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점점 나이든 세대로 밀려나는 걸까? 젊은 패기와 도전정신이 사라지고 있는 걸까? 최근 각 서비스회사들이 의욕넘치게 추진하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 나는 상당히 조심스럽다. 기업이 제공하는 중앙서버에 모든 개인정보와 데이터를 저장해두고 각 개인은 어느 기기에서나 서버에 접속해서 편리하게 이용만 하면 된다는 개념이 클라우드 서비스다. 그렇지만 나는 어쩐지 각 기업이 모두 대행해 준다는 그 서비스의 안정성을 믿지 못하겠다.


전공으로 정보통신공학을 택한 나는 대학 수업때 컴퓨터를 배웠다. 사회에서는 이미 개인용 컴퓨터가 8비트를 넘어 16비트로 가고 있을 때였다. 그러나 대학 내에서는 냉장고보다 큰 중형컴퓨터에 연결된 단말기를 가지고 어렵게 키보드를 치고 있었다. 거기서 배우는 언어도 무려 포트란과 코볼이었다. 이게 바로 그리운 클라우드 시스템의 원형이었다. 아마도 이때의 낡아빠진 듯한 기기를 배우던 경험이 나에게 클라우드에 대한 안좋은 인상을 심어주었는지도 모른다.

이전의 클라우드 관련 포스팅에서도 나는 과연 편리함을 위해서 개인정보를 전부 넘겨주고는 백업본 하나 가지고 있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물었다. 그런데 이런 내 예측에 답이라도 하듯 세계적인 IT기업 구글에서 한건 사고를 쳤다. (출처)



구글 지메일 계정이 사라지는 장애가 발생하면서 국내에도 피해자가 속출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미국시간으로 27일 50만명의 이용자가 지메일 메시지 및 주소록 등이 사라지는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국내 이용자들 중에서도 메일, 주소록 등이 모두 삭제됐다는 제보가 속속 들어오고 있다.

실제 피해를 입은 박 모씨(42세·여)는 "오전에 메일을 열어보니 전체 용량의 70%를 차지하고 있었던 메일내용과 주소록 등이 모두 사라져 있었다"며 "업무 관련 내용이 많이 들어있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도 "중요한 메일인데 큰일이다", "갤럭시U 전화번호부를 지메일에 동기화시켜 놨는데 그런 끔찍한 일이", "불안하다"는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본인의 계정이 사라지지 않았는지 확인하는 이용자들로 분주한 모습이다.

이와 관련, 한 기업메일 운영회사 관계자는 "이번 사건은 구글 등 개인 메일계정이 업무 상 활용하기에 취약점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 줬다"며 "구글앱스 비즈니스 버전 및 교육용에서는 서비스 보장성이 99.989%이지만 무료서비스에서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을 개인메일 이용자들은 감안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나는 아직 계정만 가지고 있을 뿐 본격적으로 이용하지 않지만 구글 지메일은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는 계정이다. 얼마전에는 한국에서 각 포털의 개인정보정책 등에 반발한 사용자들이 단체로 사이버망명(?)을 했던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정치성같은 것과는 무관하게 구글의 서비스가 매우 편리한 건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모바일과 데스크탑, 웹을 오가는 가장 편리한 수단으로 구글을 곱고 있다.

이런 좋은 반응에 힘입어 구글은 궁극적으로 모든 사용자들을 클라우드 서비스로 끌어들인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개인이 데이터를 관리하려면 힘들고 돈도 들고 바이러스나 각종 오류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니 '믿을수 있는' 기업인 구글에 맡기라는 뜻이다. 그런데 그 믿을 수 있는 기업으로 자처한 구글 자체가 안전하지 못하다는 점이 문제다.

물론 저 오류는 그다지 치명적인 건 아니었다. 백업본이 있기에 복구가 가능했다. 또한 al관련 업체에 따르면 유료계정은 보다 치밀한 관리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연 그 말은 맞는 것일까. 맞는 다고 해도 문제가 있다.



구글 지메일 장애, 클라우드의 문제점은?

1)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본적인 신뢰가 있어야 한다. 구글은 한번도 무료계정이 유료계정보다 소홀할 수 있으니 주의해서 가입하고, 분명히 인식하고 쓰라고 말하지 않았다. 서비스의 질은 차이가 있어도 기본적인 안정성은 무료라고 차별해서는 안되며 또 사실 차별했을 리도 없다.

내 생각에 무료든 유료든 안정성은 거의 같다. 다만 유료 고객이 좀더 숫자가 적으니 관리하기는 쉬울 지 모른다. 어쨌든 구글은 안정성에서의 신뢰를 잃었다. 다른 업체가 말한 부분 - 무료이니 참으라는 변명은 말이 안된다.

2)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안심하고 데이터에 접근할 수 없다면 클라우드의 의미는 사라진다. 개인이 스스로의 저장공간을 이용하면 무슨 일이 벌어지든 기본적으로 스스로의 책임이지만, 만일 구글이 전부 맡아두라고 한다면 구글의 책임이다.

미국식으로 말하면 누군가 천만달러 가치의 기업비밀자료를 구글에 넣어뒀는데 구글의 실수로 장애가 발생하하든가 삭제되면 구글은 천만달러 이상을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다. 감당할 수 있을까?


3) 클라우드 서비스 업체가 이렇게 말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맡겨두더라도, 스스로 기본 백업은 늘 하라고 말이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순간 클라우드의 의미 자체가 반감된다.


개인이 스스로 돈을 들여 저장공간을 확보하고, 들고 다니는 수고를 하지 않기 위해서 클라우드가 필요한 것이다. 그런데 낮은 확률이라도 갑자기 중요한 데이터에 접근하지 못할 수 있으므로 백업본을 들고 다녀야 한다면, 그냥 평상시에 원본을 자기가 들고 다니며 쓰는 게 더 났지 않겠는가? 뭐하러 복잡하게 네트워크를 거친단 말인가?


이렇듯 이번 사태로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해서 좀더 주의깊은 논의와 보완점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섣불리 클라우드로 가는 게 대세라고 간다면 보다 심각한 문제점에 직면할 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아마도 이건 내가 나이가 들어서 기술을 믿지 못해서 하는 쓸데없는 걱정은 아닐 것이다.

P. S : 아이패드2에 관해서는 좀더 정보를 수집하고 생각해서 관점있는 정보를 드리기 위해 내일로 미뤘습니다. 내일 포스팅에 아이패드2 관련한 미래전망과 논평 나갑니다. 기대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