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제일 긴 하루' 란 표현이 있다. 단 하루 동안 너무도 많은 일이 벌어질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아마도 내 경우에는 어제가 세상에서 제일 긴 하루였을 듯 싶다. 어제 실시간으로 하는 라디오 인터뷰라는 걸 처음 해보게 되었다. 그런데 하나가 아니었다.



인터넷전화



YTN의 '출발새아침'에서 애플의 주가폭락과 구글, 삼성의 기업전략에 대해  아침 8시 40분부터 인터뷰를 했다. 때문에 한시간 일찍 사무실에 출근해서 전화를 통해 인터뷰를 마쳤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바쁜 회사일을 하고 난 다음에는 저녁 7시15분에 CBS의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에서  인터넷 전화에 대한 인터뷰를 했다. 


이런 인터뷰 자체는 십분 남짓한 짧은 시간에 이뤄진다. 하지만 그것을 준비하기 위해 자료를 조사하고 의견을 다듬는 과정이 필요하다. 때문에 나는 주말동안 내내 준비해야 했다. 그러면서 새삼스럽게 우리가 별 생각없이 사용하는 인터넷전화에 대해서 깊은 생각이 필요하다는 점을 느꼈다. 우선 인터뷰의 일부를 소개한다. (출처)



시사자키



지난주 목요일 저희 시사자키 시간에 세종시 정부종합청사 국무총리실과 인터뷰를 하는 과정에서 전화 연결이 바로 되지 않아 약간의 차질을 빚은 일이 있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는 청사 안의 모든 전화가 일반 유선전화가 아닌 인터넷전화로 설치되어 있고 이 인터넷전화가 가끔 말썽을 부린다는 것이었는데요. 인터넷전화를 관용전화로 쓰는 것에 대해서 전문가들의 우려가 많습니다. 이 문제 자세히 한번 짚어보죠. IT평론가 안병도 씨 전화 연결되어 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 안병도> 안녕하세요? IT평론가 안병도입니다. 


◇ 김윤철> 문제 제기를 하기 위한 인터뷰이니만큼 좀 부정적 측면 먼저 따져보죠. 인터넷전화, 안정성 문제 있습니까? 



스카이프



◆ 안병도> 결론적으로 말해서 안정성에 문제가 있습니다. 스카이프에서 2010년 12월에 새벽부터 서비스에 큰 문제가 발생했었는데요. 북미하고 아시아,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발생한 것으로 스카이프는 가입자 전체가 그때 통화를 못했습니다. 그때 스카이프의 서버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 원인이었는데요. 이렇듯 스카이프나 바이브 같은 인터넷전화 사업자들은 저렴한 자체 서버를 통해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음성전화를 관리하는 경험과 예산이 매우 부족한데요. 그래서 서버에 문제가 생기거나 통화량이 폭증할 경우 대응책도 부족할 수밖에 없습니다. 


◇ 김윤철> 보안 문제도 또 있지 않습니까? 이게? 


◆ 안병도> 맞습니다. 인터넷전화는 디지털 방식이고 컴퓨터 기술이 많이 사용됩니다. 그리고 컴퓨터는 모두가 알고 계시겠지만 빠르고 편리한 대신 해킹과 바이러스 등의 위험에 노출되어 있습니다. 작년 8월에 발생한 사태를 보면 인터넷전화 업체의 교환기를 해킹해서 국제전화를 걸게 한다든지 또한 인터넷전화를 쓰는 대기업 계열사의 교환기가 해킹돼서 수천만 원의 요금이 발생하는 피해가 나왔습니다. 또 바이러스에 감염된 스마트폰과 인터넷전화를 이용해서 디도스 공격을 한다든가 혹은 무선넷 공유기를 해킹해서 도청한다든가 같은 여러 가지 형태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이런 문제점이 사실상 인터넷전화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인데요. 기본적으로 중요한 금융정보나 기밀정보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모든 네트워크 시설이 가지고 있는 공통적인 문제입니다. 다만 인터넷전화에 있어서는 보안설비와 관리인력이 충분하지 못하기에 매우 이런 부분에 취약할 뿐입니다. 


인터넷서버


◇ 김윤철> 그런데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정부종합청사에서 인터넷전화를 쓰는 이유는 뭡니까? 


◆ 안병도> 정부는 안정적인 서비스를 써야 하지만 동시에 국내업체의 기술개발을 도와주고 지원해 줘야할 의무도 있습니다. 마치 아래한글이 아직 관공서에서 표준으로 쓰이는 것과 같죠. 정부에서 시범적으로 써주는 것으로 IT발전에 대한 의지를 나타내려는 것입니다. 정부에서 쓴다는 것은 든든한 보증이 되니까 중소기업과 대기업도 뒤를 이어 도입할 수 있는 계기도 됩니다. 또한 전국을 단일통화권으로 할 수 있는 인터넷전화는 금전적 비용도 저렴한 것이 부차적인 장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상당히 긴 인터뷰지만 요점은 이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처음에는 인터넷전화의 부정적인 면과 우려되는 부작용을 다뤘지만 그럼에도 관공서에서 써야 하는 이유를 제시했다. 장단점을 나름 균형있게 다룬 셈이다.



인터넷전화



인터넷전화, 어떻게 사용해야할까?


사람은 흔히 자기가 서있는 입장만을 생각하기 쉽다. 따라서 자칫하면 IT기술의 부정적인 면이나 긍정적인 면 하나만을 너무 강조하게 될 수 있다. 하지만 실상 어떤 기술도 빛과 그림자가 따른다. 얼마전에 박상원이 스티브 잡스가 인류에 커다란 재앙을 주었다고 말한 인터뷰도 결국은 기술을 너무 부정적으로 본 시선이다. 그리고 그 발언에 쏟아진 지나친 비판은 기술을 너무 긍정적으로만 본 시선이다.


인터넷전화는 좋은 기술이다. 쉽게 디지털화 할 수 있는 음성을 압축해서 보다 편리하고 저렴하게 통화서비스를 제공한다면 면에서 꼭 필요한 기술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렇게 서비스를 컴퓨터로 처리하게 되면 반드시 따라오는 문제는 해킹과 시스템 오류의 위험이다. 흔히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에서 볼 수 있는 스크린속에서 윈도우의 에러메시지를 보았을때 어떤 기분이 들까?



인터넷전화



우리가 인터넷전화라는 기술을 어떻게 써야하는 지는 매우 분명하다.


인터넷전화는 아직 신뢰성이 중요한 분야에서 단독으로 사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렇다고 무조건 배척해서도 안된다. 인터넷전화는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통해 데이터를 중계해주는 서비스이다. 비슷한 서비스로는 주식거래 시스템이나 은행의 금융거래 서비스를 들 수 있다. 이런 시스템은 해킹이나 서버장애를 처음부터 예상하고 전력을 다해 시스템을 관리한다. 결과적으로 사고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인터넷 전화도 마찬가지다. 서버관리와 트래픽 처리, 각종 보안수준을 금융기관 수준으로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인터넷 망을 책임지는 통신사와 긴밀하게 협력해서 안정적인 망운영을 위한 기술을 함께 발전시켜야 한다. 그런 노력으로 기간통신망과 비슷한 수준의 신뢰도를 얻게 된다면 누구라도 안심하고 쓸 수 있게 될 것이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방송 다시 듣기)



시사자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