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나 있는 흔한 이야기이지만, 동시에 어디에서도 잘 언급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동화에서는 나올 수 없는 이야기같은 것이 있다. 예컨대 마왕을 무찌르기 위해서 나와서 열렬한 환영을 받으며 싸우던 영웅이 마침내 마왕을 무찔렀다. 그런데 그 뒤에 영웅이 다시 마왕이 되어버렸다. 이런 이야기 말이다.


반지전쟁


영화 반지전쟁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절대반지를 둘러싸고 사우론과 싸우기 위해 연합하던 영웅들이 있었다. 그러나 막상 절대반지를 가지게 되자 탐욕에 눈이 먼 영웅들은 타락하게 된다. 힘이 강할 수록 오히려 더 쉽게 반지의 욕망에 사로잡히게 된다. 결국 사람들은 힘없고 욕심도 적은 호비트에게 반지를 없애기 위한 여정을 맡기게 된다.


이런 이야기는 IT 업계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지난 몇년간 IT업계는   아이폰이란 절대반지를 가진 애플에 어떻게 하면 대항할 수 있을지 그것만을 생각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위력은 그만큼 강했고 다른 운영체제의 힘은 그다지 강하지 않았다. 노키아의 심비안과 림의 블랙베리는 충분한 힘이 되지 못했다. 


하지만 희망은 있었다. 애플진영에 있던 구글이 변심하여 새로운 운영체제를 만들어냈다. 안드로이드는 애플에 대항할 최후의 희망으로 떠올랐다. 부분적으로 아이폰의 유전자를 물려받기도 했지만 안드로이드는 수수료를 요구하지도 않았고 원하는 플랫폼이 있으면 어디든 달려가서 도와주었다.

 

몇 차례의 치열한 전투가 펼쳐졌다. 이 싸움에서 지면 중간대륙의 모든 IT업계가 애플의 노예가 될 거라 생각했기에 모두가 합심해서 안드로이드를 지원했다. 그런 총공세에 강대했던 아이폰도 마침내 기세가 꺾이며 프리미엄 시장과 북미시장이란 일부 지역으로 물러났다. 안드로이드는 대륙의 모든 곳에서 크게 세력을 얻었다. 세상은 다시 자유로워졌다.


안드로이드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에는 너무도 강해진 안드로이드를 가진 구글의 힘을 모두가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안드로이드는 아이폰을 막는다는 명목하에 애플의 정책과 비슷하게 변해갔다. 수수료를 받았으며 과도하게 변형한 플랫폼에는 출동해주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안드로이드가 절대반지를 쥐고 모두를 노예로 부리게 될 수도 있었다. 사람들은 안드로이드를 만든 구글을 두려워하기 시작했으며 대안을 찾았다. 그 대안은 마치 힘약하고 욕심없는 호비트처럼 강한 회사가 뒷받침해주지도 않고 아직 완성도도 떨어지는 약소 운영체제를 발굴하는 것이었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을 만들면서 천천히 성공하고 있는 LG가 갑자기 웹OS 인수를 발표했다.(출처)


웹OS



2월 26일 LG전자는 HP로부터 웹OS를 인수해 스마트TV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로 LG전자는 웹OS의 소스코드를 얻는 한편 관련 기술진도 함께 영입하기로 했다. LG는 또 HP가 웹OS를 인수하면서 얻은 특허도 모두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다만, LG전자는 웹OS 특허에 대한 라이선스를 지불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웹OS는 PDA 제조사인 팜(Palm)이 아이폰에 대항하기 위해 개발한 OS로 2010년 HP가 인수하면서 자사 태블릿과 스마트폰 OS로 활용돼왔다. 하지만 스마트폰 사업이 부진을 겪자 HP는 2011년 8월 웹OS 사업을 포기했다. HP는 OS의 소스를 개방했지만 시장에서는 잊혀진 OS가 된지 오래다.


LG전자는 웹OS를 인수해 스마트TV의 플랫폼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이미 iOS와 구글의 2강 구도가 갖춰진 스마트폰과 달리 스마트TV 시장은 아직 초기 단계여서 웹OS의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웹OS 팀이 미국 실리콘밸리에 신설된 LG 실리콘밸리 랩에서 중추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LG전자가 웹OS를 단순히 스마트TV에 활용하기 위한 것 뿐만 아니라 향후 스마트폰 모바일 OS 등 소프트웨어 개발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리눅스 기반의 웹OS를 인수하면서 리눅스 개발자들을 자사의 스마트TV 생태계로 끌어들이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LG전자는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에 대한 의존도가 심화되면서, 최근들어 윈도, 폭스파이어 등으로 다각화할 방침이다. 특히 올 하반기에는 폭스파이어 스마트폰을 출시, 새로운 변화를 예고하고 나섰다.


어째서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새로운 운영체제일까? 그것도 이미 HP가 실패한 웹OS여야 했을까? 공짜에다가 풍부한 앱생태계가 있는 안드로이드에서 무엇이 모자랐던 것일까? 그런데 이런 선택은 LG만 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안드로이드폰인 엑스페리아 시리즈는 내고 있는 소니는 파이어폭스 OS란 공개 운영체제 진영에 참가했다. (출처)


어제 LG와 화웨이의 Firefox OS 참여 소식에 이어 소니도 2014년 출시로 참여할 것이라 밝혔다. 이 발표는 Telefonica가 Xperia Z와 Xperia 태블릿 Z의 출시를 발표하던 중 두 모바일 회사 또한 Firefox OS의 모험에 뛰어들겠다는 발표를 전했다.


윈도우폰의 계속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제한이 거의 없거나 제한없이 사용할 수도 있고 앱도 개발할 수 있는 완전히 개방된 기기를 개발해서 신흥 시장에 더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이제 ZTE, Alcatel에 이어 이미 언급된 LG와 화웨이 다음으로 5번째로 Firefox OS에 참여한 회사가 되었다. CEO 대리인 Bob Ishida는 현재 자사의 엔지니어들이 통신사들과 함께 Firefox OS와 HTML5를 작업중이며 내년 기기 혹은 기기들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것 뿐이 아니다.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안드로이드폰의 최고 회사로 떠오른 삼성은 인텔과 리눅스와 손을 잡고 타이젠 운영체제에 가담했다. 이에 대해 기자이자 유명 블로거인 광파리님의 의견을 일부 인용해보자. (출처)


파이어폭스


구글과 밀월관계가 됐지만 삼성은 항상 경계를 풀지 않았습니다. 어느날 갑자기 안드로이드가 추락하거나 구글이 배신하더라도 살아남으려는 전략입니다.


경계하기는 구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구글은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은 뒤에 캐나다 노텔 특허를 인수하는 등 특허 공세를 펼치려 하자 재빨리 모토로라를 인수했습니다.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해? 삼성은 구글을 더 경계하게 됐습니다. 구글이 폰 메이커를 인수했으니 배신당할 위험이 그만큼 커졌습니다. 삼성은 노키아한테 배신당한 인텔과 강력한 스폰서가 필요한 리눅스 재단과 손을 잡고 타이젠(Tizen) 개발에 나섰던 것입니다.


안드로이드, 성공을 넘어 공포를 주는 이유는?


요즘 옛날 동화를 리메이크한 영화가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헨젤과 그레텔'이 마녀사냥꾼이 되고 '잭과 콩나무'의 잭이 거인사냥꾼이 된다. 예전에 백설공주가 여기사로 변한 영화도 있었다. 이제는 IT업계도 반지전쟁같은 판타지처럼 움직이고 있다. 너무도 커버린 안드로이드란 절대반지를 약화시키기 위한 모험을 하려는 것이다.


어째서일까? 이대로 안드로이드가 산업표준이 되어버리면 경쟁할 어떤 운영체제도 남지 않게 된다. 그러면 윈도우를 가진 마이크로소프트와 동등하거나 그보다 강력한 독재자가 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구글은 아직까지 겸손하다. 여전히 안드로이드는 공개 운영체제이며 iOS처럼 폐쇄적이지 않다. 하지만 조조는 끝까지 황제에 오르지 않았어도 아들 조비는 금방 황제가 되었다. 카이사르는 로마황제를 사양했지만 그가 야심을 가진건 누구든 알고 있었다. 그리고 후계자 아우구스투스 이후로 로마는 황제정으로 변했다.


안드로이드



마찬가지로 안드로이드의 승리가 완전히 굳어진 지금 구글이 야심을 품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다. 안드로이드는  사기업의 선의에 기대고 있는 운영체제이다. 국가나 세계기구가 권리를 가진 것도 아니고 어떤 조약에 의해 공개와 관용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업체들은 안드로이드가 모바일계의 윈도우가 되는 것을 악몽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기간 마이크로소프트가 벌인 여러가지 횡포를 겪은 업체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기도 하다. 

 

동화로서는 씁쓸한 결말이다. 하지만 본래 민주주의는 신뢰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권력의 집중과 절대자의 출현을 경계하는 민주주의는 반대로 누구든 절대권력을 얻으면 타락할 거란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러니까 안드로이드가 억울할 것은 없다. 딱히 애플과 아이폰이 사악했기에 업체들이 대항한 것도 아니었다. 누가 되었든 절대권력을 주지 않으려는 것 뿐이었다. 그러니까 이것은 그저 우리 모두 먹고 살아보자는 비즈니스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