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토롤라가 새로운 태블릿 줌을 드디어 국내에 출시한다. 새삼스러운 일이지만 어쩐지 이 뉴스를 듣고는 묘한 기분을 느낀다. 꽤나 오래전부터 모토롤라란 회사의 제품을 보는 입장이 되어서 그런 것 같다.

본래 모토롤라는 반도체 회사였다. 한때 인텔의 8086 등의 IBM PC에 들어가는 칩에 맞서 68000 시리즈라는 걸출한 칩으로 양대산맥을 이루던 회사였다. 이 68000 칩 시리즈는 특히 애플의 매킨토시에 주요 칩으로 쓰이기도 했다.


또한 모토롤라는 휴대폰 회사다. 초기의 무선 휴대폰 시장을 개척하고 디자인과 기능면에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았다. 국내에는 우선 스타텍이란 폴더형 제품으로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그리고 잠시 삼성 등에 밀리다가 레이저란 슬림 휴대폰 열풍으로 다시 한번 히트작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제 모토롤라가 자신하는 주력 부분은 점차 밀리고 있다. 컴퓨터에 들어가는 CPU에서는 68000 시리즈가 완전히 사라졌다. 후속으로 애플과 손을 잡고 만든 파워PC칩도 이제는 사양길에 접어들었다. 휴대폰에서는 아이폰을 들고 나온 애플의 공세에 점유율이나 혁신성에서도 뒤진다.

그러던 모토롤라가 이제는 애플의 비즈니스 모델을 따라서 스마트폰-태블릿 으로 이어지는 라인업을 구축하기 시작했다. 본래 태블릿은 PC제조업체들의 영역이었다. 그러나 애플이 아이폰에 쓰는 운영체제를 이용해 만든 아이패드가 선풍적 인기를 모으면서 어느새 태블릿은 휴대폰 업체들의 치열한 싸움터가 되었다.


그런 가운데 발표한 태블릿 XOOM(줌)은 멋진 디자인과 재미있는 광고로 주목을 받았었다. 그리고 마침내 국내에 들어왔다.(출처)


모토로라가 세계 최초로 안드로이드 3.0(허니컴) 운영체제를 탑재한 태블릿 '모토로라 줌(Motorola XOOM)'을 국내에 출시한다. 안드로이드 3.0은 위젯 활용, 멀티태스킹, 풀 브라우징, 알람 기능, 홈 스크린 커스터마이징 등 태블릿 전용으로 개발된 운영체제이다.

모토로라 줌은 듀얼코어 프로세서와 10.1인치 와이드스크린 디스플레이, 1GB DDR2 메모리를 탑재하여 현재까지 출시 된 태블릿 중 가장 고성능이다. HDMI 단자를 통해 큰 화면으로 고화질 영상을 감상할 수 있으면 아이패드가 지원하지 않는 어도비 플래시 플레이어를 지원하여 풍부한 웹 콘텐츠 및 영상을 즐길 수 있다.

전 면과 후면에 각각 2백만, 5백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하고 있으며 720p 해상도의 동영상 녹화가 가능하다. 또한 동급 태블릿 중 가장 높은 1280X800 해상도를 지원하며 자이로스포크, 지자기 센서, 가속센서 등을 내장하고 있다. 모토로라 줌은 4월 중 SK텔레콤을 통해 3G와 WiFi가 모두 가능한 단일 모델로 국내에 출시 될 예정이다.

하드웨어적으로는 매우 뛰어나다. 또한 여러가지 기능에서도 무엇 하나 부족한 점이 없다. 그렇지만 아쉽게도 줌은 지금 그다지 낙관적인 전망을 받지 못하고 있다. 그것은 결정적으로 가격 때문이다. 다른 뉴스를 보자 (출처)



삼성전자와 모토로라 등이 신작 태블릿 가격을 철저히 함구,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애플의 아이패드2 가격파괴 작전이 먹혀들었다. 4월 30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 외 태블릿 제조사 대부분이 출시가 임박한 신제품 가격 책정을 마무리하지 못했다.

대표적인 곳이 모토로라. 막대한 투자비를 쏟아 만든 태블릿 ‘줌’을 해외서 799달러(약 88만원, 3G+와이파이 32GB)에 출시했는데 아이패드2가 729달러(약 80만원)에 나오면서 난처해졌다. 멀티미디어 고성능을 인정받은 ‘줌’이지만 10만원 가까이 높은 가격으로 인지도 선두인 아이패드와 맞서기는 무리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줌’은 두께가 12.9mm로 아이패드2(8.8mm)나 갤럭시탭2(8.6mm) 대비 두껍다.

오는 6월 신작 갤럭시탭(8.9인치, 10.1인치)을 출시할 삼성전자도 고민이 비슷하다. 1280×800 해상도(아이패드2 1024×768)에 듀얼코어 등으로 무장한 제품이지만 비싸게 받기가 힘들어졌다. 아이패드2 대비 싼 가격은 많아야 80만원대를 뜻하며, 전작인 7인치 갤럭시탭 출고가 99만5천500원에 크게 못 미친다.

올 연말 출시를 목표로 태블릿 제작에 들어간 팬택은 애플을 향해 직접적인 비판 메시지를 던졌다. 시장 독식을 노릭 가격 파괴라는 지적이다. 박병엽 팬택 부회장은 “애플의 아이패드2 가격 정책은 다 죽으라는 소리”라며 “짧게 보면 소비자 측면에서 좋겠지만 멀리 보면 종의 다양성을 깨뜨리고 애플 독점 구도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렇듯 모토롤라 줌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아이패드2의 가격이 싸게 나옴으로 인해 다른 모든 경쟁 태블릿이 고민을 안게 되었다. 심하면 출시되자마자 절반 이상이 재고로 남을 것이라는 비관적 예측도 나온다.


모토롤라 줌, 아이패드에 맞설수 있을까? 아이패드에 비해 줌이 가진 장점은 무엇일까. 몇 가지 짚어보자.

1) 플래시가 실행된다. 어도비의 최신 플래시는 듀얼코어와 잘 결합하면 속도 걱정 없이 웹 컨텐츠를 즐기게 해준다.
2) 안드로이드의 멀티태스킹이 뛰어나다. 아이패드의 멀티태스킹은 개념상 컴퓨터와 좀 다르다. 줌의 멀티태스킹은 컴퓨터와 완전히 똑같이 작동한다.
3) 전후면 카메라의 품질이 좋다. 아이패드2는 원가절감과 제품 차별화를 위해 고성능 카메라를 탑재하지 못했다. 이에 비해 줌은 고화질 카메라를 넣었다.
4) 메모리가 좀더 많아 안정적이다. 아이패드2의 두 배인 1기가 메모리가 탑재되어 있다.

일단 이 정도이다. 문제는 이런 장점이 아이패드가 가진 매력과 낮은 가격을 이길 수 있을 만큼 강력한가 하는 것이다. 받아들이는 소비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플래시를 빼면 아이패드를 넘어설 경쟁력 정도는 되지 못한다.



결론적으로 보면 답은 딱 하나 플래시다. 플래시를 절실히 원하는 사람응 다소 비싼 값을 치르고도 줌을 살 필요가 있다. 그러나 반대로 플래시가 그다지 필요하지 않거나 비싼 비용을 치를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아이패드가 정답이다.

이미 줌은 아이패드와 함께 시장에 나왔다. 이제는 물러설 수 없으니 나름의 장점을 최대한 어필하며 싸워야 한다. 하지만 맞설 수 있을 만한 상당한 장점이 비싼 가격에 가려지게 된다면 그것 역시 안타까운 일이다. 슬며시 줌의 가격인하를 바래본다 지금은 가격 경쟁력이 있어야 줌이 아이패드에 맞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