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원인이 없는 결과는 거의 없다. 극소수의 예외를 제외한다면 모든 것은 원인이 있으니까 나오는 결과인 것이다. 다만 그 원인을 파악하지 못하거나, 잘못 파악하는 일이 있다. 그런 일들을 보통 미스테리, 착오라고 부른다.


우리가 흔히 가지고 있는 이미지에는 편견이 많다. 예를 들어 흑인은 어쩐지 농구와 격투기를 잘 할 것처럼 느껴진다든가, 남미사람이면 축구를 다 잘할 것만 같다. 이건 반대로 유럽에서 동양인은 죄다 태권도 유단자에 검을 휘두르는 사무라이일 것이라 간주하는 이미지와도 같다.

통계를 가지고 하는 조사결과가 이런 이미지와 일치하면 매우 재미있는 결과가 나타난다. 사람들은 그 숫자 뒤에 있는 진짜 이유에 대한 깊은 고찰을 해볼 생각보다는 그저 단순한 논리로 그 사실을 믿어버린다. 그리고 그 믿음은 곧 이미지로 굳어질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재미있는 기사 하나가 보였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공짜를 좋아한다는 통계 기사다. (출처)



공짜는 누구나 다 좋아하지만, 스마트폰 세계에서는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특히 더 공짜를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레티지 어낼리틱스(SA)가 2월24일 발표한 조사 결과를 보면, 미국에서는 89%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공짜 앱을 내려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럽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무려 92%가 앱을 공짜로 내려받았다.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특히 더 공짜 앱을 좋아하는 것일까. 크리스 닷지 SA 연구원은 “안드로이드마켓은 애플 앱스토어나 블랙베리앱월드보다 공짜 앱이 더 많다”라고 설명했다. 공짜로 내려받을 수 있는 앱이 부지기수인데, 굳이 앱을 구입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유로 앱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있는가 하는 문제도 이 같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 크리스 닷지 연구원은 “애플 모바일 기기 사용자는 안드로이드 사용자와 비교해 유료 앱에 비용을 지불할 의사가 더 많다”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온 원인이야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앱의 평균 가격도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안드로이드마켓의 앱 가격이 일반적으로 앱스토어 앱 가격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엔 같은 날 발표된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의 조사 결과를 보자.

문제는 이 같은 불균형이 곧 앱 장터의 수익률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시장조사업체 IHS가 2월 발표한 자료를 보면, 앱스토어와 블랙베리앱월드가 안드로이드마켓과 비교해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각해볼 점이 매우 많은 기사다. 블로터닷넷은 적어도 IT기사에 한해서는 국내의 어떤 언론보다 열심히 취재하고 깊은 분석을 하려고 노력하는 좋은 곳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소 신문기사와도 비슷한 이 기사에 한해서는 한단계 정도에서 생각이 그쳤다는 점이 아쉽다.
  
안드로이드 사용자는 공짜를 좋아할까?

위의 기사를 요약하면 <안드로이드 사용자의 대다수가 공짜앱을 쓰고 있다. 안드로이드에 원래 공짜 앱이 많다. 또한 안드로이드 앱의 평균 가격도 높으니 그렇다. 결국 안드로이드 앱 매출은 시장 크기에 비해 너무 적다.> 이게 전부다.

1. 안드로이드는 다른 스마트폰과 다른 완전개방에 가까운 플랫폼이다. 지금 우리가 쓰고 있는 PC보다 더욱 개방되었다. 비교하자면 오히려 리눅스에 가깝다. 리눅스의 공짜 프로그램 비율과 다운로드 비율을 보면? 안드로이드보다 더 높을 것이다.

이것은 안드로이드이기에 그런 것이 아니다. 널리 확산된 개방형 플랫폼이기에 그런 것이다. 애플의 첫 제품인 애플2는 유일한 개방형 플랫폼인데 여기서도 마찬가지로 프로그램을 일일히 구입해서 쓰는 사람의 비중은 낮았다.

2. 덜 개방된 스마트폰인 애플의 앱스토어나 림의 블랙베리를 쓰는 사람들은 비교적 선택의 이유가 뚜렷하다. 개방형이 아니라는 단점을 단점이라 생각하지 않으려면 뚜렷한 동기나 용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더 능동적이며 앱을 적극적으로 구입하며 활용하려고 한다.



3. 개방형 플랫폼을 쓰는 사람들은 기기에 대한 집착이 그리 강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너무 초보자라서 아무 것도 모르기에 그럴 수도 있고, 반대로 너무 전문가라서 이미 하드웨어 같은 건 해킹이든 루팅이든 다 할 수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어쨌든 개방형인 안드로이드는 그만큼 충성도에서 낮으니 공짜가 아닌 유료 앱 구입도 적다. 아예 앱 자체를 그다지 안쓰는 부류도 훨씬 많다.

4. 문제는 결론이다. 그래서 안드로이드의 미래가 어두울까? 아이폰의 높은 수익률을 보면 그럴 수도 있겠다. 하지만 그건 마치 분식점이나 중국집을 레스토랑과 비교하는 것과 같다. 손님 대비 수익률은 당연히 보다 대중화된 곳이 적다. 하지만 PC의 예에서도 보듯 세상의 주 소비층은 결국 개방형으로 흐르는 경우가 많다.


길게 볼 때 안드로이드는 큰 점유율과 넓은 사용자층을 가지게 되지만, 낮은 앱구매율과 낮은 이윤의 시장이 된다. 하지만 플랫폼이 워낙 많이 퍼져있어서 그것이 나름 규모의 경제를 이루게 된다. 지금 윈도우 PC의 정품 사용비중이 뭐 얼마나 되겠는가? 그렇다고 MS가 수익이 낮아 고민이라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정리해보자. 낮은 구매비율과 높은 시장점유율은 개방형 플랫폼이 안게되는 필연적 흐름이다. 그러니 안드로이드라고 특별히 다를 것도 없다. 안드로이드 사용자가 공짜를 좋아해서가 아니다. 원래 개방형은 그런 시장구조를 자연스럽게 가지게 된다. 굳이 말하자면 세상이 그런 플랫폼을 원하니까라고 대답하면 좋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