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게임 스타크래프트2의 최신버전 '군단의 심장'이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 발매된다고 한다. 요즘은 한국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문화콘텐츠가 제법 있어서 그렇게 신기한 일은 아니다. 영화 레미제라블도 한국에서 가장 먼저 개봉되었으니까 말이다. 하지만 새로운 게임이 한국에서 먼저 나온 이유로 블리자드사가 내놓은 이유가 흥미를 끈다. 한국이 '게임종주국'인 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확실히 온라인게임, 그 가운데서도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에 있어서 한국의 위치는 각별하다. 스타크래프트1은 15년전에 국민게임의 위치를 차지했다. 전국에 PC방이 보급되고 온라인대전붐이 일어났을 때였다. 전세계 스타크래프트 게임 판매량의 반이상을 한국이 차지했다. 게임중계만 전문으로 하는 방송이 생기고 팬이 늘어났다. 지속적인 게임리그의 번성과 실력있는 프로게이머의 탄생이 이어졌다.





한국게임리그는 이때 절정기를 맞았다. 부산 광안리 해변에서 스타리그 결승전을 했을 때 무려 10만명의 관객이 모였다. 한국에 온 프로농구 외국 용병이 한국에서 최고로 인기있는 프로리그는 다른 스포츠가 아니라 스타리그라고 말할 정도였다. 하지만 이후 스타크래프트에만 지나치게 의존한 한국게임리그는 게임의 노쇠화와 더불어 쇠락을 맞았다. MBC 게임채널이 없어지고 게임구단이 상당수 해체되기도 했다. 사람들은 스타크래프트의 대안을 찾았다.





그런데 그 대안은 다소 놀랍게도 후속작인 스타크래프트2가 아니었다. 리그오브레전드, 줄여서 LOL이라고 부르는 판타지 배경의 전략시뮬레이션이었다. 워크래프트3에서 분리되어 독특한 게임으로 발전한 이 게임 LOL은 어떤 게임일까? 과연 스타리그의 인기를 이어받은 한국게임의 희망이 될 수 있을까?




궁금증을 가진 나는 지난 2월 23일에 있었던 LOL클럽대항전이 벌어진 용산e스타디엄을 찾아서 직접 취재했다. 단순히 게임의 요소에 대해서만 보고 평가하는 것보다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관객의 반응과 게임리그의 열기를 직접 느끼고 싶었다.




LOL은 한팀이 5명이 되어야 정규적으로 할 수 있는 팀대항 스타일의 게임이다. 마치 농구나 배구처럼 게임속에서 각자 포지션 하나씩을 맡아 팀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날 경기는 클럽끼리의 결승전이었다. 이런 5명의 팀은 한 클럽이 보통 두 팀 정도를 가지고 있다. 스타리그도 개인전과 단체전이 있는 것처럼 팀별 결승전에서는 같은 클럽의 두 팀이 올라가서 승부를 겨룰수도 있다. 클럽대항전은 두 팀의 구성원이 서로 조합을 거쳐서 경기마다 선수를 교대해가며 싸우는 것이다.




LOL은 많은 면에서 스타크래프트와 다르다. 


1. 유니트가 완전히 사망하지 않는다. 죽게 되면 원칙적으로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에 부활포인트에서 다시 부활한다. 다만 소요시간이 좀 걸리므로 그동안 경험치와 레벨에 불이익이 생긴다.

2. 상대의 거점 포인트를 전부 파괴하면 승리한다.

3. 유니트가 중립몬스터 사냥과 상대의 유니트 공략에 따라 경험치를 얻고 레벨업한다.

4. 팀원 5명의 유니트 선택과 활용에 따라 많은 전술이 나온다.




이런 룰에 따라서 스타크래프트처럼 극초반의 러쉬로 끝내기를 노리기 어려운 면이 있다. 초반부터 흐르는 긴장감은 그다지 없다. 다만 초반의 안정적인 준비와 두뇌플레이를 즐기는 재미가 더 앞선다고 볼 수 있다. 플레이하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더욱 재미있고 숨막히지만 보는 관객은 초반이 약간 심심하다.




내가 본 게임리그 현장은 제법 많은 관객이 응원을 위해 와 있었다. 예전 스타리그에서 보았던 해설자도 있었으며 외국중계를 위해서 온 외국인 해설진의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전반적으로 이날 게임의 열기는 예전의 스타리그 결승전에 비교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스타리그 정규경기 정도 수준은 되었다. 응원열기를 비롯해서 게임리그 특유의 분위기가 살아있었다. 각 경기 시간이 다소 길어졌지만 관객들은 끝까지 경기를 잘 지켜보고 열심히 응원했다. 해설진도 상당히 좋은 해설을 통해 게임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만 좀 아쉬운 점은 있었다. 아무래도 결승전이고 승리가 우선이다보니 경기 하나의 시간이 너무 길어졌다. 이미 승부가 갈릴 것이나 다름없는 경기를 다음 게임을 위해 질질 끄는 일이 있었다. LOL의 특성상 지는 쪽도 버티게 되면 시간을 끌기 쉽다. 따라서 가뜩이나 경기자체의 스피드가 떨어지는 LOL이 보는 입장에서 지루한 게임으로 보이기 쉽다. 이날도 그런 부분 때문에 경기시간이 5시간이 넘었다.




다소 보완점은 있지만 이날 현장의 분위기와 게임수준으로 본 LOL은 충분히 한국게임리그의 희망이라고 부를만 했다. 질서있는 응원과 흥미있는 경기진행을 펼친 이날 경기장에서는 지난 스타리그의 추억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LOL이 스타리그의 후계자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