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은 전세계 스마트폰 업계에 엄청난 충격을 주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이번에 일본에 일어난 진도 9.0의 지진과도 같다고 하겠다. 순간적인 충격 파괴력도 그렇지만 그 뒤에 밀어닥친 굉장한 쓰나미까지도 닮았다. 그래서 누군가는 이것을 '애플 쇼크' 혹은 '아이폰 쇼크'라고 이름지었다.


아이폰 쇼크의 원인은 무엇일까? 굳이 말하자면 그것은 발상의 전환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다. 종래의 스마트폰 업계가 몇 가지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고 멈춰있을 때 이것을 대담한 시도로 단숨에 붕괴시킨 것이다.

아이폰 이전의 스마트폰 업계가 부딪친 모순은 다음과 같다.

1) 휴대폰의 좁은 화면으로는 컴퓨터와 같은 정보량이나 디자인을 보여줄 수 없다.
2) 제한된 배터리는 빠른 처리속도를 위한 칩의 사용을 힘들게 한다.
3) 컴퓨터 운영체제를 그대로, 혹은 변형한 시스템은 먹히지 않는다. 잦은 오류와 답답한 반응속도로는 소비자에게 다가설 수 없다.
4) 이동통신사의 간섭이 심하다. 와이파이칩을 이용한 무료 인터넷이나 풀브라우징 제공, 각종 자유로운 앱의 유통구조를 만들기 힘들다.

애플은 이런 모든 난관을 잘 다듬어진 단일 플랫폼인 아이폰과 매력적인 비즈니스 모델인 앱스토어, 아이튠스로 돌파했다. 결과적으로 소비자들은 아이폰에 몰려들었으며 그것은 남아있는 모든 경쟁사와 이통사가 기득권을 스스로 포기하고 변화에 순응하도록 했다. 그들은 이전 같으면 절대로 버리지 않았을 요소들을 모두 버리고 살아남으려 애썼다. 그 결과로 반대편인 안드로이드폰에서도 점점 아이폰의 장점을 흡수하며 경쟁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아이폰 쇼크'다.



한때 '애니콜'이란 브랜드로 세계 최고급 휴대폰으로 자리잡았던 삼성에게도 아이폰 쇼크는 찾아왔다. 삼성은 글로벌 브랜드 회사로서 이미 아이폰의 가능성과 성장을 보고 있었다. 그럼에도 급격한 변화를 읽지 못하고 대응을 천천히 해나가려 하다가 그만 위기를 맞고 말았다.

한때 일본의 반도체 회사들이 그랬던 것처럼 시장흐름을 잘못 판단해서 제때에 투자와 개발을 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1등 회사도 몰락하기 쉽다. 휴대폰에서도 한때 레이저 시리스로 승승장구하다 슬림폰 열풍이 끝나자 한순간에 가라앉은 모토롤라의 예가 있다.

삼성도 아이폰이 몰고올 진정한 스마트폰의 세상을 놓쳤다가 간신히 벼랑끝에서 정신을 차렸다. 이건희 회장이 복귀하고 '아이폰 비슷한 거라도 만들어와라!' 라고 호통치면서 시작된 삼성의 추격은 대단했다. 그동안 삼성이 장점으로 보여왔던 압축성장의 마력이 발휘되었다. 갤럭시 시리즈로 시작된 삼성의 스마트폰은 이윽고 아이폰 경쟁 진영의 최선두에 선 고품질 제품으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비슷한 위치였지만 삼성보다 2년 정도 더 늦게야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깨달은 엘지와 대조적이다.



이후 삼성의 홍보전략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시장에서의 위치가 바뀐 이상 홍보전략이 이전과 같은 수는 없다. 제품 컨셉이 바뀌었는데 이전 홍보 방식을 쓰다가는 참담한 실패를 겪을 수도 있다.

시장판도를 보면 그동안 세계 시장에서 주도적 역할을 해오던 삼성이 한순간에 밀려났다. 최고급과 최고가 스마트폰하면 삼성 애니콜이란 자부심도 사라졌다. 탁월한 내구성이나 통화품질, 신뢰도 역시 더이상 결정적인 장점이 아니게 되었다. 사실 이런 요소들은 지금도 분명 중요하다. 물에 넣었다가도 잠시 쓸 수 있던 것이나, 자동차 타이어가 밟고 지나간 뒤에도 통화가 되던 것, 어디서든 끊김 없이 음성통화가 잘 되는 건 삼성의 강점이었다.

다만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속히 바뀌면서 그런 전화기능보다 '손안의 컴퓨터' 로서의 매력이 모두를 사로잡아 버린 것이다. 때문에 소비자들은 웹브라우징이나 각종 인터넷 메시징, 앱 기능에 열광한 소비자들이 점차 통화기능이란 당연하거나 부가기능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아이폰4가 수신불량 내지는 데스그립 문제가 나왔을 때 '통화가 안되도 아이폰4를 사겠다.' 고 말한 목소리가 많았다.

지금 세계 최고급, 최고 위치의 휴대폰은 애플의 아이폰이다. 삼성 애니콜이란 브랜드는 과거 피처폰의 영광일뿐으로 사라졌다. 삼성은 애니콜을 스마트폰으로 가져오기를 포기했다. 그리고는 갤럭시란 브랜드를 새로 만들어 그 자리에 가져다놓았다. 그리고는 아이폰에 맞서 추격작전을 펼쳤다.


아이폰 쇼크, 변화된 삼성의 홍보전략은?

우선 삼성은 이제까지와 달리 선두에 선 애플과 아이폰이란 존재를 확실히 인식하는 홍보를 펼쳤다. 스스로가 일등일 때는 특별히 다른 업체의 제품을 의식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폰이 선두에 서자 삼성은 즉시 추격자 전략으로 전환했다. 우선 아이폰의 감성 마케팅을 본받아 기능보다 이미지를 우선한 광고를 시작했다.

갤럭시S의 초기광고를 보자. 어떤 기능인지, 어떤 제품인지 자세히 보여주지 않는다. 화면에 나오는 건 단지 이미지뿐이다. 이 제품을 쓰면 세상이 만만해진다. 그만큼 자신감을 주는 휴대폰이란 뜻으로 기능과 브랜드가 주는 메시지만을 강조하고 있다. 운영체제가 무엇인지 어떤 장점인지도 밝히지 않는다.

아이폰과 애플이 펼치는 주요한 광고 컨셉을 고스란히 벤치마킹한 이런 광고는 종종 어설픈 모방이나 흉내내기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렇지만 본래 예전부터 삼성의 전략은 후발주자로서 선발주자의 모든 장점을 흡수하면서 성장하는 것이었다. 이전에는 그 대상이 소니라든가 하는 일본업체 였다가 지금은 미국의 애플로 바뀐 것 뿐이다. 삼성은 따라잡기에 능하다.


삼성은 오히려 스스로가 1등이 되어서 따라잡을 대상이 없게 되면 오히려 당황하면서 전진이 늦어진다. 확실한 모델이 있어서 저 방법이면 성공한다고 검증되기만 하면 망설임없이 무서운 추진력으로 따라가는 게 삼성이다.

지금도 삼성은 가수 아이유 등을 내세운 감성적 광고 위주로 가고 있다. 애플이 이미 시도해서 호평받은 전략을 그대로 가져오겠다는 의도다. 싸구려 브랜드 이미지를 벗기위한 예전의 헐리우드 영화 마케팅은 더이상 하지 않는다. 지금의 삼성에게는 애플을 따라잡고 앞지르는 것만이 목표이다.

문제는 이런 같은 홍보 전략이 충분히 통할 만큼의 제품수준과 생산력이 받쳐주는가 하는 점이다. 애플과 삼성의 제품설계와 생산력에 대해서는 이어지는 포스팅에서 비교분석해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