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에게 한국에 대한 인상을 물으면 가장 많이 하는 대답은 ‘다이내믹’이다. 역동감이 넘친다는 뜻인데 그만큼 한국이 빠르고 활기차게 변화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바로 이런 ‘다이내믹 코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일이 생겼다. 애플에서 운영하는 앱스토어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건이다.
 





10월 19일, 애플에서는 한국 앱 개발자들이 앱을 등록하는 아이튠즈 커넥트에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업신고번호를 넣는 입력란을 추가했다. 허가받은 사업자가 아니면 앱등록을 할 수 없도록 만든 것이다.

문제는 개인 개발자들이 사업자등록을 하고 사업자가 되면 치러야 하는 부담이다. 앱을 올릴 때 부가가치세 10%를 내야하고 면허세로 1년에 4만 5천원을 내야한다. 또한 앱을 판매하는 액수에 대한 소득세도 납부해야 한다. 이런 경제적 부담뿐만이 아니다. 아마추어 개발자는 직장의 겸업금지 조항에 따라 사업자로 등록하면 직장을 포기해야 할 수도 있다.

외국인이 개발해서 한국 앱스토어에 등록하려고 할 때는 개인정보 문제가 생긴다. 단순히 앱을 등록하고 판매하려고 할 뿐인데 요구하는 정보가 지나치게 많은 것이다. 따라서 이런 절차 때문에 아예 등록을 포기하지 않겠느냐는 우려가 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에서 이 문제에 대한 격렬한 논란이 시작되었다. 개발자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원인 분석이 이어졌다.

그런데 이틀 뒤인 10월 21일, 애플에서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업 신고번호 입력란을 없앴다. 다시 원래대로 되돌린 것이다. 매우 중대한 의미를 지닌 조치가 겨우 이틀 사이에 생겼다가 없어진 셈이니 정말 ‘다이내믹’하다.

하지만 이것은 일시조치일 뿐 이다. 애플코리아 관계자는 앱 등록절차에서 사업자등록번호와 통신판매등록번호 요구 문구를 삭제한 것과 관련해 "(새로운 요구사항이) 조만간 다시 생길 것"이라고 밝혔다.






과세문제?

우선 이 문제가 터졌을 때 일치된 의견은 한국정부의 역할이다. 정부에서 애플에 압력을 넣지 않았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문제란 뜻이다. 그렇다면 정부에서 왜 애플에 요구를 했을까? 대부분은 과세문제라고 해석했다.

2010년에 한국정부에서는 이미 스마트폰 앱에 세금을 매기고자 했다. 이때 구글은 유료앱에  사업자 등록을 하도록 했고 관련 세금도 납부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애플은 한국에 법인이 없기에 그럴 의무가 없었다. 또한 각국의 조세협정을 교묘하게 이용해서 세금을 합법적으로 내지 않고 있었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앱판매액 과세 문제가 제기되자 정부에서 다시 애플에 압력을 넣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이번 사업자등록증 요구조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는 “애플 앱스토어가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에게 사업자등록번호 등을 요구한 것은 정부의 부가가치세 과세방침 등에 따른 것이 아니다”고 이런 의혹을 부인했다. 지난 2010년 6월 이후 국내개발자가 국내 또는 해외오픈마켓을 통해 국내 소비자에게 앱을 판매할 경우 부가가치세가 이미 과세되고 있으므로, 최근 애플의 조치는 과세 문제와는 상관없다는 것이다.






AS문제?

다른 분석도 나왔다. 현행 한국 전자상거래법은 문제가 생겼을 때 판매자와 직접 연락할 수 있는 연락처를 공개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이제까지는 10만원 이하 상거래에는 이런 조항을 적용하지 않았다. 현재 애플은 이메일 주소를 수집해도 앱스토어에 보여주지 않고 있다.

그런데 소액 사기를 막기 위해 지난 5월28일 10만원이라는 제한을 없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고 11월29일부터 발효됐다. 모든 전자상거래가 개정안의 적용을 받게 된다. 따라서 소액 앱을 파는 애플 앱스토어까지 정보수집을 위해 이런 조치를 취했다는 것이다.



신중한 조치가 필요

사실 이번 조치에 대한 반발은 원인이 무엇이냐에 있지 않다. 개발자에게 목적 이상으로 큰 장애물을 만들어 의욕을 꺾는다는 데 있다. 과세문제라면 애플과 정부 사이에 조용한 협상으로 해결할 수 있다. AS문제라면 판매자 연락처 기입란을 따로 만들었으면 해결된다. 원래의 취지보다 더 큰 정보를 요구하자 그만큼 어려움이 커졌다. 가뜩이나 점점 성공하기 힘들어지는 앱시장에서 개발자들이 앱품질 향상과 마케팅에 집중하지 못하는 장애물이 되어버렸다.




앱스토어의 사업자등록을 둘러싼 이번 소동은 행정기관과 글로벌기업 간 작은 움직임 하나가 개발자에게 얼마나 큰 충격을 줄 수 있는지 알려주었다. 그렇지만 이 사건에서 아직 우리는 제대로 된 교훈을 얻지 못했다. 정부가 좀 더 업계에 미칠 효과를 신중히 생각하고, 기업이 개발자를 위해 보다 차분히 움직였다면 이런 소동은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 이 글은 베타뉴스에도 기고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