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에게는 단순한 점유율이나 매출액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다. 이것은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업계의 사실이다. PC시장에서 가장 적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회사존립이 어려웠을 때 조차도 맥 운영체제의 사용자인터페이스는 누구든 탐냈다. 잡스가 완전히 실패한 것으로 평가받은 넥스트 컴퓨터를 가지고 돌아왔을 때도 넥스트스텝의 미래지향성만은 보석처럼 빛났다.



iOS7



그렇다면 지금의 애플은 어떨까? 아이폰이 스마트폰을 새롭게 만들고, 아이패드가 태블릿이란 장르는 상업적으로 성공시켰다. 이것을 운영체제로 풀이한다면 애플의 iOS가 이룩한 업적이라고 할 수 있다. iOS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비롯해서 현존하는 모든 모바일 운영체제에 영향을 주었다. 


따라서 iOS가 획기적인 변화를 거친다면 당연히 그것을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 단순히 애플 제품안에서 머무는 변화가 아니라 관련된 모든 제품 운영체제가 그 방향으로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애플이 발표한 iOS7 정식버전을 살펴보자. (출처)


애플이 9월 18일(현지시간) 정식버전 배포를 시작한 ‘iOS7’의 특징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용자 환경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iOS7로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업데이트하면 마치 새로운 기기를 사용하는듯한 느낌을 갖게 된다. 


iOS7은 ‘아이폰4’, ‘아이폰4S’, ‘아이폰5’ 등 아이폰과 ‘아이패드2’, ‘아이패드 레티나’, ‘아이패드 미니’, ‘5세대 아이팟터치’에서 내려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디자인이 완전히 달라졌다. 먼저 단순하고 평평한 아이콘이 배경화면을 가득 메운다. 특히 반투명 이미지로 공간감을 주는 동시에 움직임에 맞춰 시각차를 조정해 새로운 공간감을 느끼게 해준다. 



iOS7



이전에 없던 새로운 ‘제어센터’가 추가됐다. 바탕화면 하단부분을 쓸어올리는 동작으로 나타나는 제어센터는 음악, 에어드롭, 에어플레이, 와이파이, 비행기모드, 블루투스, 손전등 등을 바로 제어할 수 있도록 했다.


‘알림센터’는 기능이 더 풍부해졌다. 한 페이지로만 이뤄졌던 알림센터는 버튼을 통해 여러 페이지로 나눠진다. 새 메일, 부재중 전화, 할 일 목록 등을 구분해서 알려준다. 잠금화면에서도 동작하고 모든 화면에서 열어볼 수 있다. 오늘 필요한 일들을 간략히 보여주는 새로운 기능 ‘오늘’도 추가됐다. 


멀티태스킹도 안드로이드와 비슷해졌다. 기존 홈 버튼을 두 번 눌러 하단 바에 사용했던 앱을 띄우는 방식이 전체화면에서 볼 수 있도록 바뀌었다. 자주 사용하는 앱을 인식해 콘텐츠를 사용하기 전에 미리 업데이트해준다. 예를들어 매일 오전 9시에 소셜 앱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다면 피드가 미리 최신 상태로 준비한다.


많은 면에서 변화가 있었지만 기능적인 변화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다. 왜냐하면 새로운 운영체제가 나올 때마다 늘 변화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이번 iOS7이 근본적으로 디자인  철학을 바꾸었다는 점이다. 이것은 이후 애플의 디자인 전략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다.



iOS7



iOS7으로 보는 애플의 디자인 전략은?


iOS7에서는 사물을 흉내낸 스큐모피즘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고 그 자리를 단순하고 기능적인 요소를 최대한 살린 미니멀리즘이 채웠다. 아이폰의 외형을 차지하며 호평받던 미니멀리즘이 이제 운영체제 안쪽까지 완전히 장악한 것이다. 가장 상징적인 면은 누구든 가장 많이 보는 잠금화면에서 볼 수 있다.


- 밀어서 잠금해제에서 누구든 알 수 있는 슬라이드 스위치가 사라졌다. 화살꺾쇠 하나와 밀어서 잠금해제 라는 글씨가 전부이다. 몇 픽셀 되지 않는 기호 하나면 충분하다는 애플의 해석이다.

 

- 전원을 꽂았을 때 나타나는 배터리 아이콘이 매우 단순해졌다. 이전처럼 투명한 병모양을 하고 있지 않다. 이제는 그냥 아이콘으로서 배터리 모양을 나타낼 뿐이다. 당연하게도 그 안을 채우는 배터리 게이지 역시 그저 초록색 막대일 뿐이다. 그라데이션이 되어 액체처럼 묘사된 부분이 삭제되었다. 따라서 매우 단순해졌다.


이 두가지 사실이면 충분하다. 이것은 이후로 애플의 디자인 언어가 어떻게 나아갈 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iOS7



첫번째로 애플은 직관적이면서 가장 간략한 기호를 많이 이용할 것이다. 슬라이드 스위치를 꺾쇠 하나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든 이론적으로는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그것을 대부분은 퇴보라고 여겼다. 발달한 그래픽성능과 처리능력은 마땅히 보다 화려하고 재미있는 사용자경험을 위해서 써야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조나단 아이브는 그런 생각을 거부했다. 중요한 것은 직관적이고도 깔끔하게 안내해주는 것이지 눈의 즐거움이 아니라는 점이다. 참고로 아이브의 국적은 영국이다. 문득 배만 채우면 되지 굳이 외관이나 맛이 중요하지 않다는 영국요리가 생각난다.


두번째로 애플은 아이콘을 지속적으로 단순화할 것이다. 아이콘이란 본래 그 자체가 단순화된 그림기호다. 그렇지만 같은 아이콘이라도 입체효과를 주고 색깔을 입히며 그라데이션을 주면 처음 모습과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콘이 카툰(만화)처럼 변해가는 것이다. 그동안 컴퓨터를 포함한 모든 운영체제는 기꺼이 아이콘을 만화처럼 바꾸어왔다.


조나단 아이브의 미니멀리즘은 이것을 거꾸로 돌린다. 과도하게 장식된 아이콘을 원래 목적에 최적화시킨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말하자면 기호의 단순화이다. 스큐어모피즘은 사물을 있는 그대로 정교하게 그려서 표현한다. 그것을 단순화시켜서 그린 것이 아이콘이다. 그런데 그 아이콘에 있는 장식적인 요소까지도 제거하자는 것이다.  



iOS7



예를 들면 버스를 나타내는 아이콘에서 바퀴는 원형이면 충분하며 색을 칠할 필요가 없으며 창문이나 와이퍼 같은 걸 그린다는 건 낭비라는 뜻이다. 애플 iOS7에서는 철저히 그런 디자인 철학이 드러났다.


어쨌든 iOS7은 소비자에게 세련되고 명품같은 이미지를 주는 데 성공했다. 간략해진 형태를 채우기 위해 화면효과와 색채감이 좀더 강화되었기에 허전한 느낌은 많이 줄었다. 그래도 정말 커다란 변화이다. 앞으로 이런 애플의 디자인 전략 변화를 다른 업계에서 어떻게 받아들이면서 영향을 받을 지 지켜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