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이 모든 것을 선점하는 시대가 되었다. 글로벌 전자업체가 새로운 스마트폰을 발표할 때는 모든 사람들이 주목한다. 새로운 태블릿이 나올 때는 그 안에 어떤 기술이 담겼는지 살펴본다. 모바일 기기에는 최신 소재기술과 소프트웨어 기술, 생체인식기술 까지 결합된다. 한때 PC가 누렸던 영광을 모바일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PC시장은 쇠락하고 있다. 물론 이대로 PC가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관심이 줄어 들고 소비자들이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때문에 하드웨어 발전이 느려지고 새로운 기 술도 잘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특히 완성품인 데스크톱 컴퓨터는 점점 하드코어 게 이머나 네트워크 서버 운영자들이나 구입하는 제품으로 밀려나고 있다. 집에서 간단히 웹서핑을 하고 음악과 동영상을 감상하고 문서를 작성하는 용도로 태블릿이 급속히 보급되는 중이다.



초경량노트북




노트북 PC는 어떨까? 어떻게 보면 노트북은 전통적인 PC인 데스크톱과 혁신 모바일 제품인 태블릿의 중간쯤에 위치해있다. 비교적 작고 가벼워서 이동성을 가지고 있기에 모바일 기기의 특성이 있다. 하지만 생산적인 업무인 사진가공, 음원 제작, 동영상 편집, 전문문서작성 등을 해야 하는 사람을 위해 빠른 처리속도를 가지고 키보드가 달린 형 태는 PC의 특성이다.


그러니까 노트북PC는 PC가 되어 이대로 같이 추락하든가, 모바일 기기로 편입되어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는가 하는 선택을 할 수 있다. 어떤 형태로 발전하면서 매력적인 제품을 내놓느냐에 운명이 걸린 것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스스로 사라지기를 원하는 기기 는 없다. 특히 제조사들은 어떻게든 노트북을 새로운 시대에 맞는 제품으로 탈바꿈시키고 싶을 것이다. 노트북이 어떻게 하면 모바일 기기가 되어 소비자에게 사랑 받을 수 있을까? 이 점에 대한 끊임없는 고민과 해답이 나오고 있다. 요즘 시장에 나오고 있는 '초경량노트북'은 이렇듯 노트북이 모바일 기기가 되기 위한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이 런 흐름에서 초경량노트북이 앞으로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엄밀하게 보면 모바일 기기 가운데 노트북의 자리를 위협하는 것은 스마트폰이 아니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은 데다가 통화라는 주목적이 있기에 편하게 각종 작업에 이용할 수 없다. 중요한 작업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통화를 해야 하니 작업화면을 더 이상 볼 수 없다고 하면 누구든 짜증이 날 것이다. 더구나 그런 몇 가지 동시작업의 결과로 운영체제가 다운돼서 작업결과가 날아가기라도 한다면 화가 치밀 게 분명 하다. 따라서 온전히 스마트폰 만으로 생산적 작업을 하려는 시도는 성공하기 어렵다.



초경량노트북



주목할 모바일 기기는 태블릿이다. 처음에 아이패드가 등장할 때는 단순히 아이폰에 화면만 키워놓은 게 아니냐는 말도 들었다. 외형만 보면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태블릿의 의미는 스마트폰과 독립된 기기라는 점에 있다. 독립된 기기로서 태블릿은 소형 노트북과 비슷한 정도로 화면이 크고, 배터리를 많이 넣을 수 있으며, 좀더 전력소모가 큰 칩을 쓸 수 있다. 크기 제한을 덜 받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스마트폰에서 발전했기에 기존 노트북과 비교해서 압도적으로 가볍고 얇으며 전력을 덜 소모한다. 심지어 생산단가도 훨씬 저렴하다. 아쉬운 것은 생태계 내에 강력한 생산성 앱이 부족하다는 점뿐이다.


아이패드를 비롯한 태블릿인 PC를 대체할 포스트PC가 될 거란 예측은 오래 전부터 있 었다. 하지만 스티브 잡스도 처음에는 태블릿을 콘텐츠 소비제품으로만 선전했다. 마찬 가지로 제조사들도 태블릿이 노트북의 영역을 잠식할 거란 예상에는 고개를 저었다. 초기 태블릿의 부족한 하드웨어 성능과 모자란 생산성 앱을 보면 분명 그런 추측에도 일 리가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현재 시점에서 보자면 태블릿의 하드웨어는 노트북을 거의 따라 잡았다. 애플은 최신 아이폰과 아이패드 에어의 하드웨어는 웬만한 64비트 데스크탑의 하드웨어 성능에 필적한다고 광고한다. 엔비디아는 최신 테그라K1칩의 성능이면 데스 크톱 PC게임을 태블릿에 금방 옮겨올 수 있다고 말한다. 나아가서 윈도우즈8을 운영체 제로 삼는 8인치 태블릿을 보면 인텔의 최신 아톰칩을 통해 기존 PC에서 쓰는 모든 소 프트웨어를 구동시킬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까지도 태블릿이 PC를 대체할 거라 내다보고 있다.


그러니까 이 모든 것을 종합하면 노트북이 경쟁자로 삼아서 배워야 할 상대는 태블릿이다. 태블릿과 노트북은 현재 경계가 모호해지고 있다. 태블릿이 하드웨어 성능을 키우고 키보드를 결합하면 노트북 용도를 커버한다. 반대로 노트북이 가볍고 얇은 외형으 로 나와서는 키보드까지 분리할 수 있게 되면 태블릿 용도를 커버한다. 운영체제와 각종 앱 역시 이런 용도를 뒷받침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트북이 태블릿에게 무엇을 배우면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모바일 기기의 장점을 흡수하면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경량화'에 있다.



초경량노트북



경량화는 '가볍게 만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단지 물리적인 무게를 가볍게 만 든다는 의미만 있는 게 아니다. 여기서 경량화란 물리적인 무게와 부피를 줄이고, 운영 체제와 앱을 가볍고 빠르게 만들면서, 초기 구동과 대기시간까지 줄인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과연 노트북이 어떻게 하면 계속 사랑 받으면서 모바일 기기로 변신할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아이패드란 인기 태블릿과 맥북이란 인기 노트북 라인업을 동시에 가진 애플이 해결책을 제시했다. 애플 역시 많은 고민을 했을 것이고 그들이 내놓은 답은 '초경량화'였다. 아이패드를 내놓기 전에 애플은 이미 서류봉투에 들어가는 부피를 가진 '맥북에어'를 내놓으면서 초경량노트북이란 테마를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건 단지 물리 적인 크기를 줄이는 경량화일 뿐이었다.

본격적인 애플의 움직임은 2010년 말에 내놓은 SSD채용 맥북에어로부터 시작된다. '아이패드에게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는 말과 함께 나온 이 맥북에어는 모든 면에서 경 량화를 시도했다. 더 얇고 가볍게 만드는 것은 기본이고 '잠자기' 모드를 사용해서 노트북 덮개를 닫으면 대기상태에 있다가도 다시 열면 몇 초 내로 사용할 수 있는 스피드를 추구했다. 또한 초기 부팅 속도 역시 10초 정도로 굉장히 빨라졌다. 태블릿이 대기 상태에서 버튼 하나만 누르면 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이런 애플의 시도는 시장에서 커다란 반응을 일으켜서 이전까지 주류였던 '넷북'을 완 전히 몰락시켰다. 넷북은 느린 속도 대신 저렴하고 가벼운 노트북으로 간단한 콘텐츠 소비와 문서작업 등에 쓰였다. 하지만 저렴한 태블릿이 콘텐츠 소비에 훨씬 쾌적한 사용성을 제공하고 노트북이 가벼워지면서 모든 장점을 잃은 것이다. 아이패드와 맥북에 어가 제시한 방향에 다른 업체가 뒤따르고 소비자가 호응하면서 나온 결과다.


초경량노트북



국내에서는 삼성과 LG가 그 뒤를 따르고 있다. 삼성은 시리즈9과 아티브 시리즈를 통 해서, LG전자는 최근 내놓은 초경량노트북 '그램'을 통해 노트북을 새롭게 디자인하고 있다. 해외업체 역시 마찬가지로 레노버는 탄소섬유를 이용해 무게를 극도로 줄이고 있 으며 도시바 등 일본 업체도 초경량노트북을 내놓았다. 무게를 줄이고 얇게 만들면서 속도와 배터리 시간을 늘리는 '경량화'에 노트북의 미래가 걸려있다는 점에 모든 업체가 동의한 셈이다.


심지어 애플은 전문가용 노트북이던 '맥북프로'에서 광학드라이브를 제거하고 각종 기술을 동원해서 '경량화'하고 있다. 예를 들어 맥북프로 레티나 13인치는 점점 얇아지고 가벼워져서 13인치 맥북에어와 비슷해졌다. 현재 13인치 맥북프로 레티나의 무게는 1.57kg이며 13인치 맥북에어의 무게는 1.35kg이다. 처리능력과 디스플레이 성능이 훨씬 뛰어난 전문가용 모델이 가벼운 휴대성을 위한 일반용 모델과 200그램 조금 넘는 차이 밖에 없다. 그만큼 경량화는 노트북 시장에서 가장 중요하고 절박한 문제다.


* 이 글은 디지에코에 기고한 원고를 바탕으로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