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한국이 IT선진국이며 가장 인프라가 잘되어 있다는 외국의 감탄사를 듣는데 익숙하다. 그리고 이런 것은 새삼 이제는 자랑거리조차 되지 않는다.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사고, 은행거래를 하며, 관공서 사이트를 통해 행정을 처리하는 일은 이제 한국 사람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어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런 당연한 일을 보다 수월하게 하기 위해서 무엇이 필요한 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있다. 민주주의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항상 깨어있는 시민의 의식이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발달한 인프라의 혜택을 모든 사람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서는 깨어있는 이용자의 목소리가 필요하다.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제대로 된 정책 하나가 나왔다. 전국의 공공 무선랜이 연말까지 개방되게 된 것이다. 이것은 와이파이의 무료이용이 가능하게 된 중요한 정책변화를 말해주고 있다.(출처) 


연말까지 전국 지방자치단체 문화센터와 공항, 버스터미널, 도서관 등 공공장소 1000곳에서 이동통신사에 관계없이 무료로 와이파이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지난 상반기 1000곳에 이어 공공장소 2000곳에서 와이파이 무료 이용이 가능한 환경이 마련된다. 

방송통신위원회는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와 협의, 연말까지 각 사가 구축한 공공장소 와이파이존 중 1000곳을 개방한다고 10월 17일 밝혔다. 

추가되는 1000곳은 이통 3사가 독자 구축한 공공장소 와이파이존이다. 방통위와 이통사는 장소 유형과 지역별 분포를 고려해 확정할 예정이다. 

해당 장소는 방통위와 한국정보화진흥원 홈페이지(speed.nia.or.kr)를 통해 안내된다. 

공공장소에서 무료 와이파이를 이용하려면 무선랜 설정에서 `Public WiFi Free`를 선택하고 간단한 인증과정을 거치면 된다. 

방통위는 내년부터 무선인터넷 이용격차 해소를 위해 전통시장과 보건소, 복지시설 등 서민·소외계층 이용 시설에 대한 와이파이 존 구축이 활성화되도록 지자체, 이통사와 비용을 분담·지원할 예정이다. 


이전에 나는 박원순 서울시장과의 대화를 포함해서 공공 무선랜 개방과 확충의 필요성을 기회될 때마다 역설해왔다. 이것은 한국이 계속 인터넷을 통해 세계적인 사업을 하고 IT벤처기업을 키우기 위해서는 꼭 필요한 조치였다. 적어도 한국에서는 인터넷을 포함한 통신이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 가운데 하나로서 인식되고 제공되기를 바란다. 왜냐하면 그것이 한국이 현재 할 수 있는 가장 싸고도 효율좋은 국제경쟁력 강화이기 때문이다.

공공 무선랜 개방, 필요한 후속조치는?

이제 한국은 국민 모두가 휴대폰 하나씩을 들고다니는 정도의 시대를 맞았다. 초고속인터넷 보급률도 선두에 서 있다. 문제는 하드웨어 인프라와 별개로 이들 통신망을 유기적으로 결합해서 통합된 역량으로 만들어내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그저 개별적으로 단말기를 팔고, 무선통신망을 보급하는 것만으로는 미래를 만들 수 없기 때문이다.

공공 무선랜 개방은 언제 어디서든 요금 걱정없이 단말기만 있으면 인터넷망을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이것은 단순히 통신에만 효과를 주는 것이 아니다. 치안과 화재예방, 각종 공공기관의 서비스 향상에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오게 된다.



유럽에서 최초로 라디오가 전국민에게 보급되었던 때, 미디어와 정치, 경제가 크게 변화했다. 마찬가지로 공공 무선랜의 개방과 확충은 각종 소셜 서비스와 위치기반 서비스를 비롯한 생활방식 자체를 획기적으로 바꾸게 된다. 그리고 여기서 나오는 각종 실험적인 기술과 수익모델은 앞서가는 한국IT기술로서 나타나게 될 것이다.

그렇지만 이런 장밋빛 상상이 실현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후속조치가 있다. 무선랜의 차별없는 이용보장과 인증제도의 간편화이다. 

각 통신사는 이윤을 추구하고자 하는 속성이 있다.  따라서 기회될 때마다 자사  이용자에게만 편하도록 이 서비스를 변형하려고 시도할 것이다. 이런 시도를 정부와 지자체를 비롯한 공공기관이 엄격하게 막아야 한다. 특정 서비스 가입자에게만 유리한 무선망은 결국 대중에게 기업 이윤추구의 수단으로 인식되기에 사회적 인프라가 되지 못한다.


개방된 무선랜은 당연하게도 보안논란을 불러일으킨다. 대규모 해킹사건이 터질 때마다 공공 무선랜이 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이건 범죄가 터질 때 범인이 이용한 게 공중전화라서 신원파악이 힘들다고 공중전화를 없애려는 어리석음과 같다. 공공 무선랜의 인증절차는 가장 간편하고 쉽게 할 수 있어야 한다. 인증절차가 복잡해서 이용하는 사람이 급감하면 기뻐하는 건 일이 적어진 관리직원이나 공무원 밖에 없다. 소비자와 사회 모두가 손해이다.

고속도로나 전기줄 같은 사회의 인프라는 당장 그 효과가 특정부분의 수익으로 돌아오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모두의 이익으로 크게 돌아온다. 이번 공공 무선랜 개방을 환영하며 앞으로 좋은 후속조치가 취해지기를 강력히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