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대의 화두는 감성이다. 차가운 기계, 정밀한 반도체 제품 위에 인간적인 따스한 감성이 담긴 제품이 열광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아마도 기술이 발전하면서 날이 갈수록 삭막해져가는 사회에서 절실히 결핍된 것이 감성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감성조차도 결국 스타일이란 형식에 빠져버리면 다분히 알맹이 없는 멋으로 끝나버린다. 쉽게 말해서 실용성이 떨어지는 겉멋으로서의 감성이 되기 쉽다. 인간적이지만 실상 편리하기 보다는 단지 아름다워보이기 위한 꾸밈이라든가, 감성적이니까 실제 사용에 있어서 불편한 점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는 강요로 흐르기 쉽다. 그런 면에서 스마트폰에서 과연 진정한 감성이란 무엇일까를 다시 생각해보기도 한다.



SK텔레시스에서 두번째로 발표한 스마트폰 윈(WYNN)을 보며 나는 문득 심각하게 이런 생각을 했다.
감성이라는 건 단지 폼나는 멋일까, 아니면 소박한 정성일까. 사실 그동안 스마트폰에 대해 나름 공부했지만 W브랜드에 대해서는 관심이 적었던 게 사실이다. 스카이란 브랜드를 팬택에 매각한 후 자체적으로 만든 브랜드라고 들었는데 그다지 화려하게 돋보이는 제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런 건 중요하지 않다. 모든 스마트폰 회사가 똑같이 아이폰을 추구해서는 재미가 없다. 화려한 스펙과 화제를 몰고 다니는 스마트폰이라고 전부 좋은 스마트폰은 아니다. 이미지만으로 아이폰을 타도하겠다고 하던 다른 회사의 어떤 스마트폰은 막상 아이폰과는 전혀 다른 컨셉이었다.

사실 윈 발표회에 참석하기 전, 조사한 바로 인터넷 얼리어댑터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무엇보다 스펙이 문제였다. 지금은 듀얼코어와 대용량 매모리가 탑재된 신제품이 마구 쏟아지는 시기다. 이런 때 싱글코어에 8G 기본 외장메모리 등, 내세울 것이 없는 스펙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냐는 비웃음이었다. 나도 처음에는 이런 점 때문에 이 제품에 다소 회의적이었다.



그러나 이런 스펙만을 보는 선입관은 그다지 올바른 것이 아니다. 우리는 흔히 사회에서 취업을 할 때 어떤 대학을 나오고 토익점수가 얼마인가의 스펙만으로 인간의 등급을 결정짓는 회사를 볼 수 있었다. 그런 회사가 좋던가? 스펙만으로 결혼 1등급이니 3등급이니 평가하는 결혼정보회사가 옳다고 여겨지던가? 스마트폰도 마찬가지 일 수 있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숫자도 아니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WYNN- 윈, 알파벳W에 해당하는 고대 룬문자로 승리를 상징하는 이름의 이 스마트폰의 컨셉은 감성이다. 그런데 우리가 흔히 말하는 감성과는 또다른 의미에서의 감성이 담겨있다. 그것은 바로 사용자에 대한 배려라는 이름의 감성이다.



흔히 감성적인 스마트폰의 대명사로는 아이폰을 꼽는다. 분명 아이폰은 감성적이다. 다만 그 감성이란 철저히 계산된 것으로 사용자들은 아무 것도 모른다. 그러니 애플이 이끌어주겠다는 뜻에서 위로부터 계획된 감성이다.

반면 윈의 설계자가 발표회에서 말한 감성은 겸손한 배려로부터 나오는 감성이다. 사용자들이 실제로 어떤 점을 불편해할까? 아마도 이런 점은 좀 불편하고, 이런 기능은 넣어주길 바랄 것이다. 실제로 써본 결과로도 이랬다. 라는 식으로 철저히 몸을 낮추고 하나씩 소비자의 시선에서 보려고 노력한 감성이다. 무엇이 그런지 좀더 실제적으로 알아보자.



WYNN, 감성을 넘어선 배려가 담긴 스마트폰.

1) 간편한 에코 모드 절전 스위치는 스마트폰 배터리를 아껴준다. 외부 스위치로 전환이 가능하며 대기시간을 향상시킨다. 이 스위치로 스마트폰과 피처폰 모드를 전환하게 된다.

2) 앱쉐이드란 기능을 통해 앱의 배치를 편하게 해준다. 사용빈도가 낮은 앱의 색상이 옅어지는 이 기능으로 인해 원하는 앱을 쉽게 찾을 수 있고 관리하기 편하다.

3) 마이포켓이란 기능으로 앱 아이콘을 대기화면에 늘어둘 수 있다. 배경사진을 가리면서 앱을 배치할 필요가 없고, 일일이 메뉴화면을 찾아들어갈 필요도 없다. 화면 하단부를 블라인드처럼 밀어올려 미리 저장해둔 앱으로 갈 수 있다.

4) 특히 미디어 팝업 기능은 매우 훌륭하다. 이어마이크 삽입과 함께 자동으로 티비,음악,비디오,유튜브 등의 메뉴가 자동으로 화면에 나타난다. 이어폰을 꽂는다는 건 당연히 음악을 듣고 싶다는 건데 아이폰조차 그것에 반응해서 무엇인가가 실행되진 않았다. 윈은 이어마이크 삽입과 함께 무엇을 듣고 싶은지 물어봄으로서 보다 똑똑하고 감성적인 이용으로 유도한다.



이 외에도 문자를 음성으로 알려주는 TTS등 다양하고도 세심한 배려의 기능이 운영체제에 숨어있다. 구글에서 제작하는 안드로이드 V 2.3 진저브래드를 제대로 커스텀된 부분이 상당히 감성적이다. 이른바 UX(사용자경험)을 향상시키기 위해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느낄 수 있다.


윈의 디자인도 시선을 끈다. 가장 그립감이 좋고도 고급스러운 느낌의 곡선을 추구한 디자인과 함께 4인치 대화면을 썼다. 블랙과 화이트 모델로 나뉜 제품군은 깔끔하다. 가볍고 좋은 디자인과 함께 멋과 품격을 중시하는 사용자에게 어필할 수 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비교적 느린 싱글코어의 퀄컴 1.2Ghz 칩은 그렇다치더라도 500만 화소 밖에 안되는 후면 카메라의 사진품질이 그다지 월등하지 않다. 국내업체에서 납품된 이 카메라모듈 말고, 여건만 된다면 보다 좋은 것을 썼으면 어떨까하는 아쉬움이 있다.

외장메모리를 지원하긴 해도 기본제공되는 메모리가 8기가 밖에 안되는 점도 아쉽다. 16기가 메모리가 대세인 시대다. 다양한 앱 활용과 사진 등의 저장을 위해서 외장메모리는 좀더 높은 용량을 기본제공해주는 게 어땠을까.


WYNN 윈의 공식애칭은 모델의 이름을 딴 '조인성폰' 이다.
어쨌든 WYNN-윈은 새로운 관점에서 스마트폰의 감성에 접근했다는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을 자격이 있다.
단순한 스펙 성능이나 특출난 몇몇 기능이 아니라 운영체제 전반에 걸친 세심한 사용자배려와 정성이 녹아있는 게 느껴진다. 더구나 현장에서 질문하고 답변받은 바로는 안드로이드의 향후 버전업에 맞춰 충실하고 빠른 업그레이드까지도 자신있게 보장하고 있다.


마음을 중시하고 세심한 배려가 있다면 눈에 보이는 약간의 성능차가 뭐가 중요하냐고 생각되는 사람은 윈을 한번쯤 경험해봐도 좋을 것 같다. 뭐 살다보면 무조건 섹시하거나 잘생긴 이성보다는 자상하게 나를 배려해주는 애인이 더 절실하게 필요할 때도 있지 않은가? 윈의 이런 시도가 좋은 결실을 맺어 앞으로 이런 방향의 감성을 넘어선 배려가 담긴 스마트폰이 많이 나오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