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평론가를 하면서 나는 대부분의 분야를 냉정하게 보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렇게 볼 수 없는 분야도 있다. 예를 들면 바로 전자책 분야이다. 나는 15년 동안 소설을 쓴 소설가이다. 지금도 비록 작품활동을 쉬고 있긴 해도 언제든 소설을 써서 대중과 교감할 준비가 되어 있다. 그런 면에서 조금이라도 한국 출판계가 살아나고 전자책 분야가 활성화되어 작가와 관련 산업계가 모두 부유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교보문고 sam


교보문고에서 새로운 전자책(eBook)서비스인 sam을 발표했다. 2월 20일에 일산 킨텍스에서 열렸던 행사에 취재를 간 것이 이런 개인적인 애정이 있어서다. 세계 출판계로 본다면 별로 중요하지도 않는 한국에서 전자책 서비스가 하나 나온다는 것은 IT전체로 놓고 본다면 그리 대단한 일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업계의 발전을 바라는 나로서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교보문고 sam


오전에 열린 행사에서 우선 눈에 들어온 것은 새로 내놓은 전자책 단말기였다. 전자잉크를 사용해서 가볍고 배터리가 오래가는 단말기는 전자책 업계로서는 매력적인 제품이다. 비록 스마트폰과 태블릿이 대세가 되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밝은 공원에서 부담없이 오랫동안 책을 읽고 싶어한다. 그럴 때 종이책이 아니라면 그나마 전자잉크를 쓴 제품 밖에는 아직 만족스러운 대안이 없다.


교보문고 sam


교보문고의 전자책 단말기에는 sam이란 이름이 붙어있다. 이 제품은 얼핏 전자잉크 방식을 채택한 평범한 제품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르다. sam은 교보문고의 전자책 서비스에 최적화된 인터페이스와 기능을 가지고 있다. 교보문고의 책을 읽고 싶지만 특별한 기기가 아직 없는 사용자를 겨냥한 전용 제품이다.


교보문고 sam


들어보니 상당히 가벼웠다. 일단 220g이란 기존 태블릿보다 훨씬 가벼운 무게는 호감을 준다. 지하철에서 오래 들고 있거나 누워서 책을 읽을 때도 손에 그렇게 무리는 가지 않을 듯 싶다. 또한 6인치의 크기는 휴대성을 잘 살려준다. 어떻게 보면 기존의 종이책 한권 보다 더 가볍고 작다고 말할 수도 있다. 문고판을 제외하면 이정도의 크기와 무게에 경쟁할 종이책도 찾기 힘들다.


교보문고 sam


이날은 많은 취재진과 블로거들도 참석했다. 교보문고가 국내에서 차지하는 위치도 있고 전자책에 대한 새로운 시도라는 면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이다. 


교보문고 sam


sam의 성능은 상당히 좋다. 우선 XGA급의 해상도를 가진 디스플레이를 채택했다. 1024*768의 해상도이다. 따라서 글자의 가독성이 상당하다. 획수가 많은 한자를 제대로 읽을 수 있다.


교보문고 sam


sam은 무선 인터넷인 WiFi 연결을 통해서 교보문고의 전자책 서비스에 바로 접속할 수 있다.  최적화된 연결을 보장하는 것이다. 인터넷 연결을 통해 위키피디아를 이용할 수 있고 각종 SNS와 연동 서비스도 가능하다.


교보문고 sam


또한 글씨크기나 폰트를 바꿀 수 있고 문단간격, 줄간격을 조절할 수 있다. 상하좌우의 여백도 자유로 할 수 있는 것이 보다 사용자의 취향을 제대로 적용한다. 이런 면에서는 콘텐츠 회사답게 편의성에 신경쓴 모습이 마음에 든다. 기본 내장으로 동아프라임 사전과 세계문학 필독서 10권을 기본 탑재했다. 


교보문고 sam


매력적인 디자인으로 유명한 아이리버가 신경쓴 부분도 괜찮다. 제품 뒷면의 라운드 처리는 단순히 모서리만 처리한 것이 아니라 전체가 둥들고 부드럽게 손에 잡히도록 했다. 재질도 플라스틱으로서는 고급스러운 편에 속한다.


교보문고 sam


제품색상은 블랙과 화이트가 있다. 아무래도 남자는 블랙, 여자는 화이트를 더 선호할 것 같다. 내 느낌으로는 화이트쪽이 보다 깨끗하면서 정갈한 맛이 있어 더 선호할 듯 싶다.


교보문고 sam


두께도 얇고 여러가지 면에서 만듬새가 좋다. 별도 판매되는 커버를 결합하면 가지고 다니는 책으로서의 품격도 상당하다.  

 

교보문고 sam


전원을 켜기위한 버튼과 충전을 위한 마이크로USB, 마이크로SD메모리를 위한 슬롯이 나란히 있다. 무난하고 안정적인 구성이다. 다만 전원버튼이 다소 견고함이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다.


교보문고 sam


정식 런칭 발표회가 시작되었다. 국내 서점에서 단연 최고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 교보문고이다. 하지만 그동안 종이책 위주로만 주력해왔다. 이제는 세계적으로 아마존과 아이북스라는 물결을 맞아 한국에도 점점 전자책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교보문고 sam


이런 상태에서 이미 의욕적으로 발표된 전자책단말기와 서비스가 있었다. 하지만 그들 대부분은 큰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사라졌다. 어째서일까?


교보문고 sam


전자책의 기본은 하드웨어가 아니다. 콘텐츠이다. 제품 안에서 읽을 전자책이 풍성해야 한다. 그런데 한국의 전자책은 한쪽에서 불법복사를 통한 텍스트와 스캔본이 한 축을 차지한다. 그리고 반대쪽에서는 이런 불법복사를 두려워해서 종이책의 범주를 한사코 빠져나가지 않으려는 출판사, 유통사들이 있다.


교보문고 sam


이렇게 되자 전자책 서비스는 계속 나오지만 읽을 책은 부족하고, 독자들은 외면하게 되었다. 도서정가제나 각종 제도가 나오지만 어떤 것도 현재 한국의 출판계를 산업적인 면에서 부흥시킬 수는 없었다.


교보문고 sam, 전자책 정액제는 성공할까?


교보문고 sam


교보문고의 sam은 단순히 전자책 단말기의 이름이 아니다. 이것은 새로운 정액제 서비스를 일컫는 말이기도 하다. 교보문고는 한국의 전자책 콘텐츠 산업에 주체적으로 뛰어들면서 새로운 도전을 했다. 그것은 바로 전자책 정액제 서비스이다.


교보문고 sam


한국은 정액제를 상당히 좋아한다. 이미 음악에서 멜론을 비롯한 정액제 서비스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한 가정의 인터넷은 종량제가 아닌 정액제이다. 모바일기기인 이동통신 또한 정액제 서비스에 무제한 서비스까지 있다. 이런 흐름에서 볼 때 전자책에서도 약정과 결합한 정액제가 좋은 해법이라고 생각하고 내놓은 것이 바로 sam이다.


교보문고 sam


앞에서 설명한 교보문고 전용 단말기인 sam을 포함한 서비스로서 월 1만 9천원을 내면 2년동안 한달에 책 5권을 볼 수 있다. 서비스로서 다른 테블릿이나 스마트폰, PC에서 이용하는 sam 은 월 1만 5천원을 내면 1년동안 역시 책 5권을 볼 수 있다. 


교보문고 sam


책 한권 당 3천원의 가격인데 신간 서적이 제대로 나와준다면 엄청나게 싼 가격이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책 가격은 기본이 9천원에서 1만원이며 조금만 비싼 서적이라면 1만 5천원을 넘는다. 3분의 1 가격이라고 볼 수 있는데 유통비용과 종이 가격을 뺀 거품 제거로서 이런 가격으라면 소비자에에도 상당히 매력적이다.


교보문고 sam


어떻게 보면 이번 교보문고의 sam은 밀려오는 아마존과 애플에 대해서 그들이 놓친 한국적인 취향을 노린 서비스라고 볼 수 있다. 해외에서는 콘텐츠에 대한 정액제는 실현하기 힘들다. 수익배분 구조가 복잡해지고 개별 콘텐츠의 품질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도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교보문고 sam


하지만 나는 그런 것을 따지기 전에 완전히 고사될 위기에 있는 한국 전자책 업계 자체가 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대로라면 한국은 마치 개화기의 충격처럼 종이책에 끝까지 머물다가 갑자기 전자책 시대를 온몸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교보문고 sam


교보문고의 전자책 정액제 sam 은 그런 면에서 한가지 시험대이다. 이 서비스의 성공여부가 한국의 전자책이 앞으로 과연 어떤 방향으로 나가게 될 지를 결정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출판업계에 하나의 돌파구로서 이 서비스가 성공하기를 바란다. 



* 이 포스트는 해당 기업의 후원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