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시작되면서 모든 국민이 주목한 이슈는 경제정책이다. 그 가운데 '창조경제'란 개념은 상당히 신선하면서도 사람들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써오던 단어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건설경제라든가 IT경제 같은 말은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어느정도 짐작할 수 있지만 창조경제는 상당히 높은 수준의 이해력을 요구했다.


결국 정부는 창조경제의 개별 사안을 만들고 과감하게 추진하기에 앞서 각계 전문가와 시민에게 창조경제란 무엇인가에 대한 개념부터 알려야 했다. 그래야만 모두가 뜻을 모으고 한 마음으로 경제정책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은 창조경제의 개념을 아이디어에서 시작한다고 말한다. 창의적인 발상과 질서를 무너뜨리는 과감한 발상이 필요하다. 마치 창작을 하는 예술가처럼 기존의 것을 거부하면서 틀을 바꾸는 것부터 해야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낡은 사고방식을 거부하고 '다르게 생각하라'는 슬로건으로 크게 성공한 애플처럼 우리도 낡은 껍질을 깨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개인의 노력도 있어야 하고 그런 노력을 뒷받침해 줄 플랫폼이 절실하다. 구글이 서울 캠퍼스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듯이 기업도 시도하고 있고 투자회사나 지자체도 노력하고 있다. 정부도 창조경제타운을 온라인으로 만들었는데 백만이 넘는 방문자가 있었다고 말한다. 여기서 나아가 정부는 창조경제센터를 전국에 오프라인으로 만들려고 한다. 마음이 맞는 사람끼리 만나 교류하며 사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한 만남의 장이다. 서울 뿐만 아니라 대전, 대구, 제주 등에 만들어 모여서 개발과 영업도 할 수 있는 플랫폼이다. 말하자면 미국 젊은이들이 사업을 시작하는 '차고'를 정부에서 제공하겠다는 생각이다.


꼭 이런 것을 해야할까? 선진국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것을 우리는 인위적으로 촉발시켜야 한다는 부분에 위화감을 느낄 수도 있다. 또한 창조경제를 왜 꼭 해야 하는 지에 대해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사실 이런 노력은 결코 편한 게 아니다. 변화라는 것은 누구에게나 노력이 요구되는 것이고 피곤한 일이기도 하다.


미래창조과학부 최양희 장관은 단언컨대 창조경제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말한다. 전쟁의 잿더미에서 시작한 한국경제가 그동안 여러 단계를 거쳐 산업화를 이뤄냈고 고성장을 했지만 이제는 그런 경제모델의 한계에 부딪쳤다. 다른 사람이 했던 것을 따라하는 수준으로는 더이상의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 따라서 남은 유일한 방법은 창의적 아이디어가 만드는 혁신에 의존할 수 밖에 없다. 이제 한국경제에 창조경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말은 매우 무겁게 다가온다.


최 장관은 창조경제를 보다 촉진하기 위해 문제를 반쯤 내주는 방식을 제안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안전을 강조하는 사회분위기를 들어서 관련 아이템은 어떨까 제안하기도 하고, 가져온 아이디어를 좀더 깊이있게 하려는 멘토링의 역할도 하겠다는 것이다. 호기심과 도전정신을 결합해서 개인의 잠재능력을 끄집어내는 문화운동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각 산업 전반에 걸쳐서 단순한 발상을 좀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되도록 자극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미래창조과학부가 기본적으로 산업을 진흥하는 역할을 해야하기에 창조경제의 흐름을 널리 퍼뜨려야 한다.


하지만 여기서 의문이 발생한다. 창조경제인 것과, 창조경제가 아닌 것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 마치 황희정승처럼 어떤 산업, 어떤 발상을 막론하고 창조경제라고 고개를 끄덕인다면 우리는 혼동할 수 밖에 없다. 창조경제의 기준으로 장관은 목표를 과감하게 잡을 것을 요구했다. IT를 예로 들면 무어의 법칙처럼 반도체는 1년마다 용량이 두 배로 늘어난다. 그러니까 5년만 지나도 10배가 되는 엄청난 성장을 하게 된다. 그러니까 최소한 5년 후에 같은 제품을 10분의 1 가격으로 팔든가, 아니면 같은 가격으로 10배 성능을 내야한다. 이런 시대의 흐름에서는 더욱 커다란 발전을 목표로 삼아서 이뤄야 창조경제가 된다는 대답이다.


과감한 발상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 최 장관은 우리 교육과정에서 문제해결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가 주장한 코딩 교육은 단순히 프로그램을 만드는 기술을 배우라는 말이 아니다. 문제를 해결하는 알고리즘을 보다 빠르게 세울 능력을 기르기 위한 목적이다. 이제까지의 우리는 어떤 문제를 해결할 때 창의적 발상을 통하기 보다는 수없이 시행착오를 거치며 터득한다. 창조경제를 위해서 우리가 보다 스마트해져서 창의적인 생각을 해야한다는 주문은 너무도 당연한 말이다.


창조경제를 위해 정부가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최 장관은 전반적인 사회적 인프라와 환경 구축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개인의 창조력이 초기에 아이디어를 키우고 사업을 시작하기 위한 기초 여건을 만드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 하지만 사업을 확장하기 위한 직접 자금지원 같은 영역은 정부가 아닌 민간 투자회사가 맡아야 한다고 규정했다. 정부는 단지 필요하면 둘을 연결해 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창조경제는 이제 임기가 3년 남은 박근혜 정부의 최대 국정목표라고 할 수 있으며 전 부처에 걸쳐 전방위적으로 추진할 사업이다. 그 가운데 미래창조과학부는 창조력 진흥과 의식개혁을 중심으로 역할을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의미심장했던 것은 이런 모든 진흥책이 사실 누가 하는 지도 모르게 이뤄져야 한다는 장관의 말이었다. 요란하게 홍보하며 실시하는 국책사업들이 오히려 실속없이 끝난 사례가 많았다. 그에 비해 조용하지만 실제로 도움되는 진흥방법이 최선이라는 최 장관의 말은 그래서 오히려 기대를 걸어보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