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IT기술이 우리 삶에 끼친 커다한 변화 가운데 하나는 '선'을 점차 없애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에는 컴퓨터를 쓰려면 마우스 선을 꽂고 키보드 선을 연결하며, 통신 모뎀을 위한 선을 꽂아야 했다. 모니터 선을 연결하고 프린터와 외장 드라이브 등 각종 주변기기를 일일히 선을 통해 접속하지 않으면 동작시킬 방법이 없었다.


이후 무선 와이파이가 등장해서 무선 네트워크를 갖추게 되었지만 와이파이는 전력소모가 크고 설계구조로 인해 작은 기기에서 쓰기에 불편했다. 따라서 이런 점을 보완해서 무선으로 여러 기기를 컴퓨터와 1대1로 연결할 수 있는 '블루투스'가 등장했다. 블루투스는 1994년 에릭슨이 최초 개발을 시작했고 블루투스 SIG(Bluetooth Special Interest Group)라는 단체가 결성되어 본격 개발에 들어가 1999년에 공식발표되었다. 



블루투스는 지원 기기간의 호환성이 매우 뛰어나다. 또한 오픈 라이센스라서 기술 사용에 라이센스비를 물지 않기에 각광받으며 빠르게 성장했다. 블루투스 기기 출하대수는 2000년에 80만개였지만 2014년에는 한 해 동안 30억개의 기기가 나왔다. 2018년에는 약 50억개가 생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블루투스 규격을 정립하는 블루투스SIG는 2018년까지 블루투스 스마트 기술이 스마트홈 분야를 비롯해 소비자가전, 비콘과 유통, 건강 분야에서 크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현재의 블루투스 규격은 몇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 다른 IT기기의 발전과 맞물려 보다 많은 대역폭과 활용성을 갖춰야 미래를 열어갈 수 있다. 바로 이런 점을 개선하기 위해 새로운 차세대 블루투스 규격이 등장했다. 블루투스 SIG는 최신 규격인 '블루투스 4.2(Bluetooth 4.2)' 버전을 발표했다. 2013년 12월에 공개된 4.1 버전의 후속 규격이다. 새로운 무선 연결시대를 열어갈 블루투스 4.2 규격에 대해 알아보자.



빨라진 전송속도 - 속도는 2.5배, 패킷용량은 10배 증가



블루투스 4.2 버전은 기존 4.0 규격 대비 전송 속도가 2.5배 증가했다. 또한 한번에 보낼 수 있는 패킷 용량을 10배로 늘렸다. 한번에 보다 많이 보낼 수 있으면서 그 데이터 자체의 전송속도가 빨라졌다. 따라서 보다 적은 배터리 소비로 많은 데이터를 보낼 수 있으며 전송 오류도 줄일 수 있게 되었다. 데이터 전송 효율로 따지면 250배가 증가한 셈이다.


이런 속도증가는 지연현상을 줄여 각 기기간 동기화를 원활하게 해준다. LG전자는 이런 규격특성을 이용해서 스마트폰같은 음악 재생기기를 근처에 가져가면 자동으로 연동해 가까이 있는 스피커가 자동으로 재생을 이어 받는 스마트 오디오 시스템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존 블루투스 4.0 버전은 2010년 6월 30일에 나왔으며 저전력 소모를 위한 싱글과 듀얼모드가 각각 초당 1Mbit와 3Mbit의 전송속도를 지원한다. 또한 추가되는 하이스피드 규격을 지원하면 초당 24Mbit의 전송속도를 낼 수 있었다.



연결성 강화 - 인터넷 프로토콜 지원으로 사물인터넷에 대응


블루투스 4.2버전부터는 인터넷 프로토콜 지원 프로파일(IPSP) 개발로 블루투스 기기가 인터넷에 직접 접속할 수 있다. IPSP는 블루투스에 무제한 인터넷주소체계인 IPv6와 저전력 무선통신 기술인 6LowPAN(IPv6 over Low power Wireless Personal Area Network) 적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제까지 블루투스는 주로 컴퓨터와 기기의 1대1 통신을 위주로 사용되었다. 하지만 블루투스 4.2를 탑재한  사물인터넷 기기나 스마트 디바이스를 이용하면 인터넷에 직접 접속할 수 있다. 따라서 좀 더 편리한 방법으로 스마트홈 시스템을 구현할 수 있다. 블루투스4.0부터 적용된 저전력(LE)을 통한 에너지 효율성도 좋아졌다. 최대 60m, 일반적으로 20m 수준의 반경에 걸친 연결을 지원해서 비콘 등 무선통신 기술로도 활용도가 높아졌다. 



노르딕반도체가 선보인 커피 제조기 솔루션은 서버와 연결해서 앉은 자리에서 탕비실에 있는 커피 제조기에 원하는 음료 제조를 명령할 수 있다. PC 웹브라우저상에서 몇 번의 클릭으로 원하는 커피를 주문해 바로 내릴 수 있는 것이다. 제조가 완료된 후에는 곧바로 찾으러 갈 수 있다.



개인정보 보호 - 128비트 AES 암호화, 허락 없는 위치 추적 차단



블루투스 4.2버전부터는 개인정보보호 기능도 크게 향상되었다. 개인정보와 사생활 보호를 위한 보안 기능을 제공하고 사용자 허락 없이 블루투스 기기 위치를 추적할 수 없다. 128비트 AES 암호화를 통해 공공 분야에서 요구하는 레벨의 보안 등급을 지원한다. 


IT매체 아스테크니카에 따르면 2.5배의 데이터 전송속도 향상은 새로운 하드웨어가 필요하지만, 개인정보보호는 기존 블루투스 기기에 대한 펌웨어 업데이트만으로도 대응할 수 있다. 이런 보안성 향상은 블루투스가 직접 인터넷에 연결되고 사물인터넷 등에 널리 이용되는 방향에 따른 보완조치이다. 근거리에서 개인이 1대1 기기연결에 이용하던 때와 달리 해킹에 쓰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졌기 때문이다. 





전망 - 피트니스와 자동차 분야에 적극적인 활용


블루투스 4.2 기술은 LG전자를 포함해서 ST코리아, 디아메스코, BDE, Rooti, 젤리코스터, 인사이트파워 등이 다양한 제품들을 만들어 선보이고 있다. 젤리코스터의 스마트보틀, 디아메스코의 혈당측정기, 인사이트파워의 전력소비를 줄여주는 스마트 플러그와 같이 실생활에서 유용하고 편리하게 쓰일 수 있는 제품들이 있다. 


현재 블루투스SIG의 회원사는 2만 5000여 업체이며 2013년 대비 25% 증가했다. 한국에는 삼성, LG를 비롯해 990개 회원사들이 있고 아태지역 회원사들이 전체의 30%에 달한다.



블루투스SIG측은 “웨어러블 등 애플리케이션 다양화로 블루투스 시장은 더욱 확장되고 있다. 피트니스 모니터 등 사물인터넷(IoT)로의 연결이 강화됐다”며 "자동차 안에서 스트리밍 오디오 기능과 같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적용이 증가하는 등 오토모티브 관련 사업기회도 증가해 향후 3년 뒤에는 자동차의 70%에 블루투스가 적용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로운 규격의 지향점과 미래를 잘 나타내는 말이다.


빨라지고 안전해진 블루투스 4.2 기술이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꾸게 될까? 단순히 선을 없애는 것에 그치지 않고 사물인터넷에 적용되어 긴밀히 연결된 기기들이 얼마나 멋진 기능을 가진 제품으로 우리 눈앞에 나타나게 될 지 기대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