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학교에서 기본적으로 배우는 교과과정 가운데 자본주의가 왜 좋은지 강조하는 부분이 있다. 주로 반공교육을 위해서인지 몰라도 내가 배우던 때는 유난히도 강조되었다. 자본주의는 자유로운 경쟁이 시장에서 이뤄지므로 모두가 열심히 좋은 물건을 만들려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소비자는 늘 질좋은 물건은 싸게 살 수 있으니 풍요한 사회가 된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때 나는 어린 생각에 아, 그렇구나 하고 그저 머리를 끄덕였을 뿐이다. 물론 사회에 나오면 그 자본주의 자유경쟁의 실체를 잘 알게 된다. 특히 입장을 바꿔서 나와 내 가족이 소비자가 아닌 생산자가 되어보면 어떻게 될까? 대기업이 경쟁을 위해 부품 납품가를 낮추라고 강요해서 한숨만 푹푹 쉬는 아버지와, 대형 할인마트가 동네까지 들어와서 동등하게 붙어보자고 말하는 모습을 보고 나면 자유경쟁이 무조건 좋은 것이 아니란 사실도 알게 된다.

어쨌든 이런 경우는 그저 순작용 뒤에 감춰진 부작용일 뿐이라 치자. 자유로운 경쟁은 어쨌든 중요하다. 최악의 경우란 많은 업체가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는 상황이 아니다. 그런 상황을 거쳐서 단 하나의 업체만 달랑 남는 경우가 최악이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9을 정식출시했다. 아직 써보진 못했지만 상당한 성능증가와 편의성을 가진 모습에 웹표준도 잘 지킨 편인 듯 하다.(출처)



한국MS는 3월 15일 차세대 웹브라우저 IE9의 정식버전을 출시한다고 밝히며 달라진 사항들을 소개했다. IE9 정식버전은 지난해 9월 베타버전 공개 후 사용자와 개발자 요구사항을 꾸준히 적용해 훨씬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IE9 정식버전은 기존 베타버전 대비 속도가 무려 35% 이상 향상됐다. IE 전 버전들에 대비해서는 최대 12배나 빠른 속도다.

IE9 정식버전의 놀라운 속도향상은 바로 새로운 자바스크립트 엔진인 챠크라에 있다. 또 IE9 정식버전은 그래픽과 동영상 구동에 있어서 대부분을 GPU(하드웨어 가속장치)로 할당해 고화질 비디오 혹은 온라인 게임 등 화려한 그래픽을 기존보다 훨씬 빠르면서 매끄럽게 재생할 수 있다.

IE9 정식버전은 사용빈도가 높은 기능을 중심으로 UI(사용자환경)을 획기적이고도 심플하게 바꿨다. 툴바 역시 눈에 띄게 줄어들어 웹서핑시 콘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IE에서 사용빈도가 높은 '뒤로가기' 버튼은 종전 IE 대비 크게 키워 사용에 있어 더 편리하게 바꿨다. 또 윈도7의 사이트 고정, 점프목록 등 주요 기능을 IE9 정식버전에 적용했다.


그동안 익스플로러는 느린 성능과 불편한 인터페이스에도 불구하고 성능개선이 느렸다. 더구나 웹표준을 지키지 않고 MS의 독자기술과 변현된 표준을 사용했다. 아무리 원성과 개선요청이 빗발쳐도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어째서인지는 너무도 뻔하다. 그동안 경쟁상대가 없었기 때문이다.



윈도우가 사실상 PC를 통일하고 난 후 인터넷과 웹 세상이 왔을 때 그것을 개척한 웹브라우저는 MS의 것이 아니었다. 넷스케이프 네비게이터란 브라우저였다. 쉬운 인터페이스와 빠른 실행속도로 인해 나도 초창기에 많이 썼던 브라우저다. 넷스케이프는 한때 브라우저계를 평정하다시피 했다. 사람들은 앞으로는 운영체제가 아닌 웹브라우저에서 모든 것이 실행되는 혁신이 올 거라고 선언했다.

그 말이 바로 화근이 된 것일까. 마이크로소프트는 합법과 비합법을 가리지 않고 넷스케이프를 타도하기 위해 노력했다. 급조한 자사의 웹브라우저 익스플로러를 기본으로 탑재해놓고, 운영체제와 분리할 수 없도록 결합시켜버렸다. 더구나 넷스케이프를 실행하면 일부러 느려지거나 오류가 나도록 코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컴퓨터 납품업체들에는 넷스케이프를 탑재하면 윈도우를 공급하지 않겠다는 협박메일까지 보냈다.

그 결과 넷스케이프는 망했다. 사용자의 요구나 자유경쟁의 결과가 아니었다. 그저 윈도우란 생명줄을 쥔 회사의 횡포 때문이었다. 익스플로러는 곧 전체 웹브라우저의 90프로 이상을 차지했다. 그리고 그 단계에서 바로 웹브라우저의 발달은 눈에 띄게 느려지기 시작했다. 경쟁이 없는데 굳이 개선하거나 혁신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웹표준도 필요없었다. 그냥 MS가 어떤 기술을 쓰겠다고 발표하면 그게 실질적인 웹표준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렇게 되니 미국인도 견딜수 없었는지 MS는 미국의 독과점금지법에 따라 기소되었고 회사가 세개로 쪼개질 위기까지 맞았다. 그리고 극히 최근까지 미국 연방정부의 감시를 받았다.

웹브라우저, 제대로 된 경쟁이 반가운 이유는?

지금 이렇듯 익스플로러가 갑자기 좋아진 건 그 이후에 조금씩 다시 싹튼 경쟁 때문이다. 우선 오픈소스쪽의 모질라 재단이 여러 연구성과를 내놓았다. 망한 넷스케이프의 소스는 공개되어 모질라 재단에 제공되었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만든 것이 오페라와 파이어폭스다. 파이어폭스는 유럽에서 인기를 얻어 익스플로러의 대안이 되었다. 한편으로 애플이 오픈소스의 웹킷 프로젝트와 공동연구를 해서 만들어낸 사파리가 또 하나의 경쟁자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구글이 빠른 속도를 목적으로 웹킷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크롬 역시 미국에서 인기를 얻은 경쟁자로서 세력을 넓혀갔다. 특히 구글은 넷스케이프의 길을 잇듯이 크롬 위에서 모든 업무와 작업을 수행할 수 있게 하겠다고 선언했다. 그것이 크롬 운영체제다.



이렇듯 경쟁이 거세지며 점유율이 추락한 익스플로러는 드디어 제대로 경쟁하지 않으면 자기가 몰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게 되었다. MS가 드디어 경쟁다운 경재을 해야할 판이다. 이젠 예전과 같이 윈도우에 결합시키며 업계를 협박할 수는 없다. 그랬다가는 미국 연방정부에 의해 당장 법정에 끌려와 공중분해당할 것이다.

결국 방법은 제대로 된 경쟁뿐이다. 다른 길이 막혀버린 MS가 드디어 익스플로러를 우수한 브라우저로 만들어 내놓은 것이다. 참으로 반갑고도 안타까운 일이다. 어째서 이럴 수 있음에도 지난 세월동안 못했을까. 자유로운 경쟁이란 게 왜 중요한 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이다.


이제 선택은 각자의 몫이다. 독점행위를 해오던 MS가 미워서 성능과 별개로 익스플로러9을 외면하든, 아니면 그래도 써보고 성능과 호환성이 마음에 들어 채용하든 개인의 자유다. 다만 중요한 건 이런 자유로운 경쟁과 발전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이번 익스플로러의 발전을 보고 새삼 내가 느낀 교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