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나는 이번 아이패드2 발표에 스티브 잡스가 나오지 못할 걸로 알았다. 그의 건강이 호전되기를 바라면서도 그러기에 최근 건강악화로 인해 몸조리를 해야할 것으로 생각해서 발표회에 나오기보다는 오히려 쉬면서 건강을 회복하기를 바랬던 마음이 더 강했다.


그런데 이번 발표에 잡스는 나왔다. 병세로 인해 여윈 모습이 안타깝다. 마치 거장의 마지막 무대를 보는 듯한 내 느낌이 부디 착각이었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오래오래 잡스가 나와서 특유의 카리스마를 뿜어내며 신제품 발표를 해줬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아이패드2 발표 키노트에 담긴 중대한 변화를 짚어보려고 한다. 우선 관련 뉴스를 소개하겠다. (출처)

지난 1월 무기한 병가를 내고 사라졌던 애플 CEO 스티브 잡스는 2일(현지시각) 샌프란시스코 에바 부에나 센터에서 열린 아이패드2 발표 행사에 나타나 "지난해 4월부터 12월까지 9개월 동안 전세계적으로 아이패드는 1천500만대가 팔렸다"고 밝혔다.

이날 잡스는 "2010년은 아이패드의 해였고 2011년은 아이패드2의 해가 될 것"이라며 삼성전자 갤럭시탭을 포함한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에 대한 승리를 자신했다. 이번에 출시된 애플의 태블릿PC 아이패드2는 흰색과 검정색으로 출시되며, 이동통신사는 AT&T와 버라이즌을 이용할 수 있다.

아이패드2의 두께는 8.8mm로 기존 아이패드의 두께인 13.4mm보다 33% 가량 얇아졌다. 아이폰4 보다도 5mm 가량 얇다. 무게 역시 15% 가벼워진 1.3파운드(약 589g)로 전 모델보다 0.2파운드(90g) 가볍다.

애플 운영체제(OS)의 최신 버전인 iOS 4.3이 탑재됐으며, 새 OS는 오는 11일부터 무료로 다운로드할 수 있다. 특히 1GHz A5 듀얼코어칩은 기존 A4칩 보다 최대 2배 빠르다. 10시간 배터리 용량과 9.7인치 디스플레이(1024X768) 크기, 가격은 기존 아이패드와 같다.

(사진출처: 인가젯)

위의 얇아진 수치에 착오가 있다고 한다. 나도 실물을 보지 못해 뭐라고 말하기 그렇지만 어쨌든 수치는 잘못될 수도 있음을 유의하고 보기 바란다.

대략 예상했던 대로의 변화였다.
이전에 관련 애플 직원이 이번 아이패드2는 따분한 마이너 업그레이드다. 라는 말읗 했다는 루머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또한 나도 이전 포스팅에서 예상했는데 거의 그대로 나왔다. 심지어 개러지밴드가 포함된 아이라이프 전체가 나올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이 실현되었다. 아이패드에는 이제 거의 맥의 아이라이프 전체가 들어가게 된다.


1) 아이패드의 두께가 얇아지고 디자인이 변화되고 크기가 작아진 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어차피 기술이 발전할수록 의지만 있으면 가능한 진보다. 디자인의 중요성을 폄하하는 게 아니라 시장전략적인 면에서 이번 변화의 의미가 적다는 뜻이다.

2) 메인칩이 듀얼코어로 바뀌고 전면과 후면 카메라가 장착된 건 나름 의미있는 변화다. 그렇지만 역시 시대에 맞춰서 나온 신제품으로서의 당연한 변화다. 오히려 이에 맞춰 찍은 사진을 가공하는 앱, 찍은 동영상을 편집하는 아이무비, 즉석연주를 할 수 있는 개러지밴드가 훨씬 중요한 변화다.

3) 새로운 운영체제인 iOS 4.3도 변화의 한 축이다. 세손가락 이상의 멀티터치를 담당하고 무선 핫스팟을 비롯한 기술진보가 담겨있다. 기존 아이폰이나 아이패드1 사용자를 위한 업그레이드가 기대된다.


하지만 이것들은 사실 모두가 사소한 변화에 불과하다.
그러면 대체 무엇이 중요한 변화일까? 일부 언론과 블로거가 다루었듯이 잡스가 다시한번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점을 강조한 사실? 그거는 나름 나도 좋아하는 대사이고 언급이지만 피상적인 말일 뿐 시장흐름에는 당장 도움을 주거나 의미를 줄 수 없다. 그저 개념정리일 뿐이다.




아이패드2, 잡스가 보여준 진정한 변화는?

4) 진정으로 중요한 부분은 의외로 스쳐가듯 지나간 언급에 있다. 스티브 잡스는 아이패드2 발표에서 드디어 아이패드를 일컬어 '포스트-PC'라고 했다. 이 말이 오히려 나는 어떤 것보다 진정한 변화를 내포한다고 생각한다.

생각해보자. 작년 아이패드 발표때 잡스는 아이패드를 포스트 PC라 칭하지 않았다. 그냥 전자책 기능을 강조하면서 '거실용 컨텐츠 소비기기'라고 정의했다. 편안하게 소파에 앉아 신문이나 책, 잡지를 보는 것이 주기능이란 뜻이다. 업무에 쓸 수 있는 아이워크 패키지를 발표하면서 다소의 컨텐츠 생산도구를 넣었지만 실험적인 행동 이상의 의미는 없었다. 이때 아이라이프가 빠진 것이 그 증거다.



그런데 이제 잡스는 아이패드를 일컬어 진정으로 'PC를 대체할 어떤 것'으로 인식했고 발표했다. 이것은 향후 아이패드를 개량해 개인용 컴퓨터의 영역에 도전하겠다는 목표와 의지의 표현이다. 그럼 초기 아이패드의 '거실용 컨텐츠 소비기기' 와 지금 아이패드2의 '포스트 PC'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존재하는 걸까.

크게 분류하면 딱 두가지 차이가 있다.
첫번째로는 무엇인가 컨텐츠 자체를 직접 만들수 있는 수단이 풍부하게 제공되느냐 하는 것이다. 최초에 아이패드는 전자책을 읽고 동영상을 보고 음악을 듣는 용도로만 특화되길 바라며 나왔다.

그러나 의외로 아이패드 전용앱 가운데는 큰 화면과 빠른 속도를 이용해 사진을 보정하든가, 오피스 툴을 쓰고, 결과물을 만드는 등 생산적인 PC작업을 위한 앱이 많이 나왔다. 그리고 높은 인기를 얻었다. 애플이 시험삼아 내놓은 페이지스, 넘버스, 키노트도 반응이 좋아 늘 앱 다운로드 순위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잡스의 생각과 애플의 전략이 바뀌었다. 이것으로 PC란 인텔과 MS가 지배하는 영역까지 침투해서 승산이 있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아마도 향후 아이패드에는 생산적 도구들이 더욱 늘어날 것이며, 애플도 적극 권장할 것이다. 아마 얼마 있으면 아이패드에서 직접 코딩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글을 써서 전자책으로 변환해서 아이북스에 올리는 일련의 과정도 아이패드로 전부 할 수 있을 것이다.

두번째로 반드시 컴퓨터에 연결해야 될 필요성이 사라진다. 사실 아이폰까지는 휴대폰이고 크기도 작으니 컴퓨터에 연결해서 데이터를 받거나 입력수단을 보조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그런데 아이패드쯤 되는 덩치에 처리능력이면 뭔가 부자연스럽다. 마치 다 큰 아이가 언제까지고 엄마품을 떠나지 않고는 '나는 역시 엄마 없으면 안돼. 청소도 빨래도 나 혼자서는 못해.' 라며 응석부리는 걸 보는 느낌이다.



아이패드로도 마음만 먹으면 전부 할 수 있다. 생산성 앱만 나와줄 수 있다면, 아이튠스를 거쳐야 하는 인증이나 컨텐츠 보호절차가 아이패드 내에서 해결될 수도 있다. 메모리와 칩속도 증가만 순조롭게 된다면 아이패드는 어떤 외부기기에게도 중심기능을 의지하지 않는 독립기기가 될 수 있다. 모니터에 직접 연결해 모든 화면을 출력할 수 있게 한 것도 하나의 증거다.

결론을 내려보자. 아이패드2에서 잡스는 아이패드 라인을 아이폰, 아이팟터치와 구분해서 진정한 포스트 PC - 진보된 대체품으로 키울 뜻을 분명히 했다. 그렇게 함으로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고 예전 IBM과 MS에 패했던 과거에 복수할 수도 있을 것이니까 말이다. 나는 작년 초 4월부터 결국 잡스가 이렇게 갈 것을 예측했고, 바람직하다고 포스팅해왔다. 그러니 이런 중대한 변화가 기쁘다.



이번 아이패드2 발표에서 가장 큰 변화와 혁신은 바로 이런 향후 방침의 혁명적 변화선언이다.  대부분은 이걸 눈치채지 못한 듯 싶다. 간단히 말해서 아이패드로 향후 가장 가벼운 노트북 시장부터 시작해서 차지하겠다는 도전선언이다.

다만 의문은 남는다. 그렇다면 애플의 종래 컴퓨터 라인인 맥북에어, 맥 미니 등과의 영역충돌이 불가피하다. 이 부분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물론 방법은 있다. 하지만 그 부분은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아 잠시후 포스팅 하도록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