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미래를 말하기 좋아하는 사람이 빠지기 쉬운 함정 가운데 하나는 '기술 만능주의' 다. 새로운 기술이 나오면 무조건 기존의 기술이 밀려나고 신기술이 그 자리를 다 채울 거라는 예상이다. 실제로 몇몇 신기술은 거의 완벽하게 기존의 기술을 밀어내고 그 자리를 대체했다. 예를 들어 출판계로만 보자면 금속활자 인쇄술이라든가, 컴퓨터 출판, 워드프로세서 등이 이에 해당된다.



그때문에 전자책을 말할 때 흔히 '전자책이 미래이며 종이책은 사라질 것이다!'라고 극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지 전자책이 기술적인 면에서 우수하니까 그럴 것이란 예측일 뿐이다. 분명 합리적으로만 따지면 전자책이 모든 면에서 나을 지 모른다. 하지만 인간의 감성과 여러가지 욕구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전자책이 대두되기 시작했고, 점점 기존 종이책의 판매량을 위협한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전자책 판매량이 종이책을 넘어서기도 했다. 다음 뉴스를 보자.(출처)

미국의 대형 인터넷 소매점 아마존닷컴은 전자도서 판매량이 전통적인 도서(종이책) 판매량을 사상 최초로 넘어섰다고 19일(이하 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는 미국에서 지난달 저렴한 가격에 출시된 전자책 단말기 '킨들'이 절찬리에 판매되면서 전자책의 판매를 부추겼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2007년 11월 아마존은 미국에서 399달러(약 43만원)에 킨들을 출시했다. 이후 이달 초 단말기 내부에 광고표시 기능을 추가해 단말기 가격을 114달러(약 12만원)까지 내렸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조스는 "소비자들이 이제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더 선호한다"며 "(종이도서에 대한 전자도서의) 역전이 언젠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렇게 빠를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았다"고 이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 15년간 종이책을 판매했으나 전자책 사업은 시작한 지 4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에 따른 논평에는 이대로는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는 우려와 반론이 있다. 미국인들은 전통적으로 기술에 따른 변화와 혁신을 매우 좋아하는 성격이 있다. 따라서 새로운 기술과 그 성장에 대해 다소 호들갑스러운 편이다. 하지만 그걸 감안하고라도 이런 결과는 놀랍다. 과연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서 어떤 차이가 있기에 이처럼 빨리 성장할 수 있던 걸까?


전자책, 종이책에 비해 어떤 차이가 있을까?


1) 전자책은 우선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미 기존 종이책을 만들 때, 전자출판 시스템에 의해 컴퓨터 워드프로세서를 이용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따라서 이미 만들어진 파일을 가지고 변환하는 것 뿐이니 우선 교정이나 각종 인쇄 과정이 생략되거나 무척 간단해진다.

2) 전자책은 유통이 매우 빠르고 쉬우며, 효율적이다. 전자책은 기본적으로 눈에 보이는 물질이 아니며 무한정의 복제가 몇초면 가능하다. 평상시 전자책은 서버에 데이터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그러다 소비자가 주문을 하면 읽어들여 인터넷망을 타고 단숨에 전송된다. 이론적으로는 몇천 몇만명이 주문을 해도 결코 모자랄 일이 없다.

또한 주문에서 배송까지는 그저 데이터 다운로드에 걸리는 시간 밖에 소요되지 않는다. 물질이 아니므로 창고를 만들어 쌓아놓거나 물류유통 체계를 만들 필요도 없다.

3) 개정판을 내거나 수정을 하기도 쉬우며 파본이나 손실되는 책이 생기지 않는다. 또한 팔리지 않았을 때 재고를 걱정할 필요도 없다. 분량이 아무리 많아도 실제 제작과 유통에서 거의 비용을 추가할 필요가 없다.

4) 독자 입장에서 보면 전세계의 어떤 책이라도 인터넷만으로 신속히 주문하고 배송받을 수 있다. 또한 아무리 많은 양의 책이라도 메모리가 허용하는 가볍게 가지고 다니며 읽을 수 있다. 전자책 단말기 하나가 왠만한 도서관 장서분량을 수용할 수도 있다.



많은 장점이 있지만 이처럼 대표적으로 생산, 유통, 배송, 휴대의 장점이 가장 크다. 기본적으로 우리가 책을 산다는 건 그 안에 있는 본질적인 내용을 사는 것이지, 책표지나 안쪽의 종이뭉치를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종이나 표지는 그저 글자를 담기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책이란 곧 글자를 담는 그릇이며 그릇 안의 내용을 담기에 책인 것이다.

그러나 전자책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다. 차이라는 건 곧 단점쪽 차이도 있다는 것이다.

1) 아직까지 가독성은 종이책이 좋다. 전자책은 전자잉크라고 해도 종이책보단 해상도가 떨어지고 눈이 좀 불편하다.

2) 전자책은 전기가 없으면 읽을 수 없다. 가혹한 조건이나 고립된 상황에서 종이책은 상관없이 기능한다.

3) 전자책은 독자가 실제로 무엇인가를 소유했다는 감성적 만족을 주지 못한다. 돈을 주고 손에 넣었다는 느낌은 실제 물질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전자책이 종이책을 앞지르더라도 이런 단점까지 전부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때문에 나는 주류가 전자책이 되더라도 종이책이 당연히 일정부분을 계속 점유할 거라 예상한다. 기술 만능주의에 빠져 무조건 전자책을 찬양할 생각은 없다.



어쨌든 전자책에 대해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것도 좋은 건 아니다. 필름 카메라의 감성도 좋지만 점점 대세가 디지털 카메라로 가고 있는 것을 눈앞에서 보고 있지 않은가? 시대의 흐름을 보다 현명하게 지켜보도록 하자.

P.S : 며칠전부터 컴퓨터가 고장났습니다. 아이패드를 이용해 간신히 포스팅만 하고 있네요;; 조만간 노트북을 하나 구입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