심은 인터넷 브라우저다. 윈도11에서는 MS가 기본으로 제공하는 엣지 브라우저가 아닌 다른 브라우저를 기본으로 설정하는 것이 매우 어렵게 설정되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미국 '더버지'의 보고서에 따르면 윈도11에서 모질라 파이어폭스, 오페라 등을 사용하는 사람은 윈도우 11에서 다른 브라우저로 전환 시 불편을 겪을 수 있다. 윈도11은 이전 버전과 같이 새 브라우저를 설치하고 처음으로 웹 링크를 열면 사용자에게 쉬운 브라우저 전환 옵션이 제공된다.  

하지만 사용자가 '항상 이 앱 사용'을 활성화하지 않으면 엣지가 기본 시스템 브라우저로 유지된다. 윈도10에서는 활성화하는 것을 잊어버리면 링크를 열 때마다 선택을 묻는 메시지가 표시됐다. 하지만 윈도11에서는 이런 과정이 없이 그냥 기본설정이 된 엣지 브라우저로 실행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하나만 조정하면 모든 기능을 사용자가 원하는 웹브라우저로 바꾸는 기능이 없어진 것이다. 예를 들면 이제 HTM, HTML, PDF, SHTML, SVG, WEBP, XHT, XHTML, FTP 등을 개별적으로 하나씩 조절해서 엣지 브라우저에서 해제해서 사용자 브라우저로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실리콘밸리 테크기업이 사업모델과 기술을 통해 시장을 독차지하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있다고 지적한다.  동종 업계의 유망 기업은 크기 전에 인수하는 방식으로 제거하기도 한다. 경쟁 자체를 제거하는 것 또한 상당수 기술기업의 주요 목표가 되고 있다. 

따라서 윈도11을 둘러싼 이런 이상하고 복잡한 설정방법은 결코 웃어넘길 일이 아니다. 세상에서는 IT기술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만 있지 않다. 대부분은 그냥 생활에서 필요한 부분만 적절히 사용하고 잊어버린다. 자동차 운전자 가운데 엔진이나 기어구조를 이해하고 정비까지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는 것과 같다. 

과연 윈도11 사용자 가운데 기본 웹브라우저 설정을 둘러싸고 십여개가 넘을 복잡한 설정을 조절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번거로움을 무릅쓰고 특정 웹브라우저로 바꿀 의지가 있는 사람은 몇이나 있을까? 결국 저런 부분은 시장독점을 위한 의도적인 장치로 판단될 수 있다. 

MS는 이제와서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싶은 걸까? 윈도 운영체제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경쟁자를 죽이고 자기 제품으로 모든 자리를 차지하고 싶은 걸까? 비교적 쉬운 전체 전환 기능 하나를 제공하지 않아서 해묵은 독과점 논란을 일으키고 기업분할까지 가능한 규제를 하라는 목소리가 듣고 싶은 걸까? 아마도 아닐 것이다. 우리가 다시 피처폰과 PC를 메인으로 쓰는 시대로 돌아갈 수 없듯이 MS도 독과점 지위를 남용하던 예전으로 돌아가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