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을 정말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까?
2012. 2. 2.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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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나무와 잡스이론(종결)
미국이 정말 어려운 모양이다. 그리고 오바마 대통령도 정말 급한 모양이다. 흔히 물에 빠진 사람은 지푸라기라도 잡으려한다고 말한다. 하물며 훨씬 의지가 될 무엇인가 있다면 당연히 붙잡으려 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고 스티브 잡스에게 아이폰을 미국에서 생산할 수 없냐고 물은 적이 있다. 잡스는 '그런 일자리는 다시는 미국에 돌아오지 않을 것.' 이라고 답했다. 그걸로 논의가 끝났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어려운 미국경제와 함께 미국의 거물들이 현재 가장 잘 나가고 있는 미국회사 애플에 애국심을 주문하기 시작했다. (출처)
도널드 트럼프는 오늘 Fox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애플 CEO 팀 쿡에게 애플 제품들을 미국에서 생산하라고 제안했다. Foxconn 중국 공장에서의 비참한 노동환경에 대한 뉴욕 타임즈 기사가 나간 후, 애플은 비판의 집중포화에 직면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는 팀 쿡이 자사 제품들을 미국에서 만들겠다고 선포해야 한다고 말했다. "만일 애플의 새 지도자가 미국에 공장들을 건립하는 것을 시작하겠다고 말한다면, 훌륭한 것이 아니겠는가" 라고 말했다. 그는 애플 제품들의 100% 혹은 거의 100%가 미국 외에서 만들어진다면, 이는 정말 슬픈 일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애플이 어찌 되었든 간에 시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이 나라를 위해 위대한 일들을 할 수 있다... 애플이 실제로 이 제품들을 미국 내에서 생산한다면, 훌륭하지 않겠는가" 라고 말했다.
트럼프라고 하면 부동산으로 재벌이 된 인물로서 예전에 경영관련 책을 내기도 했던 경제계 거물이다. 그래도 기껏해야 공업도 아닌 부동산 매매업종의 인물이 애플에게 공장과 생산에 관한 조언을 하는 것이 우습긴 하다. 그러나 미국의 고조된 위기감과 애국심을 생각한다면 이해가 간다. 애플이란 한 기업은 최고의 번영을 누리고 있는데, 막상 그 기업에게 기회를 준 '위대한 미국'이 죽어가고 있다면 당연히 약간의 희생을 해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는 것이다. 미국이란 나라가 없이 애플이 존재할 수는 없었을 테니 말이다.
문제는 의지가 아니라 현실성의 문제다. 설마 잡스가 애국심이 모자라거나 미국 대통령을 무시해서 그렇게 말했을까? 비용을 포함한 생산유연성에서 미국이 너무도 떨어진다고 생각했기에 그렇게 말한 것이다. 일단 전문가의 예상에 의하면 아이폰이 미국에서 생산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애플의 기록적인 영업이익률을 약간 희생하면 되는 문제다. 하지만 동시에 실제적으로는 자본주의 시스템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예측한다.(출처)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 보고서는 애플이 중국의 조립 라인을 미국으로 옮기는 것을 선택 가능한 옵션으로 본다. 물론 미국의 임금 수준은 중국보다 훨씬 높으므로(이 보고서에서는 10배로 가정), 애플의 수익률(매출총이익률)은 64%에서 50%로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50%도 매우 높은 수치다. 그래서 아시아개발은행연구소는 '조립 라인의 미국 이전'에 대해, 애플의 거대한 수익을 미국 저숙련 노동자들과 공유하면서 대중 무역적자도 줄일 수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여기에는 엄청난 시스템 차원의 장애물이 있다. 바로 주주들이다. 주주들에게는(그가 개인적으로는 아무리 착한 사람이라 해도) 인류애가 없다. 애국심도 없다. 사회적 책임도 없다. 주주의 소망은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짧은 시간 내에 크게 오르면 된다. 잡스가 폭스콘 노동자들의 임금을 올리거나 조립 라인을 미국으로 옮겨 애플 주가를 떨어뜨렸다면 그는 주주들의 반란으로 CEO 자리를 다시 박탈당했을 것이다. '스티브 잡스 신화'도 없었을 것이다. 한편 애플 주가를 올리는 것은 경영자인 잡스에게도 이익이었다. 그는 스톡옵션을 550만 주나 가지고 있다.
아이폰을 정말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을까?
이런 분석은 정확성을 떠나서 충분히 음미할 가치가 있다. 이것은 단지 애플만의 문제가 아니다. 짧으면 몇년, 길어봐야 십여년 내에 한국의 삼성이나 엘지 등의 대기업도 직면할 문제이기 때문이다. 아이폰이란 상징성과 미국공장에서의 생산이란 상징성이 결합할 수 있을까? 과연 잡스의 뒤를 이은 팀쿡이 이런 시도를 할 수 있을까?
스티브 잡스는 자기 마음대로 운영할 수 있었던 넥스트 컴퓨터를 만들때 이미 미국공장의 생산과 로봇에 의한 자동생산을 시도한 바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부정적이었다. 넥스트 자체가 인기가 없었던 탓도 있지만 많은 인건비와 높은 복지수준을 갖춰준 애플 미국 공장 제품의 불량률은 아시아에서 훨씬 낮은 수준의 임금을 받으며 일하는 공장 불량률보다 높았다. 하물며 3천명이 기숙사에서 먹고 자면서 생산에만 종사하는 플랜트를 미국땅에 세우고 운영할 수 있을까?
아이폰의 미국생산은 엄밀하게 말해서 불가능하지는 않다. 단, 그것이 전세계 여러곳 가운데 하나로서 다분히 전시행정같은 성격을 지닌 미국공장 한 곳의 운영이라면 말이다. 아이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제품 전량을 미국에서 생산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다. 가능하다면 애플이 그에 필요한 제품 개발 과정을 길게 잡고 순발력을 떨어뜨려야만 할 것이다.
그런데 그렇다면 그게 과연 우리가 좋아하는 애플일까? 이미 다른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아이폰은 미국에서 생산할 수 있느냐는 애플이 잡스때부터의 특징을 포기하느냐 지키느냐의 시험대나 마찬가지다. 팀쿡이 정 다른 길을 걷고 싶다면 시도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 결과는 그리 낙관적이지 못할 것이다. 미국 정계와 재계의 찬사는 좀 듣겠지만 애플이 사실 그런 찬사를 듣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희생해본 적은 없다.
좋든 나쁘든 애플은 애플일 뿐이다. 우리 모두가 절실하게 마치 '공정무역커피' 마냥 '공정생산 아이폰' 을 원한다고 말하지 않는 한, 중국 폭스콘 제작의 아이폰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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