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최강팀의 명성은 실력으로 드러났다. 2014년 10월 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롤(LOL) 월드챔피온십 8강전 첫경기에서 삼성 화이트가 TSM을 누르고 4강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는 세계 각 지역 최강팀이 나온 예선을 거쳐 8개의 팀만 남은 가운데 우승후보 1순위로 꼽히는 삼성 화이트와 북미 최강자 자격으로 나온 팀솔로미드(TSM)의 대전이었다.


TSM은 월드대회에 매년 나온 팀으로 한국인 멤버를 새로 영입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었다. 전통적인 강자였지만 근래에는 여러 구설수에 오르며 새로운 도전자에게 위치를 위협받던 처지였다. 그러나 다시 팀을 추스르고 극적인 북미 지역우승을 거두며 올라왔다. 이번 대회에서도 B그룹에서 4승 2패 조 2위의 성적으로 8강에 올라왔다. 


삼성 화이트는 자타가 공인하는 우승후보다. 선수 모두가 유명 플레이어인데다가 보톰 라인을 맡은 임프(imp)와 마타(mata)는 세계 최강 조합이라고 일컬어진다. 더구나 어떤 경기에서도 기복없는 경기력을 보이기에 완벽한 팀으로도 꼽힌다. 이번 대회에서도 예선 A그룹에서 6전전승으로 깔끔하게 조 1위로 올라왔다.


1차전에서 삼성 화이트는 조용히 경기를 주도하기 시작했다. TSM의 라인 스웝에 대한 대처를 적절히 하면서 상대가 신경쓰이게 끊임없는 견제를 해나갔다. 별다른 충돌없이도 득점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TSM은 중앙 주도권을 잡기 위해 미드를 맡은 버센이 압박을 해봤지만 큰 소득은 없었다. 안정된 플레이에 강한 삼성 화이트는 그런 격차를 인식하고는 더욱 안정된 플레이에 힘쓰며 상대의 실수를 기다렸다.


지속적인 압박으로 TSM이 미드에서 우세를 이뤄냈지만 반대로 삼성 화이트는 맵 위쪽 탑에서 우세를 차지했다. 더구나 바톰에서 챔피언 4명이 모여 재빨리 드래곤을 잡고는 격차를 더 벌렸다. 견제를 해야하는 TSM 입장에서도 분전했지만 삼성 화이트의 든든한 방어를 겁내서 도전적 전술은 쓰지 못하는 가운데 시간만 흘러갔다.


결전은 바텀에서 이뤄졌다. TSM이 삼성 화이트를 끌어들여 잡았다고 생각한 순간 역으로 몰려든 삼성 화이트 챔피언들에게 TSM 러스티보이가 당하고 말았다. 순간적으로 바텀에 삼성 화이트 모두가 온 기동력이 상황을 역전시켰다. 오히려 삼성 화이트가 TSM을 유도했다고 볼 수 있는 상태로 변했고 두 수 정도 앞선 결과를 낳았다. 곧 스코어는 삼성과 TSM 6:3 까지 벌어졌다.


TSM이 분명히 라인전에서는 크게 밀리지 않았다. 그러나 돌파구를 마련하지 못하면서 TSM은 분명한  전략적인 시도를 하지 못했다. 삼성 화이트의 우세는 강력한 벽과도 같이 두드려도 무너지지 않았다. 삼성 화이트는 탑에서 마타의 슬래시를 통해 결전에서 이기고 타워를 파괴했다. 스코어는 7:3 이었지만 그 숫자보다 훨씬 큰 격차가 나버렸다. 결국 마타와 임프를 앞세워 단체 러쉬에 들어간 삼성 화이트가 완벽하게 상대 진영을 제압함으로서 경기를 결정지었다.


2차전에서는 삼성 화이트의 탑 루퍼가 과감하게 상대 진영으로 들어와서 적 진영 중립 몬스터를 먼저 잡아버렸다. 성장을 늦추기 위한 전술을 먼저 쓴 것이다. 바텀에서는 댄디가 앞장선 가운데 중립 몬스터를 사냥하는 TSM을 삼성 화이트 4명이 덮쳤다. 또한  이 틈에 미드에서 포운이 버센을 잡아버렸다. 스코어는 TSM과 삼성 0:2가 되었다.


여기서 다시 TSM은 적절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허둥거렸다. 다시 중앙부에서 벌어진 결전에서 삼성 화이트 포운이 TSM 버센을 잡으면서 스코어를 0:5로 만들었다. 이후로 급속도로 성장한 삼성 화이트 루퍼의 신지드를 TSM의 누구도 1:1로 당해내지 못하는 가운데 이 격차가 승패를 갈아버렸다. 바텀에서 벌어진 결전에서 다시 압도적으로 이기고 상대 포탑을 파괴하는 삼성 화이트에 더이상 대항할 기세가 남아있지 않는 정도였다. 


3:12 까지 스코어가 벌어진 이후 TSM은 후반을 노리며 방어에 집중하는 운영을 했다. 하지만 삼성은 TSM쪽 미드 타워를 급습해 무너뜨리며 빠른 플레이를 해나갔다. 4:21까지 벌어진 스코어에서 그나마 TSM은 다음 결전에서 연속킬을 차단하는 등 분전했지만 상황을 바꿀 수 없었다.

 

3차전에서 TSM은 챔피언 선택에서 승부를 걸었다. 야스오를 선택하면서 보다 공세적으로 나왔는데 초반에 대공세로 루퍼를 잡으면서 분위기를 올렸다. 삼성 화이트와 TSM 스코어는 여기서 0:2가 되었다. 삼성 화이트는 초반에 뒤진 부분을 사냥하던 TSM의 드래곤을 스틸하면서 만회했다. 이 시점에서 경기는 처음으로 팽팽한 호각의 싸움이 되었다. 지켜보던 관중은 일방적으로 TSM을 응원할 정도였다.


이후 포탑을 파괴하는 과정에서 TSM은 삼성 화이트의 임프를 잡으면서 기세를 올렸다. 순간적인 집결력에서 TSM이 앞선 가운데 주도권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삼성 화이트도 꾸준히 챔피언을 성장시키며 상대의 공세를 끊어냈다. 또한 미드에서 벌어진 TSM의 총공격을 맞아 스킬을 작렬시켰다. 스코어는 4:8. 꾸준히 중립 몬스터를 잡으며 우세를 쌓아간 TSM은 과감히 공세만 나가도 승리가 보장된 상황이었다. 결국 넥서스까지 밀린 삼성 화이트의 패배로 끝났다.


4차전에 나선 삼성 화이트는 팀워크를 회복해서 TSM 챔피언을 한 명 잡으며 특유의 완벽한 플레이를 개시했다. 자신감을 얻은 TSM도 차분히 시야를 개척하고 드래곤을 사냥하며 내실을 다졌다. 여기서 삼성 화이트의 작은 트릭 전술이 빛났다. 한 명이 도망가는 척 하며 숨은 다음, 끌어들인 TSM 두 명을 몰려온 동료와 함께 잡았다. 이렇게 한번 우세를 잡고는 임프가 도주 경로를 차단하고 공격하는 등 전술적으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스코어는 0:4로 변했다.


이전 대회에서 5명을 동시에 잡으며 펜타킬로 활약한 삼성 화이트의 임프가 여기서도 맹활약했다. 밀렸지만 필사적으로 공세에 나선 TSM의 모든 챔피언을 혼자서 잡는 펜타킬을 달성했다. 결국 5:13으로 스코어는 벌어지고 그 이상으로 양쪽의 경험치 차이가 나버렸다. 파운 역시  야스오를 써서 제대로 활약하며 힘을 보탰다.


TSM은 아리 챔피언을 쓴 암살을 노렸지만 기회는 쉽게 나오지 않았다. 이번에는 삼성 화이트 측에서 선택한 야스오 챔피언이 강력하게 성장하자 정면 대결에서 밀리는 형세가 되었다. 과감하게 미드로 몰려온 TSM은 여기서 상대 억제기를 파괴하며 빠지는 플레이를 선택했다. 격차가 난다고 생각한 삼성 화이트는 적극적인 싸움을 걸지 않아 균형이 맞춰졌다. 스코어는 9:18로 여전히 뒤지고 있지만 재미를 본 TSM은 계속 상대 뒤편을 노려 파괴하는 유격전술로 나왔고 그것은 효과를 보았다. 어째서 이제까지 이런 전술을 쓰지 않았는지 이상할 정도였다.


하지만 삼성 화이트는 여기서 착실한 운영과 공세를 통해 역전을 차단했다. 잇다른 유격전을 당하면서도 바론을 처치하며 경험치를 쌓아서 강력해진 힘을 바탕으로 공세를 취했다. TSM은 정면대결을 피하고 계속 유격전술을 통해 뒷문을 노렸지만 결국 한 곳에 몰려서 결전을 강요당하는 상태가 되어 학살당했다. 그럼에도 마지막까지 버티며 좋은 게임을 보여준 투혼은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