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은 늘 조심스럽지만 확실한 자기만의 길을 걷고 있다. 크게 뉴스가 안되어서 그렇지 애플만큼이나 주목할 가치가 있는 기업이다. 애플이 사소한 특허출원 하나에도 여러가지 루머가 나오는 것과 달리, 아마존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그다지 예측이 나오지 않는 게 신기할 정도이다.



컬러전자책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를 통해서 애플은 기존 기업을 철저하게 바보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런 애플을 성공적으로 견제한 업체가 둘 있다. 삼성과 아마존이다. 삼성은 안드로이드를 받아들이고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아이폰의 독주를 막았다. 아이패드와 결합된 아이북스를 내놓아 전자책 영역에 들어온 애플을 아마존은 킨들 시리즈로 막아내며 콘텐츠 1위 업체의 자존심을 지켰다.


그런데 이런 삼성과 아마존에 관련된 뉴스 하나가 관심을 끈다. 아마존이 삼성 소유였던 컬러 전자잉크 업체를 인수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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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이 삼성전자 산하 전자잉크 컬러 디스플레이업체 리쿼비스타(Liquavista)를 인수했다고 비즈니스인사이더가 5월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아마존은 리쿼비스타 컬러 디스플레이를 자사 킨들 제품군에 접목하기 위해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리쿼비스타 컬러 디스플레이는 전력소모가 낮고 야외에서도 가독성이 높아 e북 단말기용 디스플레이로 주목을 받고 있다.


리쿼비스타는 2011년 삼성전자에 매각됐으며 2년만에 아마존에 팔리게 됐다. 삼성전자의 리쿼비스타 매각 움직임은 지난 3월 블룸버그통신이 기사화 하면서 알려졌다. 블룸버그는 당시 삼성전자가 1억 달러 이하에 리쿼비스타 매각을 아마존과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두 회사의 협상이 이번에 타결된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삼성은 하드웨어 부품에 있어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 2년전인 2011년부터 전자잉크의 가능성을 보고는 컬러 전자잉크가 가진 잠재력을 구입한 것이다. 


삼성의 기존 디스플레이인 액정 방식이나 새로운 분야인 AMOLED가 가진 취약점이 있다. 강한 햇빛 아래에서 읽기 힘들고 배터리 소모가 큰 편이라는 것이다. 반대로 전자잉크는 햇빛 아래서도 또렷하고 배터리 소모가 아주 적은 데 비해, 반응속도가 느리고 색깔을 구현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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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잉크는 컬러화가 제대로 진행되면 상당한 시장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다. 아직 흑백 위주인 전자책 단말기 시장에서 컬러에 대한 수요가 크기 때문이다. 마치 흑백TV가 컬러TV로 전환되는 것처럼 단말기가 전환되면 콘텐츠 시장에도 커다란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다. 문제는 그것은 위해서 값싸고 양산 가능한 컬러 전자잉크 디스플레이 부품을 만들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아마존은 전자책을 컬러로 바꿀 수 있을까?


이렇듯 가능성이 상당한 업체를 삼성이 아마존에게 왜 매각했을까? 아마도 기술적 한계로 인해 컬러구현 성능에 제한이 있든가, 양산을 하려고 해도 일정 수준 이상 부품값을 낮출 수 없는 공정의 한계가 있기 때문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또한 단기적으로 실적을 내지 않으면 인정받지 못하는 삼성 계열사 특유의 평가방식도 작용했을 것이다. 예를 들어 5년 후면 제대로 양산이 가능하다고 하면 그다지 소용이 없는 것이다. 여러 책에서 언급된 바에 따르면 삼성에서 2년동안 실적을 내지 못하는 부서는 정리된다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이 업체는 제대로 주인을 찾아간 셈이다. 아마존은 싫든 좋든 당분간 전자책 단말기에 주력해야 한다. 킨들파이어를 통해 태블릿 시장에도 입지를 굳혔지만 본업은 전자책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아이패드나 안드로이드 태블릿을 견제하는 데 있어 독자적인 컬러 전자잉크 기술만큼 매력적인 부품도 없다. 이것은 누구나 돈만 있으면 채택 가능한 3D디스플레이 같은 것보다 훨씬 차별적이며 즉각 우수성을 보여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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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의 거대한 투자와 지속적인 관심이 있다면 현재의 전자책은 변할 수 있다. 아마존이 전자책을 컬러로 바꿀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은 검고 흰 흑백 화면이 한순간에 컬러로 바뀌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한 장면처럼 환상적으로 보일 것이다.


햇살 좋은 공원에서 색깔이 살아있는 미술책과 요리책을 읽을 수 있고 사진앨범을 보면서 미소지을 수 있다고 생각해보자. 삼성과 아마존은 모두 좋은 거래를 했다. 남은 것은 컬러 전자책 시대가 빨리 오는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