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것도 그렇지만 특히 애플과 삼성을 분석하고 관련된 기업전망을 내놓는 게 가장 힘들다. 왜냐하면 이 두 회사는 지금 가장 활발하게 제품을 내놓는 기업이자 치열한 경쟁관계이기 때문이다.



애플



제로섬 게임까지는 아니지만 두 회사는 어느 한쪽이 잘된다면 다른 한쪽은 상대적으로 위협을 느낄 수 있는 상태에 와 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엄청나게 성장할 때는 그것을 별로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서히 두 제품이 일상재가 되면서 이익을 늘리려는 두 회사는 더욱 강하게 충돌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지난주에 있었던 YTN 라디오의 전화인터뷰 내용 일부를 우선 소개한다. 실적 발표후 주가가 내려간 애플과 상승세를 유지하는 삼성이 추후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 전망까지 해보았던 인터뷰였다.



다시듣기 : 애플의 몰락과 삼성의 독주 : IT평론가 안병도



출발새아침



IT와 애플에 관련된 베스트 블로그를 운영하고, 애플을 분석한 '애플을 벗기다'라는 책도 출판하신 분이죠. 안병도 IT 평론가 전화로 연결해서 애플의 현재 상황과 삼성의 추격 상황, 향후 전망에 대해 자세히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1. 아이팟과 아이폰, 아이패드로 줄곧 최고의 자리를 지켜온 애플이 불과 2년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이유가 무엇인지요?


애플의 매출이 늘었음에도 순이익률이 낮아진 것에 대해 시장이 매우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애플의 상승세가 이어진 원인은 두 가지입니다. 첫번째는 혁신기업으로서 시장을 선도하는 제품을 만드는 것에 대한 기대감이고, 두번째는 하드웨어 제조기업으로는 경이적인 40퍼센트를 넘는 순이익률입니다. 


그런데 아이폰5에서 이렇다할 혁신기능을 찾지 못한데다가 순이익률마저 줄어들자 넘치던 기대가  거품처럼 꺼지고 있는 것입니다.


2. 그렇다면 스티브잡스 사망 이후 애플의 기업 상징인 ‘혁신성’이 무너지면서 혁신적인 제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유가 무엇이라고 보시는지요?


우선은 스마트폰 기술 자체가 이제 혁신의 한계에 도달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스마트폰은 컴퓨터와 기존 IT기기에서 이미 발달된 기능을 흡수하며 발전했습니다. 그렇지만 이제는 더이상 도입할 기술이 없습니다. 기반이 되는 컴퓨터 기술이 정체상태에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하나로 스티브 잡스의 부재를 들 수 있습니다. 스티브 잡스였다면 이런 한계상황에서도 혁신기능을 개발할 때까지 무섭게 애플 기술진을 몰아붙였을 것입니다. 하지만 팀쿡의 경영스타일이나 카리스마로는 그것이 매우 어렵습니다. 



삼성



3. 삼성전자를 상대로 진행 중인 특허분쟁의 결과가 불안 요소로 작용했을까요?


그것도 하나의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경우로 삼성이 소송에 패소해서 미국시장에서 입지가 극도로 위축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애플의 판매량과 점유율이 추후 늘어날 거란 기대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런 기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고 있습니다.


4. 계속해서 애플에 대한 비관적인 소식이 이어지면서 ‘애플이 쇠락의 길을 걷는다.’, ‘애플의 위기다..’라는 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정말 위기인지? 아니면 섣부른 판단인지?

 

일반적인 경영성과로 본다면 애플은 전혀 위기가 아닙니다. 매출은 여전히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순이익률도 여전히 제조업으로는 경이적이며 아이튠스를 비롯한 컨텐츠 사업도 잘 되고 있습니다. 향후 몇 년 내에는 어떤 경우라도 애플이 경영위기를 겪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애플의 위기라는 건 다른 의미에서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이제까지 혁신의 상징으로 불리며 매우 특별한 위치를 점하던 것이 애플입니다. 그 특별한 위치가 위기에 처해있습니다.


더이상 애플이 제품을 내놓아도 예전처럼 언론이 크게 조명해주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전세계가 애플의 제품 발표회만 기다리며 열광하던 그런 모습도 없어질 수 있습니다. 구글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정도의 평범한 IT기업이 되는 것은 애플 입장에서는 몰락일 수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지금이 특별한 기업으로서 애플의 위기인 것은 맞습니다.


5. 흥미로운 것은 애플의 본고장인 미국에서도 삼성에 대한 찬사가 끊이지 않던데요. 세계 시장에서 삼성이 애플에 비해 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 시작한 이유?


미국은 본래 독점을 싫어합니다. 그것이 자국회사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애플은 특유의 고가정책과 함께 운영체제를 개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면 때문에 미국을 포함한 세계에서는 또다른 경쟁자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그 위치를 삼성이 민첩하게 차지했습니다. 


제품의 성능이나 가격에서 아이폰에 뒤지지 않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 긍정적인 평가의 이유입니다. 또한 삼성은 공개된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가지고 그런 성과를 냈다는 것이 중요합니다. 안드로이드는 만든 구글도 결국 미국기업입니다.



아이패드미니



6. 애플이 다시 재기하기 위해서 어떤 전략을 펼쳐야 하는지? 어떤 제품을 내놓아야 소비자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지?


애플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때는 전혀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때였습니다. 스마트폰에서의 혁신이 정체된 지금은 오히려 휴대폰에서 벗어난 다른 제품에 진출해야 합니다. 소문이 무성한 차세대 애플TV라든지 새로운 운전시스템을 내장한 전기자동차 같은 것이 그 대상이 될 수 있겠지요.


굳이 아이폰 안에서 혁신을 찾겠다면 사운드 기능의 강화나 혁신적인 게임 기능 같은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입니다.


7. 그렇다면 삼성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할까요?


삼성의 핵심역량은 대부분은 하드웨어부품에서 나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하드웨어가 전부는 아닙니다. 소프트웨어 역량을 차분히 키워가는 동시에 삼성에서 나오는 모든 지능형 가전제품을 연결해서 미래를 제시해야 합니다. 추적자 이미지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혁신주자로 인정받아야 합니다. 그리고 장기적으로는 우수한 독자 운영체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애플



삼성과 애플, 어떤 경쟁이 바람직할까?


좀더 긴 인터뷰였지만 핵심은 이 정도이다. 애플의 주가폭락으로 이야기를 시작했지만 결국 두 회사가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 지를 전망하는 부분에 보다 주목해보자.


1. 애플은 이제 스마트폰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하기 어렵다. 애플이 잘해왔던 거의 모든 것이 대부분 적용되었다. 스마트폰 자체는 냉장고나 세탁기 같은 일상재가 되는 과정으로 접어들었다. 애플은 이제 스마트폰이 아닌 전혀 다른 IT제품에 진출하든가, 스마트폰을 어떤 다른 기기로 진화시키는 시도를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제부터 펼쳐지는 시장의 경쟁에서 프리미엄 스마트폰 회사가 되어 점유율에서 밀려나게 된다. 


2. 삼성은 당분간 중국산 최저가 스마트폰을 제외한 중가와 고가 스마트폰을 아우른 시장에서 최고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삼성의 결정적인 생명줄인 운영체제는 구글의 손에 쥐어져 있다. 구글의 정책변화에 회사 스마트폰의 운명을 맡겨야 한다는 건 안정적이지 못하다. 더구나 구글은 모토로라도 살려야 한다. 자칫하면 모토로라에 특혜를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삼성은 돈과 시간이 있는 지금 독자 운영체제의 기초를 다져야한다. 지금이 아니면 오히려 기회가 없다.



삼성



몇번이나 말해온 것이지만 나는 이 두 회사가 법정에서 싸우는 것이 보기 싫다. 그것은 소비자의 이익에 아무런 보탬이 되지 않는다. 그 문제는 법정 밖에서 합의를 보기를 바란다. 그리고 보다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시장에서 펼쳐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