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비교하기를 좋아한다. 어떤 일의 결과를 비교해서 둘 사이에 그 결과치만큼의 차이가 난다는 것을 굳이 말하고 싶어한다. 어려운 비유를 들 것도 없다. 쉽게 말해서 어릴 때부터 우리는 도저히 대적할 수 없는 비교상대인 ‘엄마친구 아들’과 비교당하며 살아왔다. 항상 나보다 공부도 잘하고 운동도 잘하고 스포츠에도 만능인 ‘엄친아’다.



그러면 우리 스스로는 항상 그런 엄친아에 비해 열등한 인생이었나? 그렇지는 않다. 우리는 스스로의 삶을 나름의 전략과 개성으로 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아주 단순한 결과만으로 좋다 나쁘다를 따지는 비교가 가능한 것이 아니란 뜻이다.

지금 가장 주목받고 있는 애플에 대한 시선을 보자. 애플은 최악과 최선을 넘나들며 극적인 결과물을 내놓은 기억이다. 한때 애플이 내놓은 매킨토시는 엄청난 열광을 받았지만, 그 열광에 비할 수 없는 초라한 판매고를 기록한 적이 있다. 나아가서 윈도우를 장착한 PC에 밀려 2퍼센트 점유율로 줄어들며 회사 부도의 위기까지 몰린 적도 있다. 그러다가 아이팟으로 혁신을 일으키고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연이어 히트시키면서 최고의 판매고를 올리고 있다.

이런 결과물을 보도하고 비교하는 보도 역시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런 결과물 보도가 과연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살펴보자. 삼성이 애플을 훨씬 넘는 스마트폰 판매량을 올렸다는 뉴스가 나왔다. (출처: 전자신문)





삼성전자가 분기 5000만대가 넘는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애플과 격차를 더욱 벌렸다.

10월 28일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SA)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3분기 5690만대 스마트폰을 판매해 시장 점유율 35%를 기록했다. 애플은 2690만대로 17%를 차지했다.

삼성전자는 애플보다 두 배 많은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 1위를 수성했다.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2와 애플 아이폰5가 본격 경쟁하는 4분기가 올해 스마트폰 시장 왕좌를 두고 싸우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지난 2분기 삼성전자는 4870만대, 애플은 2600만대 스마트폰을 판매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출시한 `갤럭시S3` 인기에 힘입어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애플보다 많은 스마트폰을 팔았다. 4분기에는 갤럭시노트2를 내세워 애플 아이폰5와 정면 승부를 건다는 전략이다.

애플은 4분기에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 9월 말 출시한 아이폰5은 4분기 실적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된다. 실적발표에서 팀쿡 애플 CEO는 “다음 분기에 꽤 많은 아이폰을 팔 것”이라며 “연말까지 100개국 이상에 아이폰을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 뉴스는 나름의 의미가 크다. 애플 아이폰의 돌풍에 휩싸여 노키아가 추락하고, 소니가 무너지는 상황이다. 그 동안 세계시장에서 판매량 2위였던 삼성이 오히려 애플을 앞서며 1위를 기록하고 있다는 건 대단한 분전이며 성공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뉴스만으로 ‘삼성이 애플을 이겼다.’ 라는 비교를 하며 그렇게 결과를 내놓는 것이 가능할까?


삼성과 애플의 제품전략, 차이점은 무엇인가?


결과적으로 말해서 삼성과 애플의 제품전략이 다르기에 그런 의미는 부여할 수 없다. 왜냐하면 애플은 한번도 세계시장에서 점유율이나 판매량으로 1위를 하겠다는 목표를 가진 적이 없다. 또한 그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제품전략을 가져간 적도 없다.



애플은 언제나 다소 비싸지만 좋은 품질과 편리한 사용성을 지닌 제품을 만들어왔다. 가장 싼 아이팟조차도 동급의 다른 MP3플레이어에 비하면 비싼 편이다. 그렇지만 애플은 한번도 품질을 희생하면서 저렴한 제품을 만들어본 적이 없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이다. 이제 스마트폰은 저가 휴대폰 사용자들까지도 원하는 확고한 시대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 저가 제품 사용자들은 점유율이나 판매량에서 보면 고가 휴대폰 사용자보다 숫자가 훨씬 많다. 단말기 한 대에 백만원 하는 제품을 선뜻 1년마다 바꾸는 정도의 사용자는 전체 사용자의 20퍼센트 정도에 머무른다. 애플이 노리는 시장은 딱 이 정도인 상위 20퍼센트 정도의 시장이다. 매킨토시도 마찬가로 넷북이나 기타 저가형 컴퓨터 시장을 노려본 적은 없다. 그렇다. 애플은 프리미엄 플레이어다.

삼성은 근래에 들어서 고급화 전략을 취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시장을 노리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다.



아주 극도의 저가품 시장 정도만을 포기하고 나머지 모든 시장은 삼성이 노리는 시장이다. 따라서 삼성은 아이폰 하나만 내놓는 애플과 달리 다양한 성능과 다양한 운영체제를 탑재한 여러 가격대의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 모든 것이 휴대폰-스마트폰이라는 하나의 명칭을 가진다. 따라서 장기적으로 볼 때 비슷한 정도의 성공만 한다면 삼성은 당연히 애플을 능가하는 판매량을 기록하게 된다.

또 다른 면인 이익률을 보자. 저렇듯 압도적인 판매량 차이에도 불구하고 애플의 전체 스마트폰 이익은 삼성보다 훨씬 높다. 삼성은 저가시장에서 박리다매를 하고 있는 반면, 애플은 그런 시장 자체를 상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렇듯 개성과 추구하는 목표가 다른 존재를 한 가지 결과로 비교할 수는 없다. 삼성과 애플의 제품전략의 차이점을 알면 서로 판매량이 다르다고 단순히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은 단지 삼성과 애플의 비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닐 것이다. 우리가 사는 인생도 그렇다. 어릴 때부터 그렇게 귀가 따갑게 들었던 엄마친구 아들이 모든 걸 다 잘하는 건 아니다. 예를 들어 우리 가운데 누군가는 만화를 더 잘 그렸을 것이고, 누군가는 락그룹 리더였을 것이다.  그렇다면 엄친아를 부러워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원문참조:  한겨레 오피니언 훅 - 안병도의 IT뒤집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