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왜란에서 가장 극적인 전투는 무엇일까? 아무래도 우리에게는 충무공 이순신이 지휘한 명량해전이 될 것이다. 겨우 13척의 판옥선만으로 일본수군 300척을 울돌목에서 막은 이 전투는 그만큼 대단하다. 칠천량에서 큰 패배를 당한 직후의 의기소침한 패잔병을 모아서 승세를 탄 적의 대군을 격파한 것부터가 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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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해전에서 이순신은 부하들에게 말했다. 한명이 죽기를 각오하고 길목을 막으면 백명의 적을 두렵게 만들수 있다고. 또한 죽고자 하면 살것이고,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역사적 교훈은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세상, 그 가운데 IT업계에도 적용될 수 있을까?


문득 내가 이런 역사책 가운데 한 장면을 떠올린 건 다음에서 출시한 모바일 서비스 마이피플 때문이었다. 한때 카카오톡 다음으로 즐겨쓰던 마이피플을 언제부터인지 거의 쓰지 않게 되었다는 느낌을 받을 때 문득 마이피플이 서비스를 개편하고 스티커 기능을 강화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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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커뮤니케이션은 모바일 메신저 마이피플의 스티커 서비스를 이용자 친화적으로 개편하고 응답 스티커 등 신규 기능을 추가했다고 9일 밝혔다.


마이피플은 국내 모바일 메신저 최초로 모든 스티커를 무료 제공해 왔다. 

 

스티커로 메시지를 받을 경우 그에 상응하는 스티커를 추천해주는 응답 스티커 기능도 이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이피플 친구가 '보고싶어'나 '하트' 스티커를 전송하면 상대방의 대화 입력창 하단에 '나도', '사랑해' 등의 스티커가 추천되고, '뭐해' 스티커에는 '바빠', '심심해', '회의 중' 등의 응답 스티커가 추천되는 식이다. 여러 번 검색해서 스티커를 찾을 필요없이 응답 스티커들로 즉각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어 편리하다.


개편과 함께 스티커 개수도 크게 증가했다. 일상 생활에서의 다양한 감정 표현을 담은 '미쓰냥의 희로애락' 30종과 직장인들의 하루 일과를 담은 '딸랑딸랑 마사원의 하루' 30종 등 총 60종이 새롭게 업데이트됐다. 누구나 경험할 수 있는 상황과 감정을 유쾌하게 그려낸 스티커들이 추가됨에 따라 이용자들의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 


다음커뮤니케이션 고정희 소셜기획팀장은 "스티커는 즐거운 마플 대화를 위한 핵심 기능이므로 누구나 부담없이 누릴 수 있도록 최초 서비스 시점부터 모든 스티커를 무료 제공해왔고, 원하는 스티커를 보다 빠르고 편리하게 선택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업그레이드를 이어오고 있다"며 "유명 웹툰이나 게임 등의 콘텐츠나 브랜드와 제휴한 스티커뿐 아니라 다음의 아이디어를 집결한 자체 제작 스티커를 꾸준히 개발하면서 최근 한 달 간 약 100여 종의 신규 스티커를 오픈했고, 앞으로도 이용자들을 위한 변화와 시도를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마이피플은 무료 대화, 무료 음성?영상 통화는 물론, 다음 지도 및 클라우드와의 연동, 300여종의 무료 스티커 등 차별화된 서비스의 모바일 메신저로, 지난해 12월 다음 아이디가 아닌 전화번호만으로 가입 가능하도록 개편한 후 한 달 만에 전월 대비 45%의 가입자수 증가를 기록, 현재 국내 2,500만 가입자를 보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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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경우 마이피플을 쓰게 된 동기는 매우 단순하다. 카카오톡이 메시지는 보낼 수 있어도 음성통화는 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동기로 쓰지 않았을까? 하지만 곧 터져나온 망중립성 논란에 걸려서 마이피플의 음성통화 기능은 주춤거렸다. 게다가 카카오톡이 보이스톡을 서비스하고, 네이버의 라인이 해외에서 세를 넓히게 되자 서서히 뒤로 밀려났다.


그래도 마이피플에게 지금 남아있는 경쟁력이 있다면 역시 스티커 기능이다. 내 주위에 있는 사람들에게 물어본 바로도 마이피플의 강점은 바로 무료 스티커 기능이었다. 그러면 과연 이런 남아있은 사용자를 모아서 다시 한번 커다란 도약을 할 수 있을까?


마이피플,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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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정하게 말하자면 마이피플의 현 상태는 위기이다. 메신저의 특성상 당장 대규모로 사용자가 빠져나가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카카오톡이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해외에서는 네이버의 라인이 굉장한 상승세를 보이며 국내에 역상륙을 노리고 있다. 마이피플은 어느쪽에서도 1위를 하지 못한 어중간한 상태이다. 다운로드와 가입자는 여전히 많아도 그들이 서서히 유령 사용자가 되어 간다면 쇠락으로 접어들게 된다.


소셜 서비스는 결국 사람이 사람과 어울리는 것에 핵심을 두어야 한다. 기계나 인공지능이 사람을 즐겁게 해주는 것이 아니다. 활설화된 사람이 사람을 끌어들이고 사용자를 늘려준다. 잘 되는 서비스는 늘 떠들썩하고 무엇인가 끊임없이 변한다. 카카오톡이 애니팡의 성공을 이끌어낸 데에는 그 뒤에 카카오스토리, 게임서비스, 카카오페이지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시도하는 데 있다. 이것들은 잘된든 아니든 화제거리를 준다.


마이피플이 내세우던 무료음성통화가 망중립성에 막히고 다른 곳에서도 전부 서비스함에 따라 차별성이 없어진 것은 분명한 위기이다. 하지만 아직 경쟁력이 있는 스티커 기능을 중심으로 화제를 유지하면서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게 된다면 아직 기회는 있다. 카카오톡은 아직 노리는 바대로 모바일 포털이 되지는 못했다. 네이버 라인은 자체 내에서 네이버톡과의 경쟁을 먼저 치뤘고 일본에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국내에 들어오려고 하지만 아직 그때문에 국내에 최적화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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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메신저의 최종 지향점은 결국 모바일포털이다. 마이피플은 다음이라는 거대한 자산을 가지고 있다. 이 자산의 최대 가치는 콘텐츠이다. 다음이 가진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마이피플에 활용해서 사용자를 끌어들이고 함께 노는 데 이용하라. 위기를 기회로 바뀔 수 있다. 역설적이지만 위기가 오지 않으면 사람은 바뀌려는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디 마이피플이 현재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다시 한번 도약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