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무관심이라고 누가 그랬던가. 비난이나 욕설은 차라리 관심과 애정의 다른 표현일 수도 있다. 보통 우리는 잘 알려져 있고 바라는 것이 많은 상대에게 충고도 하고 비판도 한다. 하지만 더이상 아무런 기대도 없고 관심조차 사라지면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다. 심지어 조롱거리조차 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면 더이상 아무런 미래도 없다.



카카오페이지


최근 언론과 콘텐츠 창작자들 사이에서 카카오페이지에 대한 이야기가 거의 사라지고 있다. 한때 게임 카카오톡의 성공에 힘입어 새로운 유료콘텐츠 시장을 개척해 줄 거라는 관측속에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에 비해 너무도 극적인 반전이다.


돌려서 말하지 않고 아주 간단히 말해보자. 현재 시점에서 카카오페이지는 실패했다. 그것도 아주 크게 실패했다. 커다란 관심과 기대를 안고 시작한 초기에 비해 관심은 사라졌고 참여한 개발자들은 너무도 적은 콘텐츠 수익에 실망했다. 반대로 소비자들은 카카오페이지라는 게 있는지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이용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카카오페이지는 어째서 이런 상황이 되었을까? 해결책은 없을까? 이에 대해 새로운 변화로 돌파구를 열어 가려는 움직임이 나왔다. (출처)



카카오페이지


카카오가 절치부심해 마련한 모바일 콘텐츠 유통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개편의 밑그림이 나왔다.


이달 중 애플 iOS 버전 카카오페이지 앱이 나오고, 콘텐츠 가격을 판매자가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게 바뀐다.카카오는 이달 중 △유·무료 콘텐츠 비율 자율 설정 △콘텐츠 최저 가격 인하 △뷰어 개선 등을 골자로 하는 카카오페이지 업데이트를 실시한다고 7월 14일 밝혔다.


가격 정책은 무료 서비스까지 가능해질 정도로 확 바뀐다. 초기 카카오페이지는 유료 콘텐츠 시장 활성화를 목표로 무료 콘텐츠 비율을 20%로 제한했다. 이후 이용자 확대를 위해 무료 콘텐츠 비율을 50%까지 올렸다.


기대에 못 미친 카카오페이지 활성화와 유료 콘텐츠 시장 탄생의 기폭제가 될지 주목된다. 카카오 관계자는 "콘텐츠 판매자가 보다 자유롭게 마케팅하며 고객을 만날 수 있도록 하는데 초점을 맞췄다"며 "이달 업데이트를 시작으로 하반기 확 바뀐 카카오페이지를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는 3분기 중 복잡한 구매 방식을 단순화하고 일정 금액을 미리 지불하고 콘텐츠를 이용할 때마다 차감하는 `이용권` 개념도 도입, 콘텐츠 구매 장벽을 낮출 계획이다. 페이지 저작도구도 개선한다.


카카오페이지는 창작자가 안정된 수익을 얻으며 창작 활동을 하는 장을 만들기 위한 모바일 콘텐츠 플랫폼이다. 카카오는 3년 안에 유의미한 수익을 내는 파트너 100만곳을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카카오페이지 활성화와 모바일 콘텐츠 생태계 구축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선 카카오 측이 그동안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던 것을 정리하고 수용하려는 자세를 보인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기사에서 이야기한 카카오페이지의 변화를 요약해보자.



카카오페이지


1. 유료콘텐츠만이 가능했던 제한이 풀리고 전면 무료콘텐츠 제공이 가능해진다.

2. 콘텐츠 판매가격이 더욱 자유로워진다.

3. 불편했던 뷰어를 개선했다.


그나마 좋은 움직임이긴 하다. 이런 변화를 한 마디로 말하면 콘텐츠 개발자의 판매 자유도를 높여주는 것이다. 하지만 과연 이것만으로 상황이 나아질까? 


카카오페이지, 부활을 위해 필요한 것은?


정작 카카오페이지의 근본 문제와 해결책은 위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1. 카카오페이지는 무료 콘텐츠의 비율이 일정정도를 넘지 못하게 했다. 그것 때문에 사용자들이 콘텐츠를 구입하지 않았을까? 애플의 앱스토어와 아이튠스는 수많은 유료 콘텐츠가 잘 결제된다. 심지어 한국 사용자에게도 말이다.


2. 판매가격의 최저가인 500원이 비싸서 구입하지 않았을까? 아마존을 비롯한 다른 콘텐츠 판매점에는 훨씬 비싼 책도 잘 팔린다. 설령 저것이 100원으로 내린다고 해도 콘텐츠의 질이 따라주지 않는다면 소용없다.


3. 뷰어가 나빠서 카카오페이지가 부진했다? 아주 약간은 맞는 말이다. 하지만 정답은 아니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공하지 못했던 것이 근본 문제이다. 그런데 이것은 단순히 뷰어가 나빠서가 아니다.


카카오페이지가 다시 살아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가? 라는 질문을 한다면 답은 하나이다. 모바일에 맞는 매력적 경험을 제공하지 못해서이다. 그런데 그 답은 아직 누구도 찾지 못한 영역에 가깝다. 카카오페이지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다 함께 찾아가야할 답이다. 결국 콘텐츠 개발자들이 여러 시도를 하며 소비자와 교감하며 찾아야 한다.



카카오페이지


문제는 과연 이런 해결책을 위한 수단을 카카오톡이 제공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현재의 카카오페이지 저작툴은 너무도 쉽고 단순하다. 프로그래밍을 모르는 사람을 위해서 쉬운 저작툴을 제공한 것은 좋은데 그것이 전부라는 것이 치명적인 문제이다. 모바일에 최적화된 경험을 찾아야 한다고 하는데 막상 그 최적화된 경험을 구현해줄 기술적 툴이 그렇게도 단순하고 성능이 나쁘니 방법이 나올리가 없다.


동영상을 예로 들어보자. 애플의 아이무비는 단순하고도 쉬운 편집툴로 유명하다. 간단한 클릭만으로도 좋은 화면효과를 구현한다. 애플이 동영상 내용이 더 중요하다면서 단지 영상을 잘라붙이고 글자를 붙이는 기능만 넣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무도 매력적인 동영상을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아이무비는 아주 간단한 클릭만으로도 그안에서 고급효과와 특수처리를 할 수 있다.



카카오페이지


심지어 애플은 전문가를 위한 영상툴인 파이널컷프로까지 제공한다. 아이무비에 만족하지 못하는 전문가를 위해 좀 다루기 어려워도 보다 세밀한 조절과 처리가 가능하게 한 것이다. 결과적으로 맥은 좋은 영상을 만드는 생산도구가 되었고 여기서 만들어진 영상은 높은 가격을 가지고 팔리는 고급 콘텐츠가 되었다.


카카오페이지의 저작도구부터 바뀌어야 한다. 초보자용과 전문가용으로 나누고, 초보자용에서는 간단한 클릭으로 표준화된 효과를 쉽게 구현하도록 한다. 전문가용에서는 세부적 조절과 복잡한 스크립트 언어까지 가능하게 하면서 최고의 경험을 자유롭게 낼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그렇게 해서 콘텐츠 개발자들이 매력적인 모바일 경험을 찾을 수 있도록 시행착오를 할 창작 수단의 자유를 주어야 한다. 지금의 카카오페이지 툴로는 그것조차 불가능하다.



카카오페이지


이렇게 저작도구를 바꾸고 그곳에서 나오는 여러 시도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해 카카오톡을 전면적으로 이용한 마케팅을 한다면 카카오페이지는 성공할 수 있다. 그것이 모바일에 최적화된 사용자경험을 찾기 위한 과정이자, 카카오페이지가 부활하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