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업계에서는 요즘 스냅드래곤의 발열 문제가 화제로 떠올랐다. 모바일 기기 핵심기능을 좌우하는 칩(AP)의 강자인 퀄컴이 만든 스냅드래곤 시리즈가 이때까지 별 문제없이 전세계 모바일기기 제조업체에게 채택되고 생산되어 왔던 것과는 사뭇 다른 흐름이 펼쳐지고 있다. 


핵심은 이번에 나온 스냅드래곤 810칩이 발열문제가 있다는 의혹이 업계에서 사라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 '뜨거운 감자'로 부상한 스냅드래곤 810 발열문제에 대해 발단부터 향후 전망까지 알아보자. 


 

발단 - 성능 가속 시 발열 문제




스냅드래곤 810은 2014년 4월에 퀄컴이 발표한 64비트 지원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이다. 최대 450Mpbs 통신이 가능한 LTE-Advanced 카테고리9 같은 고속 통신이 가능하고 여러가지 LTE/3G 주파수대역을 지원한다. 와이파이를 이용한 고속 통신도 가능하며 4K(3840×2100픽셀) 화면, HDMI 1.4를 통한 4K 출력 등 멀티미디어 기능도 강화되었다.


그런데 여기에 문제가 제기되었다. 외신이 칩셋에 과열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는 애널리스트 고쿨 하리하란과 JJ 박, 그리고 라훌차다의 보고서를 공개했기 때문이다. 미국 금융잡지 배런스는 조사보고서를 통해 퀄컴의 64비트 스냅드래곤615 및 810 칩셋이 과열로 인해 성능이 저하되는 문제점들을 발견했다고 보도했다.


여기서 과열 문제는 2014년에도 12월에도 계속되었으며 810에서 특히 계속되고 있지만 20nm(나노이터)공정의 810과 28nm 기반의 615에서 서로 다른 형태를 보인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한 스냅드래곤810은 새로운 64비트 ARM A57코어의 성능구현과 관련된 문제로 주력 기기의 한계인 1.2GHz(기가헤르츠)에서 1.4GHz 이상으로 가속할 때에 두드러진 발열현상을 일으킨다고 원인을 분석했다. 최종적으로는 문제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칩의 몇 가지 금속 층을 재설계해야하기 때문에 최소한 3개월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이 문제를 보도한 JP모건은 “최악의 상황은 TSMC 칩의 생산차질에 따라 삼성전자가 갤럭시S6에 탑재할 스냅드래곤810 대신에 자체 생산한 엑시노스를 장착하는 것”이라며 “지난해 갤럭시S5는 70% 이상이 스냅드래곤이었지만 오는2월 출시예정인 갤럭시S6는 90% 이상을 엑시노스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의혹 - 삼성 갤럭시 S6 스냅드래곤 810 거부?




여기서 또다른 외신이 의혹을 키웠다. 그동안 삼성전자는 갤럭시S 시리즈 제품에 퀄컴의 스냅드래곤 시리즈를 사용해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삼성이 스냅드래곤 810을 테스트한 결과 발열 문제가 발견돼 갤럭시 S6에 퀄컴 칩을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삼성전자의 결정이 세계 최대 스마트폰용 반도체 제조업체인 퀄컴에 커다란 타격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이어서 퀄컴이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는 소식이 나왔다. 1월 26일 IT매체 GSM아레나 등은 퀄컴이 스냅드래곤 810의 업데이트 버전을 삼성전자를 위해 개발하고 있다고 전했다. 갤럭시 S6 출시 일정에 맞춰 2015년 3월까지 개선된 버전을 내놓을 것이라는 것이다.


이렇게 되자 사소한 의문에 지나지 않던 것이 업계의 의혹으로 발전했다. 퀄컴은 2015 회계년도 1/4분기 실적 발표를 하면서 스냅드래곤 810이 대형 고객사의 신형 플래그십에 탑재되지 않는다고 확인했다. 스냅드래곤을 쓰지 않는다면 삼성 갤럭시 S6는 자연스럽게 독자 AP인 엑시노스를 탑재할 가능성이 높다. 14nm 공정의 옥타코어 Exynos 7420이 강력한 후보로 제기되었다.



부인 - LG G플렉스2 탑재, 퀄컴의 적극적 해명




그렇지만 스냅드래곤이 모든 업체에게 외면받은 건 아니다. LG전자는 프리미엄 전략 스마트폰인 LG G플렉스2에 최초로 스냅드래곤 810을 탑재했다. 제품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발열문제에 대한 기자의 질문에 "전혀 문제가 없다. 왜 이런 문제가 제기되었는지 모르겠다"는 답변을 했다.  


퀄컴도 적극 해명에 나섰다. 퀄컴은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LG전자, 샤오미, 모토로라, 소니 등 퀄컴칩을 써왔던 주요 스마트폰 제조업체 경영진이 스냅드래곤 810의 성능을 칭찬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철훈 LG전자 모바일커뮤니케이션(MC)사업본부 담당 상무는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는 진보된 기능과 압도적 멀티미디어 성능을 갖춰 가장 진화된 모바일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샤오미의 레이쥔 최고경영자(CEO)는 “미 노트 프로에 탑재되는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는 더 높은 성능과 기능, 다양한 사용자 경험을 담아낸 제품”이라고 했다. 


릭 오스털로 모토로라 모빌리티 회장은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를 통해 모바일 경험의 한계를 뛰어 넘어 더 넓은 선택의 폭을 제공하는 기기를 출시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겐 츠치카와 소니 모바일 수석부사장 겸 최고전략책임자는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가 지원하는 새로운 기능들이 기대되며, 퀄컴과 함께 올해 새롭게 출시할 엑스페리아 또한 기다려진다”고 밝혔다.


스카이 리 오포 부회장 겸 글로벌 모바일 사업부 총괄 책임자는 “퀄컴과의 협업을 통해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 탑재 제품들이 2015년 프리미엄급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 기대한다”고 전했다. 


유하 코코넨 마이크로소프트 제품 및 포트폴리오 관리 책임자는 “퀄컴 스냅드래곤 810 프로세서가 탑재된 동급 최고의 루미아 스마트폰을 선보일 예정”이라며 “소비자들은 차기 루미아 스마트폰을 통해 전례 없는 프로세싱 파워와 풍부한 멀티미디어, 고성능 그래픽, 연결성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각 제조사 CEO의 스냅드래곤 810 언급은 당연히도 루머 불식을 위한 것이다. 머씨 렌더친탈라 퀄컴 테크놀로지 총괄 부사장 및 퀄컴CDMA테크놀로지(QCT) 공동 대표는 “스냅드래곤 810은 60종이 넘는 스마트폰에 탑재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이 채택하지 않는 건 전략적 문제일 뿐 제품의 결함 같은 건 전혀 아니며, 다른 업체들의 지지가 굳건하다는 점을 나타낸 의견이다. 어쨌든 퀄컴이 제시한 5개 제조사와 60여종 스마트폰 업체의 채택이 확실하다면 스냅드래곤에 심각한 문제가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다.



전망 - 삼성만의 전략적 선택? 공개 테스트가 아쉬워




한가지 아쉬운 점은 이 문제의 선명한 해결책이 있다는 것이다. 스냅드래곤 810의 발열문제는 해석이나 입장에 따라 결론이 갈릴 수 있는 정치적 문제가 아니다. 결국 특정 조건에서 장시간 구동했을 때 심각한 열이 나느냐 그렇지 않냐는 기술적 문제이다. 





대부분의 제조사가 채택했다는 것만으로 의혹이 완전히 해소될 수는 없다. 스냅드래곤 810을 채택한 샤오미의 미노트프로가 벤치마크 결과, 갤럭시노트4보다 성능이 뒤지는 걸로 나오면서 안정성을 위해 성능을 일부 제한한 건 아니냐는 새로운 의혹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이 문제의 궁극적 해결책은 간단하다. 퀄컴 본사, 혹은 제 3의 공신력 있는 기관 등에서 직접 스냅드래곤 810을 발열이 문제된다고 하는 환경에서 직접 공개 테스트를 해보이면 된다. 스냅드래곤은 특정환경에서 8코어를 동시에 돌릴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때 발열 문제에 대한 언급은 없다. 이상이 없으니 기능을 넣었고 주의사항도 없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 문제가 없다면 당연히 측정결과도 이상없이 동작하며 열도 심각하지 않다고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문제에 대해서 퀄컴 본사에서는 아직 공식적인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이미 시장에 나온 LG G플렉스를 비롯해 다른 스마트폰 업체의 제품이 속속들이 스냅드래곤 810을 채택해서 나올 것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결론은 나올 것이다. 다만 가장 간단한 길이 있음에도 일부러 제조사의 의견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쉽다. 앞으로 스냅드래곤 810 탑재 스마트폰을 주의깊게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