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2일은 대한민국 '정보통신의 날'이었다. 조선 후기 고종이 일본에서 신문물을 시찰한 홍영식의 건의를 받아들여 우정총국을 개설한 날을 기념해서 만들어졌다. 근대식 체신제도가 생기며 여러가지 변천을 겪은 한국은 오늘날 세계에서 손꼽히는 정보통신 인프라를 갖춘 나라가 되었다.



초고속인터넷



하지만 이런 혁신적 발전에는 그림자도 짙다. 발전이 정체된 유선통신, 유래없이 불투명한 단말기 시장, 취약한 소프트웨어 등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것이다. 정보통신의 날을 맞아 발전된 우리나라 정보통신의 현황과 문제점을 짚어보도록 하자.


소식을 전하는 수단으로서의 통신의 역사는 깊다. 우리나라에서는 5세기경 신라 소지왕 9년(487년)에 공문서 송달을 위해 우역을 설치했다. 고려 의종 3년(1149년)에는 봉화로 급보를 전하는 봉수제도를 두었으며, 조선 시대에는 역참에서 각종 보고를 조정에 전달했다.


이렇게 파발제도부터 시작한 우리나라 통신은 전보와 전화, 인터넷을 거치면서 폭발적 성장을 이뤄냈다. 특히 '정보화 고속도로'라 불리는 광대역 초고속 인터넷은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빠르고 저렴하면서도 잘 보급되어 있다.


한국의 유선 초고속인터넷 가입은 100명당 37.1건으로 스위스, 네덜란드, 덴마크에 이어 4위다. OECD 평균 유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26.7인데 비해 매우 높은 편이다. 또한 한국은 무선 초고속인터넷 보급률 순위에서 5위를 차지하고 있다. 외국에 나가서 인터넷을 써본 사람마다 입을 모아 한국보다 인터넷의 접속환경과 속도가 불편하다고 말한다.


그만큼 한국의 인터넷 접속 인프라는 세계적으로 우수하다. 2014년 2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은 메릴랜드주 에덜파이에 위치한 버크로지 중학교를 방문한 자리에서 “현재 미국 학생들 중에서 30퍼센트만 교실에서 고속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는데, 한국 학생들은 100퍼센트가 사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이 같은 경쟁력을 다른 나라에게 빼앗기지 않아야 한다. 미국의 학생들도 한국의 학생들이 누리는 것과 같은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고속 인터넷은 단지 편의시설이 아니라 교육 경쟁력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 유선 인터넷 시장은 발전이 멈춰있는 상태라는 의견이 많다.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거나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하기 보다는 한정된 시장에서 저가경쟁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시중에 나가보면 유선인터넷 가입시 고가 경품이나 현금을 직접 준다는 광고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나아가서 무선통신과의 결합상품으로 할인효과만 강조하는 상황이다. 한 때 3년 연속 무선인터넷 보급률 1위를 차지했던 우리나라의 순위는 천천히 하락하는 중이다.


이런 정체 원인은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한정된 우리나라 유선인터넷 시장에서 시장수요가 이미 포화상태가 된 것을 가장 큰  이유로 꼽는다. 일반 가정이 보통 1회선 이상을 쓰지 않기에 인구 4천만의 한국 시장에서 충분한 성장동력을 찾기 힘들다는 것이다. 또한 사용자들이 유선 인터넷에 돈을 많이 쓰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도 느린 발전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전세계적으로 볼 때 우리나라는 여전히 정보통신 선진국이다. 하지만 후발주자와의 격차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 우수한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해서 축적된 경험으로 만든 제품을 새로운 캐쉬카우로 삼는 것이 우리나라의 성공방정식이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유선 인터넷 시장의 침체는 매우 걱정스러운 일이다.


예컨대 지금 한국에서 '광랜'으로 불리는 유선 인터넷 최대 속도는 '100Mbps'다. 1초에 100메가비트(Mb)를 보낼 수 있다는 의미이며 바이트로 환산하면 초당 12.5메가바이트(MB)에 해당한다. 10년 전만 해도 이 정도 속도면 어떤 데이터 수요라도 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클라우드가 강조되고 초고화질 사진과 풀HD 해상도(1,920X1,080)가 주류가 된 상황이다. 가정용 유무선 공유기는 기가비트(1,000메가비트) 유선랜을 장착했으며 새로운 무선 기술표준인 802.11.ac와 다중 안테나 전송기술을 통해 700메가비트를 넘는 무선 데이터 전송률을 보여준다. 오히려 가정용 광랜이 100메가비트에 머물다보니 공유기 속도가 그걸 넘어도 사용자가 실사용에서 체감을 못하기도 한다.


기가비트 유선랜의 도입을 요청하는 목소리가 많지만 정작 서비스공급 업체들은 시큰둥하다. 새로운 서비스 도입과 안정화를 위해서 많은 돈이 필요한데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데이터 종량제에 대한 반발은 거세고 요금을 올릴 수도 없는 시장상황에서 서비스 경쟁을 벌이지 못하겠다는 태도다.


통신업체 관계자는 "기가비트 유선랜을 요구하는 고객 가운데 큰 폭의 요금인상을 감수하면서라도 쓰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한다. 이런 유선통신 시장은 종량제가 일반화된 무선통신 업체들이 빠르게 LTE 기술을 도입하고 계속 더욱 발전된 서비스를 도입하려는  모습과 대비된다.


업계 전문가는 "첨단 기술분야는 발전이 멈추면 점점  경쟁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전제하고는 "무선통신 이익의 일부를 일정비율로 유선통신에 재투자하는 시스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