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를 보면 종종 등장하는 사건이 있다. 기업간의 독과점에 의한 가격조절 때문에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다는 소식이다. 원가절감을 통해 경쟁해야 할 라이벌 기업들이 관계자를 통해 몰래 연락하면서 제품의 가격을 어느 선으로 하기로 정해두고 조절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가격으로 보통 수년간 억대의 피해를 소비자에게 입히곤 한다.



문제는 이런  사실이 뒤늦게 발견된다고 해도 소비자로서는 아무 것도 보상받지 못한다는 것이다. 피해를 입었지만 업체들이 늦게나마 내는 과징금은 국가가 받는다. 국가에서 받은 과징금을 소비자에게 다시 나눠주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나마 이렇게 독과점 사실이 밝혀지는 경우도 고발제도 때문이다. 독과점 사실을 먼저 털어놓는 업체에게는 과징금이 전액 면제되는 제도에 의해 가담했던 업체가 증거까지 제출하며 밝힌다. 그러면 나머지 업체들은 꼼짝 없이 걸려드는 것이다.


현재 한국의 이동통신사는 크게 3개다. SKT, KT. LG U+ 로서 이 업체들은 나름 전국망을 착실하게 깔아놓았고 큰 자본력이 있다. 치열한 경쟁을 거치며 살아남은 이들 회사로서는 독과점이란 말에 크게 반발할 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최근 여러 뉴스를 종합해볼때 한국의 이동통신에서는 제대로 된 경쟁체제가 작동한다고 볼 수 없다.


초창기 아이폰 도입과 관련해서 보여주었던 알 수 없는 지연을 비롯해서 이통사는 많은 의심을 받고 있다. 공통된 이익- 기득권을 위해서 뭉치는 것을 당연하다고 치자. 반대로 어떤 통신사가 앞서서 행동하면 더 많은 이익을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기묘하게 결과가 일치한다. 요금제를 개편할 때라든가, 통신비 인하에 대한 정부의 요구가 들어왔을 때가 좋은 예이다. 



최근 구글의 스마트폰 넥서스4를 둘러싸고 보여준 유통불가 방침도 너무나 확연하게 행동이 일치한다. 마치 각 이통사의 관련 담당자들이 수시로 연락을 주고 받으며 요금과 단말기 방침을 조절하는 건 아닌지 의혹이 든다. 물론 이런 의혹은 실제로는 사람들이 다 잊어갈 즈음에야 밝혀지기 마련이고 정부에 약간의 과징금을 내면 끝나곤 한다. 마치 헌금을 하고 죄를 고백하면 즉석에서 용서받는 종교 시스템처럼 말이다.


크게 화제가 되었던 반값 통신비는 과연 가능할까? 그런 점에서 볼 때 넥서스4 출시에 대해 많은 아쉬움이 있다. 왜 한국의 통신비는 비쌀까? 간단히 한번 생각해보자. 소비자에게 통신비가 부담되냐고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매달 나오는 통신 요금 고지서를 보여줄 것이다. 우리가 비싸다고 말하는 통신요금이란 곧 고지서에 찍혀나오는 요금을 가리킨다.


그럼 이번엔 그 요금을 청구한 이통사를 향해 물어보자. 왜 이렇게 비싼 요금이 나왔냐고. 그러면 이통사는 요금이 비싼 게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다만 고객이 가입하면서 새로 교체한 단말기 가격이 요금에 포함되기에 비싸보일 뿐이라고 말이다. 그리고 단말기 가격이 싸지면 요금이 낮아질 거라고 대답한다. 일견 그럴 듯해 보인다.



그래서 단말기 회사를 향해 찾아가서 왜 이렇게 단말기가 비싸며, 저렴하고 실속있는 단말기는 없냐고 물어보자. 그러면 단말기 회사는 대답한다. 자기는 그저 제조 납품업자에 불과하다. 이통사가 원하는 가격과 성능을 지닌 제품을 만들어서 공급할 뿐이라고. 또한 보조금 제도가 들어가기에 사실은 요금 청구서에 찍힌 단말기 가격과 통신이용요금 자체가 명확히 분리될 수 없이 섞인 거라고 말이다.


이런 대답을 듣고 다시 이통사로 가자. 왜 이렇게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요금제와 단말기 제도를 취하고 있냐고 묻는다. 대답은 하나다. 자유시장 경제체제에서 어떤 것을 선택하든 기업의 자유이며, 자세한 내용은 기업비밀이라고 말할 것이다. 마치 용산 전자상가에서 이른바 '돌리기' 를 당한 고객처럼 한국 소비자들은 항상 이 패턴으로 당하고 있다.


길게 썼지만 한 마디로 요약할 수 있다. 한국 이통사와 단말기 제조사 사이에는 제대로 된 경쟁체제가 없다. 그리고 이것을 어떤 기업에 명령해서 바로잡을 방법도 마땅치 않다. 하지만 자유시장 체제라서 정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정말 없는가? 시장에 제대로 된 경쟁이 없다면 인위적으로 그 경쟁을 만드는 방법도 있다. 평론가로서 한번 과감한 상상을 도입해보자.



통신비 절감을 위한 경쟁제체를 만들려면?


1. 가장 바람직한 것은 새로운 이통사가 생겨서 기존의 카르텔을 깨고 새로운 원가구조와 이익구조에 입각한 영업을 공격적으로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와서 새로 전국망을 깔거나 전국 지점을 전부 내는 것은 천문학적인 돈이 든다. 그래서 시장진입을 아무도 하지 못하고 있다.


2. 하지만 여기서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바로 정부에서 깊이 관여하고 있는 기업 - NH농협이다. 순수하게 본다면 단지 이윤만이 아니고 진정으로 농민-국민의 이익을 위해 존재한다는 명분이 있는 기업이다. 따라서 적은 이윤만 얻어도 상관없으며 이미 전국에 많은 지점을 가지고 있다.


3. 가칭 NH 이동통신사를 만들고 이통사에게 고품질 망을 공정가격에 임대받는다. 그리고는 그 망을 통해 가상이통사 영업을 한다. 새로 만들어진 이 이통사는 국민 이통사로서 원가 책정구조와 영업 이익률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4. NH 이통사는 단말기 공급에 있어서도 해외의 질좋은 단말기와 국내 단말기를 가리지 않고 가장 좋은 단말기를 도입해서 공급한다. 원가구조와 이윤이 공개되므로 다른 이통사들의 요금책정과 단말기 정책에 있어 하나의 판단기준으로 작동할 수 있다.



사실 농협 등은 막상 중요한 농산물 파동 등이 터질 때마다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오히려 정부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수익추구에만 몰두한다는 말을 듣고 있다. 만일 반값 통신비 실현을 위해 NH 이통사가 제대로 된 경쟁체제를 만들어준다면 사회적으로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라 본다. 

 

내가 외국 IT평론에서 부러웠던 것은 단지 주어진 현상을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과감한 제안을 한다는 것이다. 큰 그림을 그리고 그에 따라 사람들이 미래에 대한 꿈을 꿀 수 있게 한다. 한국의 IT평론가로서 나 역시 정부 책임자에게 과감한 제안을 해보았다. 혹시 차기 정부정책으로 정말 NH 이통사를 만들어서 시장경쟁에 따른 반값 통신비를 실현해줄 생각은 없는가?



넥서스4, 우리가 싼 스마트폰을 거부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