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용화



우리나라는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브로드밴드 인터넷의 속도와 보급률에서 오랫동안 1위를 했었고, 지금은 스마트폰과 연동되는 무선 인터넷 속도에서 단연 세계 최고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네트워크에서 한국이 단연 우월하다는 점은 국가경쟁력에서도 매우 긍정적인 요소가 되었다.


하지만 이런 자부심이 주는 좋지 못한 점도 있다. '세계 최초 개발' 혹은 '최초 상용화'라는 타이틀에 얹매여 제대로 성숙되지 못한 서비스를 무리하게 시행하게 되는 것이다. 사용자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세계 최초가 아니라 단순히 기록에 한 줄 올리기 위한 서비스가 펼쳐지는 경우가 있다.


12월 28일, 토요일에 SK텔레콤은 ‘세계최초 3밴드 LTE-A 상용서비스 개시’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대부분 직장인들이 쉬는 주말이지만 좋은 서비스가 펼쳐진다면 보도가치가 있기에 반가운 일이었다. 


보도자료를 통해 SK텔레콤은 소비자 평가단을 통해 12월 29일부터 세계 최초로 기존 LTE보다 4배 빠른 ‘3 band LTE-A’ 상용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서로 다른 3개 대역의 주파수를 연결대역처럼 묶는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rrier Aggregation, CA) 기술을 적용한 초고속 이동통신 서비스이다. ‘20+10+10MHz’의 총 40MHz 폭의 주파수 대역을 활용해 최대 300Mbps 속도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기존 LTE보다 4배, 3G 보다는 약 21배 빠른 속도이며 최고 속도 기준으로 1GB 용량의 영화 한편을 28초면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IT강국을 자처해 온 국내 1위 이통사업자의 한 단계 앞서나가는 네트워크 구축에 대한 내용이다. 사용자 입장에서도 관심을 가질 만 하다. 하지만 이어지는 실제 서비스 내용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상용화와는 거리가 있었다. 이 서비스 유료 이용을 원하는 소비자 평가단을 구성해 ‘갤럭시 노트4 S-LTE’를 한정 출시해 상용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즉 소비자가 당장 쓸 수 있는 단말기도 없기에 신청하면 소수 단말기를 공급하게 되며 일반인은 자유롭게 가입할 수 없는 서비스이다. 왜 상용화란 타이틀을 달고 있는지 의심스럽다.


SKT의 최초 발표에 자극받은 KT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여기서 KT는  SKT의 이번 서비스는 고객 입장과 통신시장의 상용화 정의에 비춰볼 때 문제점이 있어 실질적인 상용 서비스로 간주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우선 고객 체험단에 제공한다고 밝힌 3밴드 LTE-A 단말기는 제조사의 최종 품질 검수를 통과하지 않았으며, 전체 수량이 100대에 불과해 상용화 규모에 미치지 못하는 점을 들었다. 또한, 분당 서현역 등 한정된 지역에서만 사용이 가능한 것으로 파악돼 통신 커버리지로도 상용 서비스에 못미친다는 것이다.

 

KT는 단말 품질, 유통망 배포, 커버리지 구축 등 고객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시점에서 3밴드 LTE의 상용 서비스 개시를 발표하는 것이 옳다는 입장이다. 그렇지만 이런 경쟁에서 뒤쳐진다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 인지 곧바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KT 역시12월 28일부터 광화문 올레스퀘어에 ‘광대역 LTE-A X4’ 체험존을 마련하고, 12월 29일부터 일반 대학생 고객으로 구성된 ‘광대역 LTE-A X4 체험단’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비록 상용화라는 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대응하는 체험단 서비스를 운영하는 점은 따라가는 인상이다.


LG유플러스는 어떨까?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LG유플러스는 2.6GHz 광대역 LTE와 800MHz 및 2.1GHz LTE 대역을 묶어 최대 300Mbps 속도를 제공하는 3밴드CA 기술 적용, LG전자 신규 단말을 통해 내년 1월 초에 선보인다고 밝혔다. 경쟁사가 준비중인 모델을 포함해 내년 초에 LG전자가 선보이는 3밴드 CA 특화 신규 모델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네트워크 기술력이 뛰어나다는 우리나라 이동통신사 간에서 경쟁하기 위해서는 기술력이 앞선다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따라서 먼저 ‘최초’라는 타이틀을 획득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실제 가입할 수 없는 서비스를 소수 사용자 상대로 펼치면서 ‘상용화’라고 지칭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것이다.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의 입장을 밝하는 것은 사용자를 상대로 하는 것이기에 그 책임이 무겁다. 가장 늦게 알려왔지만, 가장 알차고 정확한 상용화 시점을 알려온 건 LG유플러스였다. 내년 1월에 신규 스마트폰을 출시해 3밴드 네트워크를 상용화 하겠다고 알려온 LG유플러스의 보도자료에 더 점수를 주고 싶은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