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맥루머스]



올해 연초부터 자동차 시장을 들썩거리게 만든 테마는 애플카다.  IT업계에서 혁신의 상징이 된 애플이 유명한 기존 자동차업체와 협업해서 자율주행차를 만든다는 건 분명 기대되는 뉴스다. 한때는 한국 현대-기아자동차와 손잡는다는 뉴스가 보도됐다. 차량 생산시기까지 포함한 차량형태까지 구체적 전망으로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달 초부터 애플카 진행은 다시 난항에 빠졌다. 기존 완성차 브랜드 업체가 줄줄이 애플카 생산을 거절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협력 대상 제조사로 유력했던 현대차그룹은 "다수 기업으로부터 자율주행 전기차 관련 공동 개발 협력 요청을 받고 있으나 초기 단계로 결정된 바 없다"면서 "애플과 자율주행차량 개발에 대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지 않다"고 공시했다.

일본의 닛산은 애플과 협상을 벌였지만 별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끝났다고 밝혔다. 폭스바겐 CEO는 인터뷰를 통해 "애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협력 제안을 거절 의사를 밝혔다. 막상 애플과 같은 나라인 미국 자동차 업체에서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다. 적어도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유명 자동차 브랜드는 애플카의 협업 대상으로 나서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이렇게 애플카 생산이 난항에 빠지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애플에서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의지 자체는 확고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자동차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계속 수면 아래서 움직이고 있다. 테슬라의 급성장을 보면서 아이폰 중심의 기존 사업구조로는 지속 가능성이 약하다고 판단하고 미래를 자율 주행 및 친환경차로 보고 후발주자로 나선 것이다.

문제는 바로 이런 후발주자로서 새로운 사업에 도전하는 자세에 있다.  애플은 애플카에 있어 개발 및 판매 전반에 이르는 과정을 주도하기를 원한다. 반면에 완성차 업체엔 사실상 제조 하청 역할만 제안했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시너지 효과는 커녕 하도급업체 이미지가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제조사가 기존 자동차를 생산하면서 가진 모든 노하우를 애플과 공유해야 하는데, 막상 애플은 제조사에게 생산이윤 외에는 아무 것도 주지 않겠다는 형태를 제시한 것이다.

자동차는 기계공학의 집대성과도 같은 분야다. 단순히 돈과 인력을 많이 투입한다고 금방 뛰어난 제품을 만들 수 없다. 기존 자동차 브랜드는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차분하게 관련 기술을 쌓아올려 지금의 위치에 도달했다. 전기 자동차로 패러다임이 넘어간다고 해도 여전히 기존에 쌓은 기술이 필요하다. 기존 자동차 브랜드 업체도 지금 전기차와 자율주행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기술력을 확보하는 중이다.

애플이 굳이 기존 브랜드와 협업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자적으로 하나부터 열까지 만들기에는 비용이 너무 드는 데다가 시간도 너무 걸리기 때문이다. 지금 아이폰을 대만 폭스콘에 맡기듯이 만들면 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애플카에도 폭스콘이 나서고 있다. 폭스콘의 모회사인 홍하이 정밀공업의 류양웨이 회장은 지난달 말 기자회견을 통해 "올해 새로운 전기차 2~3종을 선보일 것"이라면서 자동차 사업 확장 의지를 밝혔다. 애플카 언급은 없지만 두 회사의 관계와 현재 상황을 고려할 때 애플카 생산도 있을 수 있다는 전망이다.

결국 애플카가 난항에 빠진 이유는 애플의 지나친 욕심 때문이다. 기존 업체의 노하우는 탐나는 데, 막상 스스로 '갑'의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으려 하는 계약조건을 내밀고 있다. 애플이 협업할 만한 매력이 있는 유명 업체는 그런 계약조건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반대로 애플에게 구애하는 폭스콘이나 중국 지리자동차 등은 탐낼 만한 기술력이나 브랜드 가치가 없다. 때문에 협상이 진전되지 않는 것이다.

적어도 애플카가 처음부터 매력적인 제품으로 시장에 나오기 위해서는 큰 변화가 필요하다. 애플이 보다 유연하게 계약조건을 바꿀 필요가 있다. 기존 자동차 업체를 심부름꾼처럼 부린다는 생각보다는 같이 성장하는 파트너로 생각해야 한다. 물론 애플이 끝까지 자기 주장을 관철시키며 애플카를 내놓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제품은 본래 겪을 필요없는 시행착오를 품은 시제품이 될 수 밖에 없다. 사용자 입장에서 애플카가 그보다는 더 좋은 제품으로 등장하게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