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의 역사에 있어서 중대한 갈림길이 되었던 재판이 몇 가지 있다. 그리고 가운데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룩앤필 소송이라고 불린 애플과 마이크로소프트의 재판이다.


이 재판에서 사실은 매우 간단했다. 애플은 MS의 윈도우가 맥의 운영체제를 베꼈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마이크로소프트로서도 부정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당시 개인용 컴퓨터 가운데 그래픽유저 인터페이스 방식을 사용한 컴퓨터는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재판은 마이크로소프트가 이겼다. 여기에는 주요한 이유는 단 두가지였다.





1. 마이크로소프트는 애플과의 계약서에서 그래픽유저 인터페이스의 사용권을 이미 얻었다. 매킨토시용으로 오피스를 개발하기 위해 맺은 계약서 가운데 교묘하게 해석할 수 있는 항목이 있었다.


2. 애플이 주장하는 유사성인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룩앤필) 운영체제라는 것은 너무도 포괄적인 아이디어 수준이므로 구체적으로 보호받을 수 없었다.


여기서 애플이 패소함으로서 우리가 현재 쓰는 윈도우가 이기고 애플의 맥은 한자리수 점유율로 떨어졌다. 그리고 기나긴 애플과 MS의 반목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드디어 애플이 직접적으로 구글의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안드로이드를 고소했다. (출처)



애플이 구글의 젤리빈 운영체제(OS)를 대상으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구글을 직접 겨냥한 소송은 이번이 처음으로 사실상 애플과 구글의 전면전이 시작됐다는 관측이다. 삼성-구글의 소송 협력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11월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애플은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본안 2차 소송이 시작되기에 앞서 심리를 진행했다. 이날 심리에서 애플은 삼성전자 갤럭시 노트 10.1과 구글 안드로이드 4.1 OS 젤리빈이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애플은 지난 10월5일 젤리빈 OS가 자사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를 추가 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엇보다 애플이 구글을 직접 겨냥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애플이 구글 안드로이드의 특허 침해를 문제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초 애플이 갤럭시 넥서스 판매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면서 문제삼은 특허가 안드로이드에 포함된 기능이라는 사실이 드러난 적은 있으나 애플이 안드로이드의 특허 침해를 거론한 적은 없었다.


이에 따라 삼성-애플 소송에서 삼성전자를 후방에서 지원했던 구글이 소송의 전면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애플이 삼성전자를 겨냥한 것은 궁극적으로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을 무너뜨리기 위해서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삼성전자와의 특허전의 최종 타깃이 구글이었다는 것이다.



이미 지난번에 삼성과 애플의 재판에서 미국은 기록적인 배상금을 선고한 배심원 평결을 내린 바 있다. 따라서 이번에도 애플이 압승을 거둘 거라는 예상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사정이 좀 다르다. 애플과 구글이 둘 다 미국 회사라는 국적의 문제도 약간은 작용하겠지만 보다 깊은 IT업계의 근본문제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애플의 구글 젤리빈 고소, 결과는 어떨까?


문제는 애플이 기업전략에 의해 iOS를 독점하고 있는 데서 비롯된다. 이것은 근본적인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애플의 기업 이익에는 큰 도움이 되어도 업계의 지속적 발전에는 그렇게 많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이클 클라이튼의 소설 '주라기 공원' 에서 내가 주목한 구절이 있다. 어째서 제약기업이 공룡 프로젝트를 시작했냐는 질문에 한 인물이 이런 식으로 답한다.



'만일 네가 제약회사를 설립해서 획기적인 신약을 개발했다고 치자. 특허를 낸 그 약을 네가 원하는 가격에 독점해서 팔 수 있을 것 같아? 절대로 그러지 못할걸. 하지만 엔터테인먼트라면 아무런 간섭없이 내 마음대로 할 수 있어.' 라고 말이다. 


맞다. 정부는 끊임없이 가격을 내리라고 압박할 테고, 어떤 국가에서는 보험이란 명목으로 가격을 엄청나게 내리게 할 것이다. 사람들은 터무니없는 욕심을 부리고 있다고 제약사를 비난할 테고, 법을 바꿔서라도 그 약을 국유화하라고 말할 것이다. 자유의 나라라는 미국조차도 예외가 아니다.


이것이 미국 자본주의의 극단에 선 사람들의 생각이다. 또한 궁극적으로 자기를 제외한 모든 경쟁사를 고소로 몰아붙이는 애플 경영진의 생각이기도 하다. 그러니까 비록 구글이 천사는 아닐지라도 애플이 재판에서 이기게 되면 어떤 결과가 온다는 것쯤은 미국 사람들도 알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그저 사람들이 무지해서 그런 것일까? 제조자의 권리는 무한대로 보호되어야 할까?


이번 재판은 한국의 큰 회사 하나에 불과한 삼성을 패소시키고 엄청난 배상금을 물게 하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다. 미국 입장에서 볼 때 하부 제조사는 또 얼마든지 생길 수 있다. 하지만 구글 처럼 기본적인 운영체제 레벨에서 경쟁하는 회사는 쉽게 나오지 못한다. 지금 안드로이드 자체가 치명적 피해로 비틀거린다면 애플의 독과점 시대가 올 것은 너무도 분명하다.



결국 이 재판의 결과는 핵심인 젤리빈 자체의 특허침해 여부는 비껴나갈 것이다. 그저 쉽게 우회할 수 있는 몇몇 인터페이스의 침해 정도를 판결하는 미봉책으로 갈 수 밖에 없다. 법리를 떠나서 그것이 자기 생활을 보다 풍족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와 인종을 떠나서 사람이 생각하는 건 대체로 어디나 비슷하다.