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일본에서의 지진 여파는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비록 뉴스시간에서의 위치는 이제 낮아져지만 여전히 일본 원전의 방사능 누출은 심각하며, 파괴된 인프라와 전력부족은 복구가 늦어지고 있다. 일본 동북부의 산업기반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사람들이 움직이지 못하고, 그 다음으로 중요한 전력이 부족한 실정에서는 무엇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일본의 피해를 그저 남의 일처럼 지켜볼수만 있는 입장이 아니다. 그러고 싶어도 세계 산업의 흐름이 가만히 놓아두지 않는다. 일본은 세계 산업계의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공업국이다. 비록 완제품은 대부분 다른 곳에서 생산하지만 기초소재나 중요부품 가운데 일부는 여전히 일본이 최고 수준의 기술력으로 독점하고 있다.

미국 애플 제품인 아이폰 역시 마찬가지다. 차세대 아이폰인 아이폰5가 그 안에 들어가는 일본부품의 수급 때문에 늦춰질 것 같다는 뉴스가 나왔다. (출처)

소니 CEO 하워드 스트링거는 월 스트릿 저널의 월터 모스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차세대 iPhone 용 8 메가픽셀 이미지 센서의 공급이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센다이의 카메라 이미지 센서 공장이 이번 쓰나미의 영향을 받았고, 따라서 이미지 센서의 애플에게의 납품은 연기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니는 현재 애플에 이미지 센서를 공급하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루머들에 의하면 소니가 현재 iPhone의 이미지 센서를 공급하고 있는 옴니비전을 제치고 iPhone 5에 이미지 센서를 공급할 것으로 알려졌다.
The Street은 작년 4월에 iPhone 5가 소니로부터 8 메가픽셀 카메라 이미지 센서를 공급 받을 것이라고 전했는데, 이 소스는 iPhone 4의 5 메가픽셀 이미지 센서를 정확히 맞춘 적이 있다. 따라서 스프링거의 언급은 차세대 iPhone이 8 메가픽셀 이미지 센서를 장착할 것임을 암시해 주고 있다.




그런데 이 뉴스에 이어 다소 다른 성격의 정정 뉴스가 다음날 다시 나왔다. (출처)

그러나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는 스트링어가 한 말을 정확하게 인용한 게 아니었다. 이후 나온 월스트리트저널의 자사 행사에 관한 보도는 나인투파이브맥에 등장한 카메라코멘트에 대해 전혀 다르게 말하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하워드 스트링어는 처음에 소니가 카메라부품을 애플 기기용으로 공급하는 아이러니를 제기했다.
그 는 “이것은 항상 나를 의아하게 만든다”며 “왜 내가 애플을 위한 최고의 카메라를 만들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소니가 이미지센서로 불리는 핵심 카메라 부품을 애플에 공급하는지가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스트링어가 어떤 기기를 말하는지는 불분명하다. 소니의 대변인은 언급하기를 거부했으며 애플의 대변인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어째서 이런 뉴스가 나올까? 애플 특유의 비밀주의와 소니의 부품 소재 생산이 맞물려 벌어지는 헤프닝인 듯 하다. 진상은 아직 정확히 모르지만 이 두가지 뉴스를 기반으로 몇 가지 사실을 도출해보자.



1)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부품을 거의 공개하지 않으며 조달처도 밝히지 않는다. 따라서 제품이 발매되어 그걸 분해해봐야 겨우 대강을 알 수 있으며 그나마도 백프로 정확하지는 않다.

2) 아이폰4에 내장된 카메라 모듈은 엘지이노텍의 제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국내의 카메라 모듈을 많이 생산해온 기술력을 인정받은 셈이다. 하지만 카메라모듈은 굳이 한국이 가장 우수하거나 독점적인 위치에 있는 건 아니다. 일본업체가 여전히 경쟁회사로 남아있다.

3) 소니는 디지탈 카메라의 촬상소자를 비롯해 광학계통에서 꽤 많은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 카메라에서 그 기술력이 증명되어 있다. 따라서 스마트폰 용의 최신 카메라 모듈을 생산할 수 있다.


4) 소니가 경쟁 업체인 애플에 카메라 모듈을 공급한다고 해도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일본 내에서 예를 들자면 소니는 디지탈 카메라의 핵심부품인 촬상소자(CCD)를 경쟁 카메라 회사인 니콘에 공급한다. 그걸 받아서 쓰는 니콘은 도리어 소니 카메라보다 더 높은 점유율과 좋은 성능을 인정받는다.

5) 결론적으로 소니가 상당히 우수한 카메라 모듈을 개발해서 생산단계에 접어들었다. 그리고 애플의 차세대 아이폰에 대량공급을 위해 모종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까지는 사실로 보인다. 다만 이후로 과연 그것이 정식으로 계약을 맺은 것인지, 언제부터 공급할 것인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특히 이번 일본 지진이 모든 걸 늦추고 있다.

아이폰5, 일본지진 때문에 늦게 나올 것인가?

위의 뉴스가 사실이라면 애플에게는 두 가지 선택이 남았다.

첫번째로는 소니의 카메라모듈을 포기하고 한국 등 다른 업체의 제품으로 대치하면서 정상적인 일정을 이어가는 것이다. 현재 일본에서 부품을 공급받는 미국업체들이 장기적으로 중남미 등으로 생산지를 옮길 구상을 하고 있다고 한다. 이것과 맞물려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



두번째로는 소니의 카메라 모듈 라인 가동을 기다리며 아이폰5 전체 일정을 늦추는 것이다. 금전적인 손해를 볼 수 도 있고 여러가지 차질을 보이겠지만 제품 품질을 절대 양보하지 않는 잡스의 고집을 볼 때 이쪽도 가능성이 있다. 일본 동북부의 지진이 태평양 건너 애플에까지 쓰나미를 몰고 온 셈이다.

세상은 참으로 글로벌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제는 남의 불행이 순식간에 나의 불행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다. 내 생각에 애플은 후자를 택할 확률이 높다. 아이폰5를 빨리 보려는 사람들에게는 안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더 좋은 제품을 보기 위해 기다리는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아니면 한국이 어서 일본과 대등한 수준으로 부품을 공급할 수 있는 국가가 되기를 바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