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언론은 보도와 예측의 두가지 역할을 주로 수행한다. 이 가운데 예측은 사실 반드시 들어맞는다고 할 수 없기에 위험성이 있다. 하지만 단순히 보도만 하는 언론은 별로 없다. 수많은 현상을 접하다 보면 어느 정도 이후의 전개가 눈에 보이기도 한다. 


더욱 결정적인 것은 충격적인 예상을 해서 성공해야 진정한 언론이라는 평가를 받기 쉽다는 것이다. 경제불황을 예측하고 경고했던 언론이 경제불황이 닥쳐서 보도하는 언론보다 좋은 평가를 받는 건 당연할 테니까 말이다. 그렇지만 바로 이 점 때문에 언론에는 속보 경쟁과는 또다른 형태의 예측경쟁도 있다. 그리고 이것은 자칫 무엇인가 이상한 예측으로 이어진다.


갤럭시S4


갤럭시 시리즈를 통해 대성공한 삼성전자에 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요즘 애플의 위기를 한창 논하던 상태에서 상대적으로 위기론이 별로 제기되지 않던 삼성에 대한 경고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한번 살펴보자. (출처)


비즈니스인사이더가 세계 1위 스마트폰 기업으로 우뚝 선 삼성전자에 위기가 올 수 있다 경고했다. 삼성전자가 뛰어난 안드로이드폰을 내놓지 않는데다가 경쟁사의 거센 도전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말이다.


스티브 코바치 비즈니스인사이더 기기부분 편집장은 삼성전자가 최근 출시한 `갤럭시S4`는 `HTC원`보다 못하다고 평했다. 갤럭시노트2는 화면과 배터리, 가격 면에서 LG전자 `옵티머스 G 프로`에 뒤쳐진다고 지적했다.


월터 모스버그 월스트리트저널 기자 역시 HTC원이 갤럭시S4를 능가한다고 밝혔다. 그는 갤럭시S4는 너무 많은 기능을 넣은 데다 일부는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부정적 평가 확산이 삼성전자 점유율 하락을 부추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 하반기 뛰어난 안드로이드폰도 줄줄이 나온다. 구글과 모토로라는 X폰을 준비 중이며 LG전자는 `옵티머스 G2`를 내놓으며 삼성전자를 위협한다. 하지만 성능이 곧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로 직결되지는 않는다. 애플 아이폰5는 가장 좋은 제품으로 꼽히지만 시장 판매는 기대를 밑돈다.



갤럭시S4


삼성전자가 지금의 자리에 오른 것은 막대한 마케팅 투자와 긴밀한 통신사 관계가 주효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다양한 화면 크기 제품도 영향이 컸다. 현재 스마트폰 시장은 기능과 성능보다는 브랜드와 마케팅 투자, 강력한 통신사 유통망이 좌우한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이런 환경이 삼성전자에게 기회였지만 반대로 부메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가 애플을 위협했던 공식을 그대로 다른 기업이 따라할 수 있다. 특히, 안드로이드 특성은 삼성전자를 위협한다. 삼성전자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다른 안드로이드폰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다. 거의 비슷한 사용자환경(UI)이기 때문에 아이폰이나 윈도폰으로 바꾸는 것보다 장벽이 낮다.


이 뉴스에서의 흐름을 간단히 정리해보자.


1. 갤럭시S4는 최고 성능의 안드로이드폰이 아니다.

2. 삼성전자의 판매는 성능보다 마케팅 역량이었다.

3. 최고 품질의 아이폰5조차도 요즘 시장판매는 기대에 밑돈다.

4. 갤럭시S4란 안드로이드폰은 특성상 같은 계열 폰으로 이동하기 쉽다.

5. 따라서 삼성전자도 위기를 맞을 수 있다.



갤럭시S4


세세한 팩트나 논리만으로 본다면 이런 부분들은 분명히 맞다. 특별히 틀린 점을 끄집어내기 어렵다. 하지만 넓은 범위에서 볼 때 이 기사는 예측을 하려는 집착 때문에 중요한 점을 제대로 말하지 않았다.


삼성의 위기, 스마트폰 시장의 변화는?


굳이 내가 여기서 흥망성쇠란 고사성어를 들고 싶지는 않다. 약간 고리타분한 말이고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영원히 팽창하는 시장이란 없다. 세상에는 붐이란 것이 있어서 나오기만 하면 열광하는 때가 있다. 하지만 그 붐은 한 때뿐이다. 



갤럭시S4


제조사에서 혁신을 외치며 백만원에 달하는 스마트폰을 내놓으면 소비자들이 열병처럼 따라붙었던 스마트폰 붐이 있었다. 어떤 것이든 날개돋히든 팔렸던 그 때는 지금 서서히 저물고 있다. 예를 들어 지금 아무리 잘 만든 시계가 나온다고 사람들이 열광하는가? 기능이 훨씬 좋아진 자동차가 나오면 사람들이 줄을 서서 사겠는가? 에어콘의 혁신에 대해 언론이 대대적인 보도를 하겠는가? 이런 일상재도 처음 나올 때는 혁신적인 제품이었다.


굳이 위의 기사는 삼성의 위기라고 할 것까지도 없다. 전체적으로 넓게 보아서 스마트폰 업계의 위기라고 적어야 한다. 물론 실제로 그 시장에서 의미있는 점유율과 이익을 보는 것이 애플과 삼성 뿐이긴 하다. 그렇다고 해도 애플과 삼성의 위기라고 하는 것도 아니고 삼성의 위기라고 하는 게 말이 안된다. 


앞으로 애플과 삼성이 같이 비슷한 성능의 스마트폰을 내놓았을 때 삼성만 특별히 판매부진에 빠질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 기사에서는 그저 그런 근거로 안드로이드폰이 아이폰에 비해 옮기기 쉽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아이폰은 지금의 추세로 보아서 프리미엄 스마트폰의 길을 가고 있다. 비싸기에 그렇게 쉽게 옮겨갈 수 없다. 삼성 외의 다른 안드로이드폰은 판매부진 때문에 규모의 경제를 충분히 이룰 수 없는 상태이다. 그러니까 저 기사는 스마트폰 회사의 위기라고 바꿔야 한다. 



갤럭시S4


'스마트폰 회사의 위기, 이제 어떤 스마트폰에도 열광은 없다.' 이것이 오히려 더 좋은 예측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일상재가 된 스마트폰이 어떤 변화를 겪을 것인가? 이 부분은 굳이 현자가 되지 않아도 알 수 있다. 우리가 쓰고 있는 노트북이나 마우스, 복사기를 보면 알 수 있다. 여기에 대해서는 언제 한번 심도있는 글을 써보기로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