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MS)의 질긴 인연은  유명하다. 8비트 컴퓨터 애플2의 베이식 언어를 마이크로소프트가 공급하면서 시작된 두 회사의 관계는 매킨토시의 획기적인 그래픽유저 인터페이스를 본따 마이크로소프트가 윈도우를 내놓으면서 파국으로 치달았다. 한때 애플은 부도가 날 위기까지 몰렸지만 돌아온 스티브 잡스로 인해 기사회생했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히트시키면서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

 



아이패드용 오피스




하지만 마이크로소프트에게는 전세계 업무용 솔루션을 완전히 석권한 MS오피스가 있었다. 오피스만은 애플이 따라가기 벅찬 분야이기에 여전히 매킨토시에도 공급되고 있다. 또한 아이폰과 아이패드에서 쓸 수 있는 MS오피스 출시에 대한 바램은 매우 컸다. 하지만 오피스를 기반으로 자사 스마트폰과 태블릿용 운영체제를 확산시키려는 MS의 전략 때문에 그동안 iOS용 MS오피스는 나오지 않았다.

 

2014년 3월 28일,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침내 아이패드용 오피스를 출시했다. 비록 PC와 클라우드를 연계한 '오피스 365'를 어떤 모바일 플랫폼에서도 쓸 수 있게 한다는 전략의 일환이지만 사이가 좋지 않던 애플 앱스토어에 정식으로 들어왔다는 의미가 크다.

 

아이패드용 오피스는 무료로 내려 받을 수 있고 문서 읽기와 프리젠테이션 용으로는 결제없이 쓸 수 있다. 하지만 문서 쓰기, 편집, 저장 등의 기능을 쓰려면 오피스 365 약정이 필요하다. 오피스 365의 홈프리미엄 버전은 월 9.99달러(10,640원)에 이용 가능하다. 또한 MS는 2014년 4월 경에 저가형 플랜인 오피스 365 퍼스널을 월 6.99달러(7,442원) 정도로 내놓을 예정이다.

 

이용자들의 반응은 뜨겁다. 앱 조사기관 앱 애니(App Annie)에 의하면 출시된 아이패드용 오피스의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앱은 출시 5시간만에 미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앱들 1, 3, 4위를 각각 차지했다. 워드 앱은 전체 순위에서 체코 공화국, 오스트리아에서 2위를 했으며 폴란드에서는 3위, 슬로바니아에서 4위, 영국에서는 8위를 차지했다. 생산성 앱 순위에서는 모두 1위를 기록했다.

 

사용자 뿐만이 아니다. 애플의 CEO인 팀 쿡은 트위터 계정을 통해 마이크로소프트가 오피스를 앱 스토어에 등록한 것을 환영했다. 또한 애플은 iOS용 앱 스토어 메인화면에 오피스를 프로모션하고 있다.

 

앱의 수준 역시 높은 편이다. MS에서 직접 만든 앱 답게 복잡한 워드 파일과 엑셀 파일의 형식이 모두 보존되면서 온전하게 펼쳐진다. 처리 속도 역시 빠르다. 구형 아이패드에서도 불편하지 않은 정도의 처리속도를 보여준다. 한국 MS 관계자는 "아이패드용 오피스는 MS에서 직접 만든 태블릿인 서피스용 오피스보다 더 잘 만들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이렇게 잘 만든 아이패드용 MS 오피스는 두 회사의 해묵은 감정과 현실적 이익 사이에서 제대로 된 마케팅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우선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번 출시를 트위터를 통해 알렸을 뿐 발표회를 열거나 공식 보도자료를 내서 알리지 않았다. 아직까지 마케팅 행사도 거의 없으며 킬러앱 발매지만 뉴스로서의 가치도 높이 평가하지 않는다.

 

그나마 펼쳐진 마케팅 역시 오피스를 둘러싼 애플과 MS의 냉전상태를 보여주는 듯한 의미를 품고 있다. 마치 지금 우크라이나를 둘러싸고 서방권과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을 연상케한다.

 

애플 앱스토어에 등록된 아이패드용 MS 오피스는 규정에 따라 앱 내에서 결제할 경우 30퍼센트의 수수료를 애플에 떼어주게 된다. 외국 언론에서는 사용자가 아이패드 용 오피스 앱 내에서 99달러 (10만 5,187원) 오피스 365 1년 약정을 구입하면, 애플이 이 매출의 30퍼센트를 떼어 가는 것을 애플로부터 확인했다.

 

그런데 MS는 아마존에서 현재 오피스 365 홈 프리미엄 1년 약정을 33퍼센트 할인해 67달러(7만 1,187원)에 판매하고 있다. 오피스 홈 프리미엄 패키지는 5대의 PC와 맥에서 오피스 365를 사용할 수 있는 액세스 코드와 가족들 4명까지 1인당 20기가바이트(GB)의 원드라이브(OneDrive) 클라우드 스토리지, 매월 60분의 스카이프 사용이 포함된다. 두 가지 뉴스를 합쳐보면 MS는 애플에게 정가의 30퍼센트를 수수료로 주고 나머지를 MS가 가져가는 것보다 33퍼센트를 사용자에게 할인해주고 아마존에게 수수료를 뗀 훨씬 적은 수입을 가지는 쪽을 권장한다는 의미가 된다.

 

한국 MS 관계자는 "아마존의 할인 행사는 개별 쇼핑몰이 독자적 마케팅을 펼치는 것 뿐이다" 라며 "아이패드용 오피스 개별 마케팅 계획은 없다. 오피스 365 서비스로서 마케팅을 해 나가겠다"라고 설명했다. 아이패드용 오피스는 클라우드 솔루션인 '오피스 365'의 서비스를 연장한 것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업계 전문가는 "이미 모바일의 대세는 iOS와 안드로이드로 굳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더이상 버티다가는 MS오피스 포맷의 업무용 표준지위마저 흔들릴 수 있다" 고 전제하고는 "때문에 아이패드용을 출시하기는 했지만 결국 모바일 운영체제에서의 열세를 인정하는 모양이 되었기에 적극적인 마케팅을 하지 않는 것이다. MS가 모바일 시장을 완전히 포기하지 않는 한 타사 플랫폼용 MS오피스를 둘러싼 소극적 마케팅은 계속될 것이다" 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