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의 공세가 무섭다.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인 중국 시장에서 샤오미가 삼성전자를 제쳤다는 기사는 하나의 신호에 불과했다. 광대한 시장, 낮은 인건비, 높은 경제 활력과 정부의 적극적 지원까지 업은 중국 스마트폰이 무서운 기세로 전세계 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중국 스마트폰 회사 화웨이는 삼성전자와 애플에 이어 세계 시장 3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2014년 2분기 화웨이 시장 점유율을 6.9퍼센트(%)로 발표했다. 2013년 같은 기간에 비해 2.6% 상승했으며 삼성(25.2%)과 애플(11.9%)에 이어 3위이다. 이제까지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미국의 애플과 한국의 삼성 중심이었다면 여기에 중국이 신흥강국으로 진입하고 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 스마트폰은 잠재적으로 위협적이지만 현실적 위협이 되기에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여겨졌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산짜이(모방) 스마트폰의 품질이나 소프트웨어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업 우위를 바탕으로 중국 기업은 눈깜짝할 사이에 기술 격차를 좁히며 파격적인 저가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샤오미, 쿨패드, 화웨이, ZTE 등의 기업이 앞장 서고 있는데 샤오미 같은 회사는 단순한 가격 대비 하드웨어 성능 뿐이 아니라 애플을 닮은 미려한 디자인과 자체 세팅한 운영체제와 앱에 이르기까지 모든 면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중국에서 판매되는 저가 스마트폰 가격은 대략 1000위안(약 16만9000원)인데 올해 말에 500위안(약 8만4400원)의 저가 스마트폰 출시가 예상되고 있다. 심지어 2015년에는 300위안(약 5만원)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는 전문가도 있다. 한국 기기업이 가격으로는 도저히 경쟁을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냉정히 생각해보자. 중국산 저가 단말기가 그렇게 싼 데는 반드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중국 인건비가 저렴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무작정 싼 것은 아니다. 또한 단말기를 만드는 데 쓰는 부품과 제작기계는 무조건 싸게 만들 수 없다. 그럼에도 경쟁이 안될 정도로 싼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번째로 해당 단말기의 제조에 드는 연구개발비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애플은 유명 디자이너 집단을 고용해 수많은 연구를 하며 독자적 디자인을 완성한다. 삼성 역시 새로운 하드웨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엄청난 연구개발비를 지출하며 신제품을 개발한다. 반면에 중국 저가 스마트폰 회사는 연구개발비를 거의 쓰지 않는다. 애플이나 삼성 디자인을 표절했다는 의심을 강하게 받는 디자인에 이미 표준이 된 부품과 기술을 적용해서 적당히 짜맞춘 하드웨어 구성이 대부분이다. 여기에 무료로 공개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적당히 커스터마이즈해서 올려놓을 뿐이다. 


두번째로 외부 기술에 대한 특허료를 내지 않고 만든다는 의혹도 있다. 예컨대 대만기업 HTC는 안드로이드에 적용된 UI에 대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낸 소송에 져서 막대한 로열티를 물어내야 했다. 하지만 같은 안드로이드를 쓰는 중국기업은 어느 곳도 로열티를 내지 않았다. 이런 특허 기술 침해를 피하려면 정당하게 로열티를 주고 기술을 쓰든가 연구개발을 통해 다른 방식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중국 기업은 어느 쪽도 하지 않고 절감한 비용이 그만큼 제품가격을 낮추고 있다.


세번째로 중국 저가폰이 현지에서 마땅히 갖춰야 할 AS망이나 별도 판매망을 갖지 않았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스마트폰 기업의 고정비용이 큰 이유는 브랜드에 걸맞는 품질의 AS와 판매망을 구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샤오미나 화웨이는 판매되는 규모만큼 양질의 서비스망을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런 곳에서 절감되는 비용만큼 저렴한 제품을 공급하는 점은 훌륭하지만 스마트폰은 일회용 나무젓가락이나 종이컵이 아니다. 고장이 발생했을 때 제대로 고치지 못하고 버려야 한다면 싼 가격은 결코 싼 게 아니다. 


중국산 저가 스마트폰의 약진은 반대로 한국 소비자에게는 통신비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단말기 구입비용을 줄일 기회로 비칠 수 있다. 이미 국내에도 한 인터넷 쇼핑몰이 샤오미 단말기를 판매했으며, LG유플러스는 화웨이의 저가 단말기 도입을 확정한 상태다. 


이런 움직임은 프리미엄 단말기 전략을 쓰고 있는 삼성과 LG전자 외에도 사용자에게  다른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충분히 긍정적이다. 하지만 무작정 국내 스마트폰 업체가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인식은 지나치다. 싼 데는 반드시 싼 이유가 있기 마련이다. 섬뜩하도록 저렴한 중국 스마트폰을 선택해서 쓰더라도 과연 왜 저렴한 지는 알고 쓰는게 현명한 소비생활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